경북의 내륙도시에서 온 지인이 그냥 지나치듯 툭 질문을 던져왔다. “경주가 참 살기 좋은 도시는 아니지요?” 뜬금없는 물음 뒤에 숨어 있을 본색이 궁금해졌다. 신라 천 년 사직의 왕도이며, 문화유산의 보고이자 잘 다듬어진 공원녹지에 바다를 포함한 자연경관의 수려함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주를 너무나 잘 아는 분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나의 놀라는 표정에 당혹스러웠는지 지난해의 지진 이야기와 최근의 전국 최고 폭염을 들먹이며 애써 주제에서 벗어나려 했다. 결국 경주는 참 보배로운 도시로 잘 가꾸어져 있지만 민낯을 해치는 것들이 눈에 거슬려 정작 경주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사람이 왜 가만히 있느냐는 것이 그의 속마음 이었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화물차와 버스 같은 대형차량의 무단주차가 큰 문제이다. 최근 들어서는 레저 붐이 일면서 캠핑카와 카라반까지 가세하고 있다. 주요 관광지의 공용주차장과 하천변의 둔치주차장, 국도나 지방도의 갓길이나 안전지대, 아파트나 주거지역의 이면도로는 이들 차량의 주차에 몸살을 않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비좁은 틈에 이중 삼중 주차를 하다 보니 애초부터 질서는 실종되었고 밤샘주차에 장기주차를 일삼으니 꼴불견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들 대형 차량은 교통소통의 장애 요인이며, 미관도 해치지만 보행자나 소형차의 시야를 가려서 자칫 대형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암초이다. 또 심야나 새벽시간을 불문하고 입출차하다 보면 후미 추돌을 일삼는가 하면 심야 소음 발생도 큰 민원거리이다. 이따금씩 세차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시커먼 화물차는 꼭 괴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더욱이 관광지나 공원, 체육시설 주위에 마련된 주차장은 경주를 찾는 외지인의 눈에 가장 잘 뜨이는 곳이기에 싸잡아 욕먹기를 자초하고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는 지정된 차고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로 정한 시설이나 장소에 주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버스(시내, 시외, 고속, 전세, 관광, 중형 등)나 택시, 장의차량 등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및 시행령의 규정에 의해 지정된 곳 이외에서는 주차나 밤샘주차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아직까지 경주에는 이같은 대형차량만을 위한 공영 또는 공용 주차장이 없기에 차고지를 벗어난 차량의 주차는 불법이다. 하지만 불법주차 단속도 한계가 있어서 특별단속기간을 정해서 하거나 민원이 발생할 때에만 주로 이루어지며, 대형차량 견인은 하기도 어렵지만 사실 가져다 둘 곳이 없어서 불가능한 실정이다. 경주에는 승용차 약 10만 2400대, 승합차 약 5500대, 화물차 약 2만 7300대, 특수차량 600여대 등 총 13만 6000대 가량의 자동차가 있으며, 매달 310여 대가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여기에 외지에서 들어오는 차량까지 감안하면 경주의 주차전쟁은 항상 예고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이는 경주의 주차장 현황에서 볼 수 있듯이 공용주차장 28개소(1281면), 공영주차장 24개소(1356면), 유료주차장 124개소(6247면) 등 총 176개소의 부족한 주차공간이 말해 주고 있다. ‘빠져 나갈 구멍을 보고 몰아가라’는 말처럼 대형차량을 위한 공공주차장의 건설이 시급하다. 경주 외곽지에 화물·버스 주차장을 마련한다면 눈살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경주의 민낯은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반가운 것은 경주시에서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천북면 신당리 150의1번지 일원에 화물자동차 공영 차고지 공사를 시행 중에 있다는 것이다. 이 주차장이 완공되면 180대의 화물차를 주차할 수 있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것으로는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제2 제3의 대형차 주차장도 고려할 문제이며, 이러한 때에 경주를 찾는 관광버스를 위한 외곽지 주차장도 깊이 고민할 문제이다. 봄가을 관광 성수기와 연휴에 관광지 주요 도로가 버스까지 합세하여 교통소통을 방해하고 주차난까지 일으키는 것을 해결해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화물차주나 업체의 자율적인 질서 확립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서한문을 발송하거나 업체 대표자 간담회 등도 필요할 것이다. 대형 화물차량의 무질서한 주차는 경주를 찾는 외지인에는 분명 세수하지 않은 헝클어진 얼굴에 덕지덕지 검버섯까지 난 모습이라 생각된다. 민낯조차 아름다운 경주, 이것은 경주시민 스스로 얼굴을 깨끗이 하고 단정하게 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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