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와 경주문화원이 한여름 밤, 천년의 향기 그윽한 고도의 다양한 문화유산과 콘텐츠를 활용한 특색 있는 야간문화행사 ‘경주, 천년야행’을 열어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첨성대, 대릉원, 월성, 동궁과 월지, 황룡사지 등 신라왕경 핵심유적지 일원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매일 수천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찾아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경주의 야경을 만끽했다. 무더운 여름밤을 잊게 하는 특화된 문화체험을 한 것. 금요일과 토요일인 8일은 특히 관광객이 대거 몰려 경주야행을 즐기며 절정을 이뤘다.
일요일 오후부터는 외지인들이 귀가하면서 경주시민들이 주로 행사장을 찾았다. 세계문화유산의 아름다운 야경과 유적에 담긴 신라역사를 비롯한 다양한 설화 등 신라이야기를 활용한 천년야행은 야사(夜史), 야화(夜花), 야설(夜說), 야식(夜食), 야숙(夜宿), 야시(夜市), 야경(夜景), 야로(夜路) 등 8개의 테마로 진행됐다.
-웅장함,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 개막식
첫날 개막행사는 1300여 년전 신라군악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웅장한 대규모 신라 고취대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신라시대 왕과 계급별 복식을 고증 재현한 스토리가 있는 패션쇼, ‘신라옷 나빌레라’가 진행됐다. 이어 삼국유사에 수록된 ‘김현감호’ 설화를 모티브로 호랑이 낭자와 신라청년 김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창작 주제극 ‘천년의 사랑’이 이어졌으며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경주만의 신라이야기와 함께하는 여름밤의 정취를 선사했다.
-감탄이 절로나온 문화해설사와 함께한 야로(夜路)
문화해설사와 함께 등(燈)에 불을 밝혀 첨성대에서 동궁과 월지, 황룡사역사문화관, 월정교 등 역사문화유적을 답사하는 야로 프로그램에는 매회 500여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참여해 천년고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신비로운 야경을 온 몸으로 느끼며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대전에서 두 아이와 함께 야로 중 왕의 길에 참여한 한 가족은 “몇 군데 야행 축제를 다녀봤지만 넓게 펼쳐진 신라왕릉과 역사유적지 사이로 역사해설과 함께 하는 신비로운 야경의 느낌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며 “야행 축제를 가보고자 한다면 천년야행을 가장 먼저 가보라고 추천하겠다”고 했다.
경기도 고양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이 모씨는 “대체로 행사에 만족한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너무 더운 시기에 행사일정이 잡혀 안타까웠다. 봄이나 가을에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왕 더운 시기에 해야한다면 휴가철이나 방학 시기에 맞추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더운 날씨에 의외로 생각보다 많은 방문객을 보고 놀랐다”면서 “공연이나 전시 등 프로그램들도 다른 행사장에 비해 볼거리가 많은 편이어서 좋았다”고 했다.
왕의 길, 탑의 길, 별의 길 3개 코스로 운영된 야로(夜路) 프로그램은 이번 천년야행 이후에도 8월 12일(토)과 9월 9일(토) 2차례 더 진행될 예정이다.
-가족단위 체험장으로 인기 만점
야행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전통놀이와 문화체험 마당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색주령구등과 금관만들기, 전통 연, 투호놀이, 주령구 접기, 도예 및 공예 체험, 신라복체험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과 천연기념물 제540호 ‘동경이’ 체험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비롯한 가족단위 체험의 장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외에도 최치원의 절구시 ‘향악잡영’ 5수에서 읊어진 다섯 가지 놀이를 재연한 신라오기 공연을 비롯하여 신라궁궐터 월성에서 여름밤 천체관측 체험인 ‘신라의 별, 천년을 넘다’, 경주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야호! 문화재 사진전’, 신라시대 조성된 물길에 유등을 띄우며 편안과 행복을 기원하는 ‘연꽃 유등 띄우기’ 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야행 축제의 면모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자원봉사자들의 구슬땀 돋보인 행사, 지역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 유도
한편, 이번 축제에는 보이지 않은 이들의 노고도 함께했다. 땀을 흘리면서도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이 활약이 돋보였다. 자원봉사 단체들(경주시 자원봉사센터, 한림야간학교 ‘다웁게’ 봉사회원들, 경주향교 시니어, 경주시 교통계, 교통안전봉사팀들, 경주시 소방서 직원들, 경주시청 직원들 등)의 생수 지원 및 교통정리지원, 소방안전 등 자원봉사들의 자발적 참여가 그것이었다.
이번 행사를 주최, 주관한 김윤근 경주문화원장은 “행사 시기는 경주 관광 성수기를 피해 다소 관광객이 적은 비성수기를 노렸다. 음력 14, 15, 16일에 경주의 달밤을 즐기기 좋은 만월이 뜨는 시기를 골랐으며 연꽃의 개화시기에도 맞추었다”면서 “공연시설과 조명 등을 지역업체에 의뢰해 지역민의 사기를 진작했다는 것과 지역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던 점은 또다른 성과로 본다”고 했다.
안타까웠던 것은 가뭄과 흐린 일기로 인해 야심작이었던 유등이나 소원 연등이 물에 잘 뜨지 않았던 것과 월성에 천문관측대를 설치했으나 흐린 날씨로 인해 달과 별을 관측하지 못했던 점 등을 꼽았다.
김 원장은 “앞으로도 더 많은 분들이 천년의 향기 그윽한 경주의 여름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천년고도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