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子曰 禮之用和爲貴 先王之道斯爲美 小大由之
유자왈 예지용에 화위귀하니 선왕지도는 사위미라 소대유지라.
有所不行 知和而和 不以禮節之 亦不可行也
유소불행하니 지화이화이나 불이예절지면 역불가행야라
<주석>
禮 : 인사(人事)의 준칙.
和爲貴 : 예는 경(敬)을 주로 해야 한다. 그 사용은 종용히 예절에 합치하여야 귀하다.
和는 종용히 절박하게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先王 : 고대의 성왕(聖王)을 가리킨다.
斯 : “여기” “이것” 이다. 예를 가리키고 또한 화를 가리킨다.
有所不行 : 이와 같이 함에도 또한 능히 행하지 못 하는 바가 있음을 말한다.
知和而和 三句 : 마 융(馬 融)이 말하였다. 사람이 예에서 화가 귀함을 알고 매사에 화를 따르지만 예로써 절제하지 않으면 또한 행하지 않는 것이다.
<해석>
유자가 말하였다. 예의 쓰임은 종용히 절도에 맞음(調和)이 귀하다. 선왕의 도는 여기서 아름다워졌다. 작고 큰일이 다 이로 말미암는다. 그러나 이것이 행하여지지 않음이 있으니 화가 귀한 줄 알고 화를 이루나 예로써 이를 절제하지 않으면 또한 행하여지지 않음이 되는 것이다.
<黙想>
참으로 귀한 진리이다. 사람이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데 和보다 더 귀한 것은 없다. 어떤 조직이거나 어느 사회에서든지 함께 살아가려면 다 그렇다. 그래 小大由之이다. 선왕도 다 이 화를 귀하게 여겨 어진 정치를 베풀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화를 귀하다 하여 무조건 화만 하려다 보면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하되 예로써 이를 절제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어릴 때 들은 이야기 하나가 기억난다. 어느 아주 깊은 산 속 절에 스님이 7, 8명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한 겨울에 눈이 하도 많이 와서 온 산이 눈에 꽉 막히었다. 다행히 식량은 있는데 문제는 땔감이 없는 것이다. 밥은 못해도 생식을 하면 되는데 너무 추워서 얼어 죽을 판이었다. 문짝을 떼어다 다 아궁이에 넣어도 며칠 버티지를 못하였다. 이제 나무라고는 목제로 된 불상 하나 뿐이었다. 그러나 차마 어이 부처님을 불사를 수 있으랴? 그들은 참고 참았다. 그러나 한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그만 그 불상마저 아궁이에 넣고 말았다. 두려웠지만 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 당장 노하신 부처님이 오셨다. 스님들은 엎드려 벌벌 떨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이 저지른 죄가 너무나 엄청난 것이었다. 그때 부처님이 물으셨다.
“누가 이 짓을 하였느냐?”
“저희 모두가 의논하여 하였습니다.”
“나를 도끼로 쳐 아궁이에 넣는데도 한 놈도 반대한 놈이 없었더냐?”
“없었습니다. 같이 죄 짓고 같이 벌 받자고 하였습니다.”
“그래?”
부처님은 더 이상 따지지 않으시고 가셨다. 비록 엄청난 죄를 저질렀지만 和를 귀하게 보신 것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부처님이 그냥 벌을 주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和가 귀하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和만 알고 참 목표, 곧 부처 섬기는 일을 잘하지 못하였으므로 그저 겨우 용서만 하였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和가 귀하다 해도 예로서 이를 절제하여야 하는 것이다. 비록 얼어 죽는 한이 있어도 여기서의 예, 곧 부처만은 안 된다고 하는데 뜻을 모아 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