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목욕봉사를 하러 갔을 때 어르신들에게 죄송한 일이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 봉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따라나섰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어르신들의 감정을 상하게 했던 것이 마음의 응어리로 남아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지역에서 실버댄스와 치료레크레이션으로 재능나눔을 하고 있는 서정주(49) 씨의 말이다. 지인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라이온스 활동. 처음 나갔던 목욕봉사 현장에서 그는 어르신들의 대소변을 받고 씻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다. “처음엔 이상했죠 ‘왜 내가 이 자리에 있나?’라는 생각도 들고, 어르신들을 씻겨드려야 하고 어르신들의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그걸 못하겠더군요. 제가 망설이고 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척척 일을 하는데 어찌나 스스로가 부끄럽던지,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망설임이 어르신들에게 수치심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생각을 거기까지 못했던 것이죠. 처음의 그 경험에서 봉사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해야 하겠다는 마음의 응어리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입니다” 이후 그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사회복지사로서 직업적인 활동을 했다. 사회복지사로서 직업적인 일을 하던 그에게 주위의 사람들은 ‘참 좋은 일 한다’, ‘봉사를 잘 한다’, ‘대견하다’ 등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됐지만 오히려 그에게는 부담이고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했다. “사회복지사로서 업무를 한 것인데 주변에서 그렇게 칭찬을 하니 오히려 더 부끄러웠고, 오히려 제가 지금의 저로 선택할 계기가 이때였던 것 같습니다. 직업적인 봉사가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는 봉사를 위해 직장을 관두고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죠” 직장을 그만두고 지역의 복지기관, 경로당, 노인대학, 장애인 시설 등을 다니며 본격적인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 부끄러웠던 자신에게서 느낀 실망감을 지워보려 봉사에만 매진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건강의 적신호. “뇌 쪽이 안 좋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고, 정밀 검사를 위해 MRI기계 속에 들어가는데 어찌나 무섭던지, 마치 관속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죽음을 앞에 두면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보인다고 하잖아요, 그 말처럼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땐 정말 너무 무서웠습니다”, “다행이도 시술을 통해 지금은 많이 회복됐고, 그 일을 계기로 ‘두 번째로 얻은 삶’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어디까지 나눔을 할 수 있는지 한계를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봉사를 시작하는 계기는 사람마다 다양하다. 서정주 씨는 자신에게서 느낀 ‘부끄러움’, ‘부족함’이 그 계기가 됐다. 그는 ‘두 번째 삶을 얻었다’고 말한다. “봉사를 하는 것이 부끄러웠고, 부족했던 제가 이제는 어디까지 나눌 수 있는지, 언제까지 나눌 수 있는지 그 한계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제 선택에 후회가 안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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