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새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지난달에 경주 편을 방영했다. 알쓸신잡은 유희열(뮤지션)이 사회를 보고, 유시민(작가), 황교익(맛 칼럼리스트), 김영하(소설가), 정재승(과학자) 이상 네 명이 패널로 출연해 말 그대로 잡다한 지식의 향연을 펼친다. 한마디로 중년 남성들의 지적 수다 프로그램이라 정의할 수 있겠다.
알쓸신잡은 벌써 시청률 6%를 넘어섰다. tvN이 케이블 방송국이라서 그렇지, 만약 지상파라면 10%를 넘을 것이 확실하다. 스타급 인사들이 출연하기는 하지만 알쓸신잡은 그래도 교양 프로그램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알쓸신잡은 왜 이리 인기가 많은 걸까?
이 프로그램은 명사들의 지적 대화를 엿듣고 싶은 일반인들의 욕망을 해소시킨다. 보통의 중년 남자들이 나누는 돈 이야기나 뒷담화가 아니다. 별로 쓸데가 없는 것 같지만 뇌에 청량한 자극을 주는 지적 대화가 오간다. 알쓸신잡을 보면 내가 명사들의 대화에 살짝 끼어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는 매스미디어인 TV가 부리는 마술이다.
대화 중에 방출되는 정말 다양하고 흥미로운 지식들이 지적 즐거움을 준다. 맛있는 음식이 잔뜩 차려진 뷔페에 온 느낌이다. 출연자들은 자신의 전문분야 말고도 폭넓은 지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과학자와 소설가가 만나더라도 거침없이 풍성한 대화가 가능한 것이다. 또한 그들의 대화는 현장답사를 통해 진정성을 획득한다. 스튜디오에서 머리만 써서 나누는 대화가 아닌 신선도가 제대로 높은 대화다보니 시청자들의 수용도가 커진다.
요컨대 알쓸신잡의 인기비결은 ‘지식을 재미있게!’, 즉 지식에 오락을 참으로 잘 버무린데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신라에 황금이 왜 많을까라는 화두를 던지면 서역과의 교류로 들어왔을 거라고 받아친다. 곧 처용가가 도마에 오르고, 처용의 국적이 오만이라는 썰(오만의 문화부 장관이 주장하는)이 등장한다. 오만에는 신라라는 지명도 있단다. 또 ‘감주’를 김유신 음료라 이름 붙여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로 판매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장군이 말에서 내리지 않은 채 장수(漿水)를 맛보고 출정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 때문이다.
2주 동안 알쓸신잡 경주 편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다. 경주시도 학연과 지연을 무시하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을 모아 알쓸신잡과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정책을 개발하면 효과적이지 않을까. 다행히도 경주는 온 국민이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도시라 특별한 지식인들의 남다른 애정을 받고 있다.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들의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필자는 알쓸신잡의 출연자들이 테이블에 모여 대화하는 모습이 마치 신라시대의 화백회의처럼 보였다. 아마 옛날의 화백회의는 이처럼 자유롭게 의사가 개진되는 장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장일치는 자유로운 논의 끝에 도달하는 후회 없는 선택의 결과일 터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액션(action)이다. 회의에서 도출된 아이디어가 좋은 줄 알고 과감히 시행하는 것은 오늘 날의 경주시에 필요한 공감능력이자 행정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