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이 7월 들어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마른장마로 인한 여름가뭄이 장기화되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사상 최악의 가뭄이 지속될 경우 농업용수 고갈 등 피해뿐만 아니라 식수 부족 사태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3시 현재 경주지역 올해 총 강수량은 185.4mm로, 지난해 7월말까지 535.7mm에 비해 35% 수준에 그쳤다. 특히 경주지역은 마른장마로 인해 7월 들어서도 강수량이 16.4mm로 미미한 수준에 그쳐 여름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오랜 가뭄에 따라 경주지역 저수지 저수율 역시 바닥을 보이며 한해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재 경주지역 전체 저수지 저수율은 36.7%로 지난해 57% 대비 20.3% 낮게 나타났다. 이는 평년 74.7%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1997년 이후 역대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6월 22일 평균저수율 45.7%에서 20여 일만에 36.7%로 9% 줄어들어 농경지 용수부족 현상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경주시가 집계한 지역 내 366개 저수지 가운데 서면 봉덕지, 외동 토상지 등 42개소는 고갈돼 바닥을 완전히 드러냈다. 또 저수율 10% 미만 저수지는 24개소, 10~20% 37개소, 20~30% 79개소, 30~50% 144개소 등 저수율 50% 미만인 저수지가 326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50% 이상 저수율을 유지하고 있는 저수지는 40개소로 집계됐다.
경주 최대 상수원인 덕동호는 11일 기준 저수율 60%로 평년 72.1%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당장 식수 공급에 큰 차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주지역 주요 저수지 중 보문지 42.9%, 안강 하곡지 21%, 서면 심곡지 25.6%, 건천 송선지 28.1%, 내남 명계지 28.5%, 천북 화산지 40%, 천북 성지지 36.4% 현곡 남사지 18.7% 등으로 모두 평년 저수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요 저수지 저수율이 지난달 대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미 고갈된 저수지 등지의 지하수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어서 향후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해 피해 대책 추진 상황은?
가뭄이 지속되면서 피해가 우려되자 경주시는 지난달부터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한해대책 추진에 나섰다. 6월 관정개발, 양수장 설치, 하상굴착, 저수지 준설 및 보수 등 한해 대책 예비비 13억9000만원을 긴급 확보하고, 무강우 상황에 따라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단계별 용수확보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시는 우선 1차적으로 관정, 양수장 등 보조수원을 활용해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한해대책 사업지구 121지구에 대한 조기 사업완료에 나선다.
시는 수리시설물 관리와 소규모 하천 굴착, 들샘개발, 하천수 양수작업 지원 등 대체수원 확보를 위한 용수개발을 적극 추진해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또 향후 가뭄 상황에 따라 관정 개발과 한국농어촌공사, 군부대, 소방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급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경주시의회도 가뭄피해현장을 방문해 한해대책 긴급회의를 여는 등 가뭄해결에 나섰다. 의원들은 가뭄대비 농업용수 급수대책을 신속히 시행해 줄 것을 경주시에 요청했다.
대형 양수펌프 확보, 지하관정 개발 검토, 저수지 저수율 추가 확보, 저수지 누수에 대한 사전 점검, 한해에 대비해 공무원들이 적극 지원해 논밭 작물이 중요한 생육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민·관·군이 보유하고 있는 급수장비를 총동원해 가뭄지역 양수를 실시할 방침”이라며 “가뭄극복 3대 운동인 저수·절수·용수개발 사업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시는 또 한해대책과 함께 생활 속 물 절약운동도 벌이고 있다. 시는 욕실, 주방, 세탁 등 일상생활 속에서 물을 절약할 수 있는 내용이 상세히 담긴 ‘가뭄 극복을 위한 물 절약 실천요령’ 홍보물 1만2000부를 제작해 배포하고 물 절약을 당부했다. 물절약 실천요령으로 양치 시 컵 사용, 샤워시간 1분 줄이기, 설거지 할 때 물 받아 하기, 빨래 한 번에 모아하기 등을 홍보하고 나섰다.
경주시 관계자는 “덕동호 저수율 60% 등으로 현재까지 수돗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으나, 가뭄이 지속될 경우 제한급수가 불가피 할 수도 있다”며 시민 모두가 물 절약 실천운동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항구적인 가뭄극복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해야
가뭄에 따른 한해피해는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항구적인 가뭄 극복을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주시의 가뭄정책이 매년 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근시안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것.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극심한 가뭄이 찾아 온 2015년부터 올해까지 가뭄이 시작할 시점에서야 예산을 투입해 관정개발, 저수지 준설 등 대책을 추진한다”면서 “이 같은 미봉책은 결국 농민들에게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 밖에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경주시가 가뭄에 따른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가 부족한 곳은 사전에 조사해 매년 예산계획을 세워 오랜 가뭄에 대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