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략...‘학교 앞 공사장 시멘트 바닥에/ 구겨진 광고 신문 한 장 깔고/ 비료 포대기 둘둘 감아 베개 만들어/ 머리에 받치고 낮잠을 잔다// 텅 빈 공간 하얀 먼지 가루 펄펄 날고/ 빈 막걸리통, 찌그러진 맥주 캔 흩어져 있어도/ 코 고는 소리 나그네 장단을 맞춘다/ 쌀쌀해도 그렇게, 더워도 그렇게 한다// 일없는 외철이 공사장에 낮잠자는/ 그 친구가 부럽기 짝이 없다/ 나도 저 사람처럼 공사장에 낮잠 자는/ 그 날이 기다려진다// 점심때엔 꿀맛 같은 김치찌개/ 새참 시간에 먹는 우동 한 그릇/ 일 끝내고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하며/ 십장이 챙겨주는 하루 품삯들’-주한태 시 ‘노가다 하루’ 중에서.
‘갈대가 시간이 흐를수록 잎은 시들어가지만 꽃은 윤기를 더해 가면서 반짝이는 것처럼 사랑도 찾아서 갈고 닦을 때 더욱 빛나고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주한태 시인(동리목월문학관장이자 기념사업회장·인물사진)은 새 시집 ‘내사랑 어디에(문예바다)’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주 시인은 ‘사랑’을 중심으로 주로 시를 썼으며 “책을 통해 내가 만족하지 못한 사랑도 다시 찾을 수 있었고 새로운 사랑도 풍요롭게 만들어 가꿔보기도 했다”면서 “그래서 시집 제목을 ‘내사랑 어디에’로 정했다”고 한다.
시인은 “이제 사랑은 인생을 더 화사하고 풍부하게 만들어주며 영원한 보금자리가 된다는 것을 알고 누구에게나 사랑을 베풀어가면서 살아가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이번 시집은 1부 ‘동백섬’, 2부 ‘거미줄’, 3부 ‘그 시절 그대로였구나’, 4부 ‘정구장 아줌마’, 5부 ‘하루’ 등으로 구성돼 모두 70편의 작품을 싣고 있다.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은 정한을 조율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푼다. 그리고 순정을 토해내고 화해와 악수한다. 갈등과 분열이 생을 잠식하는 순간마다 시인은 사랑을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가지 시인은 왕도의 여운과 무영(無影)의 미학을 놓치지 않고 선사한다.
그래서 문학평론가 신승민은 ‘화랑의 서정과 월성의 숨결(주한태의 ‘덕업일신(德業日新) 망라사방(網羅四方)’시세계)’에서 “주한태의 시세계는 만리의 역정이다. 생의 고독과 슬픔, 환희와 감격을 아로새긴 은빛 자기다. 바람에 많이 흔들린 꽃잎으로 물든 서라벌의 달조각이다. 그럼에도 그 모진 풍운과 역경을 꿋꿋이 이겨내고 마침내 종심에 이르러 마음의 여백을 되찾은 수막새의 천년 미소”라고 평한다.
주한태 시인은 1952년 경주에서 출생으로 경주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북대학교 학사와 석사를 거쳐 이학박사를 취득했으며 장학사, 경주여자고등학교장, 화랑교육원장 등을 역임했다. 경주여고 교사, 교장을 지내면서 아이들의 순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글로 담았고 그런 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월간 문학세계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현 동리목월문학관장이자 기념사업회장이다. 시집으로는 ‘뱅글뱅글 웃기만해라’, ‘연분홍 답장’에 이어 이번에 ‘내사랑 어디에’를 출간했다.
한편, 이 시집 전반에 걸친 삽화는 김호연 화백이 맡았다. 경주동국대학교 미술학과 교수인 김 화백은 55회 국내외 개인전을 비롯해, 프랑스와 미국, 독일 등지에서 200여 회의 초대전을 가진 중견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