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의 본고장인 경주에서 민화 전시를 꾸준하게 선보이고 있는 신원 갤러리(관장 김승유)에서 조용히 전통의 길상적 민화를 감상하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오릉을 끼고 낮은 담벼락을 따라 걷다보면 작은 한옥 지붕을 이고 있는 신원 갤러리를 만날 수 있다. 안을순 민화 작가가 신원 갤러리에서 오는 23일까지 개인전을 가진다.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내재돼 있는 민화를 감상하다보면 장수와 부귀, 영화, 다산 등을 상징하는 상서(祥瑞)로운 기운들이 넘실거린다.
안을순 작가는 한국미술협회 회원, 사)한국민화연구소 이사,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초대작가, 대구미술대전, 경상북도 미술대전 초대 작가, 사)한국전통민화연구소 회원전, 2017 한국민화를 조망하다 200전에 참여했다. 안 작가는 전통을 그리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지금도 계명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민화를 배우면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학구적 작가다.
이번 전시에는 총 31점을 출품했다. 책가도, 화조도, 초충도, 연화도, 호렵도, 일월부상도, 모란도 등의 민화의 세계로 빠져들다보면 전통의 채색에 감탄하게 된다. 깊고 그윽한 채색도 그러하거니와 섬세한 붓터치에는 만만치않은 작가의 내공이 느껴진다. 작가의 수수하면서도 기품있는 자태와 작품은 상통한다.
“민화는 사실적으로 그리기도 하지만 길상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상징성을 가집니다. 익살스럽고도 소박한 형태와 대담하고도 파격적인 구성, 아름다운 색채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양식은 한국적 미의 특색을 강렬하게 드러내고 있지요” 라고 하면서 섣부른 창작이나 현대적 재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주로 분채로 채색하며 때로는 먹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화사한 채색에 먹을 가미하면 더욱 그 화사함이 선명하게 부각돼 표현되지요. 바림 즉, 명암을 넣는 것은 밑바탕을 깔고 농담을 주는 기법입니다. 민화는 선과 바림이 생명입니다. 바림이 잘되어야 하고 선이 명확해야 하는 것이죠. 튀지 않으면서도 분위기를 살려 선을 긋는 것부터 신중해야 합니다. 색을 낼때도 생색이 아닌, 색의 깊이를 농익혀 표현하려 노력합니다”라고 했다. 이번 전시작의 기품있는 채색과 디테일한 선이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전시작 중에서 책가도가 많은 편입니다. 비교적 까다로운 편인 책가도는 섬세한 문양이 많아 선이 매우 정직해야하고 섬세하기 이를데 없는 작업입니다”
안 작가는 주로 옻칠을 해 농담을 조절한 종이를 사용하는데, 영구적이며 바탕색이 천연 옻색이라 시간이 지나면 색이 더욱 깊어지고 고풍스럽다고 한다.
“오랜 경험을 통해 색을 조절하고 제 색깔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민화는 무엇보다 채색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강렬하면서도 촌스럽지 않은 채색을 위해 애씁니다”
“밑그림의 선도 하나의 그림이고 선에도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다시말해, 밑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도 집중력을 요하므로 잡념 없이 그림의 세계로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 민화의 가장 큰 매력일 것입니다. 채색이 잘돼서 작품을 완성 했을 때는 너무 행복하구요. 민화의 요소 하나하나가 다 매력덩어리죠”
“민화를 시작한 것을 행복하게 생각합니다. 부족하지만 민화를 가르치는 것도 보람으로 여깁니다. 앞으로도 회원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더욱 연구하고 매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