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14일 경주 보문관광단지 스위트호텔 지하 2층 회의실에서 기습회의를 열고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결정했다.
13일 오후 3시 한수원 경주본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사회가 노조와 울주군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긴급하게 안건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한수원 노조와 울주군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 등에 따르면 한수원 이사회는 이날 회의가 열린 호텔 지하 2층 스위트포럼 A실에서 문을 잠그고, 출입문에 난 창문까지 밀봉한 채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관섭 사장을 포함해 한수원 소속인 상임이사 6명과 교수, 전문가 등 외부인사인 비상임이사 7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이날 전원 참석해 표결 결과 찬성 12, 반대 1로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공사 일시중단을 확정지었다.
한수원 이사들은 전날 한수원 본사에서 하려던 이사회가 무산되자 다음 날 비공개로 이사회를 열자는 데 전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주에서 머무르며 이사회 소집을 위해 대기하면서 이날 아침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러자 한수원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국가 백년지대계인 에너지정책을 이렇게 졸속적 기습적인 이사회로 결정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면서 “오늘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성명 발표 및 단체행동, 법적검토 등 후속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3일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공사 일시중단 결정을 위해 열릴 예정이던 이사회는 한수원 노조와 울주군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사회 비상임이사 6명은 두 차례 회의 장소인 한수원 본관으로 진입을 시도했지만, 입구를 차단한 노조에 막혀 들어가지 못했다.
-한수원 추후 일정 밝혀
한수원은 이날 이사회의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결정에 따라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공사 일시중단 기간은 정부의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발족 시점부터 3개월간이며 3개월 내 공론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시 이사회를 열어 추후 방침을 재결정하기로 했다.
또 공사 일시중단 기간 중 기자재 보관, 건설현장 유지관리, 협력사 손실비용 보전 등에 약 1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구체적인 손실비용 보전 및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협력사와 강구할 예정이라는 것.
한수원은 공사가 일시 중단되더라도 향후 공사재개 시 품질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노무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공사현장 점검, 기자재 세척, 방청 및 포장 등 특별 안전조치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수원 노조, 이사회 이사진 즉각 퇴진 촉구
성명내고 ‘모든 법적 수단 동원해 투쟁’ 천명
한수원 노조가 14일 신고리5·6호기 건설 일시중단 관련 이사회의 기습 의결을 ‘도둑이사회’로 규정하고, 이사진들의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신고리5·6호기 3개월 건설중단은 원천무효임을 선언하고, 무효 또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투쟁할 것을 천명했다.
또 즉각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지역주민, 원전종사자 모두 결집하는 대규모 집회를 강력하게 전개키로 했다.
노조는 “한수원의 희망과 국가 에너지 안보를 훔친 이사진에 대해 지역주민, 시공사와 연대해 이사진 개개인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 모든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로 국무회의 결정과 산업부 공문으로 이사들을 압박한 정부에 대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