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최고 기온이 섭씨 34도이다.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로 외출을 자제하라고 한다. 연일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이다. 지난밤에는 열대야로 잠도 설치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냥 앉아 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른다.
기온이 20도일 때 사람의 능률이 100이라면 33도일 때는 50이하로 떨어진다. 이렇게 기온이 올라가면 스트레스 호르몬도 동반 상승하고 자율신경계에 이상을 일으켜 면역체계에 손상을 준다고 한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간단히 채비를 하고 선도산을 향해 집을 나섰다.
선도산으로 오르는 길 초입에 있는 도봉서당에서 고창 오씨 제실로 가는 길로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길쭉한 바위가 누워있다. 안내판에 의하면 ‘서악동 바위 구멍 유적’이다. 긴 쪽이 780cm, 짧은 쪽이 210cm 크기의 바위 표면에 500여 개의 크고 작은 성혈(性穴)이 있다.
성혈은 바위그림의 한 종류로 돌에 파인 구멍인데, 알구멍, 알바위, 알터, 알미, 알뫼라고도 한다. 이는 선사시대 신앙의 한 형태로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행위의 흔적이다. 혹은 별자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북쪽 면에는 북두칠성을 표현한 것이 분명한 구멍도 볼 수 있다.
우리 경주지역에서는 내남면 안심리와 남산 틈수골로 올라가는 길 옆 밭둑 등 곳곳에 이런 성혈을 볼 수 있다.
경주 주위를 감싸고 있는 산에는 많은 불교 관련 유적이 있다. 그런데 이곳 선도산은 불교 유적 이외에도 신선과 관련된 유적, 산성 등 국방관련 유적, 선사시대 유적 등도 있는데 최근에는 주상절리(柱狀節理)가 발견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성혈바위에서 왼쪽 시멘트 포장길을 50여m 가면 길 오른쪽에 ‘오소년공덕비’라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자그마한 비가 있다. 그 옆에 또 다른 작은 비가 있는데 ‘庚戌年 三月三日 功勞者 吳少年’이라 씌어 있다. 경술년이라면 비의 상태로 보아 1970년이 아니면 1910년인데 어떤 공적으로 이 비를 세우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선도산 주상절리는 이 비석의 오른쪽 골짜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길이 명확하지 않아 그냥 사람들이 밟은 흔적을 따라가야 한다. 좁은 골짜기를 들어서니 심한 가뭄에도 가는 물줄기가 보이고 제법 시원한 냉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골짜기 좌우로 사각형 오각형의 돌기둥이 빼곡하다. 흡사 장작더미를 쌓아 놓은 듯하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멋을 보여준다.
경주풍물지리지에는 주상절리가 있는 이 골짜기를 용작곡(龍作谷)으로 기록하고 있다. 골짜기 양쪽으로 기암절벽이 솟아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데 이곳 선도산에서 장군이 태어나자말자 용마(龍馬)가 그를 태우려고 나오면서 이 골짜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 장군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양남 해변에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된 부채꼴 및 사각형, 오각형 형태의 주상절리가 있고 멀지 않은 포항 달전에도 주상절리가 있다. 다른 지역의 주상절리와 같이 웅장하지는 않지만 조밀하고 아기자기한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절리란 마그마가 화구로부터 흘러나와 급격히 식을 때 부피가 줄어들어 사이사이에 틈이 생기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주상절리란 기둥 모양의 절리로 단면의 모양이 4-6각형으로 화산지대에서 볼 수 있다.
선도산 정상 부근에 있는 마애삼존불 중 본존불이 조각되어 있는 암석은 경주지역 다른 마애불과는 달리 안산암이다. 안산암은 마그마가 결정화하면서 기둥 모양으로 절리를 이루게 된다. 이곳 주상절리도 안산암으로 지표에 노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