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1) “이야기 들었어? 여자는 부처가 될 수 없다며?” (여자2) “정말? 누가 그래?” (여자1) “응, 내가 다니는 절에 스님도 그러고…. 또 경전 같은 데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는데?” (여자2) “에이, 말도 안 돼, 그럼 전국 방방곡곡의 절에는 왜 성불(成佛)을 못 한다는 여자들만 득실거리냐?” (여자1) “하기야 남자들은 뭐 절은커녕, 허구헌날 부어라 마셔라 술타령에, 이종격투긴가 뭔가 하는 그런 폭력적인 것만 보고도 깨닫는다면 그거야말로 말이 안 되지….” (여자2) “말이 나온 김에 우리 권투나 배워 볼까? 다이어트에 그만이라던데?” 세상에는 소위 ‘상남자’들이 많다. 영화에서는 이들을 아주 잘 묘사해 놓고 있다. 빳빳이 세운 머리는 샤프하고 몸은 호리호리한데 맷집은 또 엄청 강하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유머를 구사하는 여유까지 부리는 007 제임스 본드가 대표적이다. 영화 내내 부수기만 하다가 속편에서도 그러겠노라며 ‘다시 돌아오마(I will be back)’를 외친 터미네이터(Terminator)도 그렇다. 우리도 만만치 않다. 산낙지를 엽기적으로 질겅대는 최민식[올드보이]이나 인간 세상에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있음을 그린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신세계] 등이 그들이다. 죄다 의리나 명분 같이 수컷 냄새 진한 마초맨(macho-man)들이다. 그게 근육만 빵빵한 옛날식이라면 요즘엔 ‘꽃미남’이 대세다. 얼굴은 맑고 중성적인데다 복근은 빨래판마냥 울룩불룩해야 한다. 다 좋은데 머리가 크면 또 안 된다. 손가락은 하얗고 길쭉해야 감성적이고 섬세함도 꼭 갖춰야 할 덕목이다. 카페 같은 데서 사랑하는 애인만을 위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해야 할 돌발 상황(?)도 대비해야 하니까. 그건 그렇고, 그럼 절에서는 어떤 남자상(像)을 으뜸으로 칠까? 이참에 불교 집안에서 뽑은 상남자를 소개해 본다. 한마디로 ‘허물이 있으면 바로 참회하고, 잘못된 일이 있으면 바로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남자’다.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참회할 줄 알아야 대장부(大丈夫)라는 말이다. 뭔가 좀 심심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일리가 있다. 텔레비전 뉴스 프로에 단골 메뉴가 “난 절대 그런 적 없습니다. 전혀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 큰 소리 치고는 며칠 안 있어 구속되는 정치인이나 정부 요직 후보자들을 우린 자주 본다. 잘못이나 부끄러운 짓은 하면 안 된다. 원칙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잘못은 저지르기 마련이다. 일단 과오를 저질렀다면 그것을 인정하고 창피한 줄 알며 두 번 다시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한다. 문제는 그러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작은 것에서 심각한 실수에 이르기까지 절차나 과정은 동일하다. 잘못을 저지르는 게 일상(日常)이라면 참회하고 부끄러워하는 것도 일상이고 평범한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종교에서 그 일상적 행위를 상남자나 할 수 있는 것으로 권위를 부여해 놓은 것 아닐까 싶다. 여자도 어쨌든 잘못을 하지만 또 후회도 한다. 그러니 여자도 당연히 상남자가 될 수 있다. 아니 상남자다. 필자의 어머니만 해도 그렇다. 세상에 정말 그런 대장부 없다. 사람 좋아하고, 온 동네 문제 다 해결해 주며, 뭘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인정하니 동네에서 큰 형님(!) 대접 받는다. 아버지는 덩달아 대접을 받는다. 젊은 여자들은 서로 ‘언니~언니’ 하다가 나이 들면 ‘형님~형님’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일지 모른다. 후회하거나 참회할 일을 저지르고도 딱 잡아떼는 남자도 있다. 이런 남자는 절대 상남자가 아니다. 그냥 남자일 뿐이다. 남자와 여자를 나누어 성불(成佛) 여부를 따진다면, 불교는 아마 남탕 종교여야 할 것이다. 노파심에서 하는 소리지만 여자도 당연히 성불한다고 경전 여기저기서 힘주어 말하고 있다. 대장부와 그 중요성에 대해 일관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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