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략//홀로 들판에 서서 겨울바람 이겨 내는 잡목만도/ 못한 인간들/ 무어 그리 불만 많고 말들이 많은가/ 한발만 빠져 잠시만 생각해봐도 나도 당신도/ 흠 많은 인생인걸// 그저 나날이 조용하면 무슨 재미로 사나/ 더러는 깨지고, 더러는 부서지고, 더러는 물 젖어/ 충혈된 눈으로 떠오르는 햇살을 응시하기도 해야지/ 가끔은 분노도 키우고, 욕망에 충실하기도 해야지//
-조희길,‘더러는 물 젖어’중에서.
삶의 공기의 맛을 우려내고 싶을 때,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 시의 한 측면이라면 여기 눈물 속에 들어있는 꽃과 같은 한 권의 시집을 들자.
이런 독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시집이 출간됐다. 시인이자 청호나이스(주) 전무이사인 조희길 씨가 펴낸 ‘시조새 다시 날다(도서출판 현대시학사 )’가 그것이다. 조 이사는 신라인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맹렬하게 살아가는 출향인이다. 그가 최근 신보를 전해온 것으로, 시인으로서는 두번째 개인 시집을 발간한 것이다.
조 전무는 청호나이스㈜의 핵심영업조직인 PS1총괄사업본부장으로서 마케팅, 법무, 상품기획을 아우르는 마케팅본부 본부장으로 조직을 리드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선보인 조 시인의 시집에는 총 64편의 시가 담겼다. 이번 시집은 기업인으로 30년간 치열하게 살아온 시인의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난 작품으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대별로 총 3부(1부 청년의 노래, 2부 청년의 혼, 3부 아직도 청년)에 걸쳐 구성됐다. 주옥같은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을 시인의 시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조 시인의 시는 신산하고 때로 정겨우며 아득하게 그리운 화자의 내면, 그 속내를 그가 경험한 세상의 지난한 보편의 공기(경험)속에서 구하듯 얼러내고 있다. 시인의 이런 취향은 혈육에 바탕을 둔 소박한 가족애로부터 비롯된다.
유종인 시인은 “이 소박한 심성은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이 되고 그런 심성은 존재를 탐구하는 깊은 열망을 농축하고 있다”고 평했다. 시인은 또, 서로 영원히 결별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의 현실을 일상의 경험 속에서 반추하고 현재적 관념과 감각으로 되새긴다. 유종인 시인은 “그는 어떤 신산 고초 속에서도 매 순간 신호탄처럼 출발할 수 있는 시적 골몰, 그 몰두의 기쁨을 가만히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희길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언젠가 자유인이 될 것이고/ 자유인이 되면/ 꿈속에서도 꿈꾸던/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 이 될 것이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아득한 역사의 절벽에서 뛰쳐나온 ‘시조새’가 되어 다시 비상할 시인의 시세계를 기다려본다.
조 시인은 87년 ‘제8회 호국문예’ 당선을 통해 등단한 이후, 1999년 ‘문학세계 신인상’과 2007년·2013년·2014년 ‘한국을 빛낸 문인들 100인’에 선정된 바 있다. 첫 개인시집인 ‘나무는 뿌리만큼 자란다(도서출판 문학세계)’는 2007년에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