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9회를 맞이하는 경주시 문화상은 문화·예술, 교육·학술, 사회·체육 분야별 향토문화 창달과 지역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자에게 시상하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문화·예술분야에서는 권순채(64) 선생이 수상했다. 권순채 문화·예술분야 수상자는 향토문화지킴이자 시인, 농부로서 내남면 이조1리에 살고 있다. 선생은 1973년부터 지금까지 농사짓고, 꾸준하게 생업에 종사하면서 굳건한 뿌리의식 없이는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일들을 묵묵히 해냈다. 바로 신라문화동인회 자료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고향 향토사 연구를 거듭하면서 1985년부터 사라져가는 경주의 고유한 땅이름을 조사하고 연구했으며 경주 지방의 땅이름, 동제, 전설, 방언, 나무 등과 문화유적 등을 지속적으로 조사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땅이름(지명) 관련책만 해도 시집까지 4권으로, 지금까지 총 9권의 책을 발간해 낸 그는 고속철도 기초노반 공사, 공공근로, 문화재 발굴현장 등에서 닥치는대로 일을 하고 돈을 마련해 책을 냈다. 선생은 지난 3월, 경주문화원이 올해 첫 제정한 제1회 ‘자랑스런 경주문화인 상’을 수상하는 등 32년간 무명 학자로서 고군분투한 공로를 인정받고 드디어 그간의 노고와 업적을 치하 받은 바 있다.
그는 또,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지은 매월당 김시습의 ‘금오신화제’를 주선해 지내고 있다. 선생은 또, 세속오계를 실천한 신라 화랑 ‘귀산과 추항 숭모제’를 2011년부터 주체적으로 주관해 지내며 동서 화합에도 앞장서고 있다. 선생에게 수상소감을 물었다.
“지금까지 묻혀 있었던 것들이 밝혀져 감사드립니다. 지금껏 아무 이름도 없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이 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세상에 조금씩 알려지고 빛을 볼 수 있는 것이 소중하고 기쁩니다”면서 다치기도 하고 ‘한정 없이 돈 쏟아 붓고 남들에게 비난 받았던’ 순간들도 주마등처럼 스쳤다고 했다. 현장에서 많은 일을 하면서도 비난은 이어졌다고 했다.
“비판 받는 게 일이었죠. 하하. 알만한 이들도, 돈 어렵게 벌어 쓸데없이 엉뚱한 것에 쓴다고요. 근무 시간이 외에 글을 쓰고 기록을 해야해서 힘들기도 했고요”
하지만 선생은 단호하게 확신한다. “이 지구상 수많은 민족과 나라와 사람이 있지만 기록하는 자 만이 역사상에 전해지는 것 아닙니까” 라면서 천직인 농사일을 기본적으로 하면서도 경주의 전설, 사라지고 있는 경주의 말들, 땅이름 조사는 물론, 문화유적과 관련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숨어있는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연구가 열심이다. 또, 경주시 전체에 대한 마을 단위 지명조사, 오래된 나무 등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직까지는 대표적인 나무들만 보호수로 지정돼 있어요. 그런데 지정되지 않은 나무들이 더 좋은 것이 많거든요? 그런 나무들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경주에서 누가 각종 유실수를 처음으로 도입하고 보급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입니다. 이들 자료도 문화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겁니다”
“이 수상을 계기로 더 열심히 조사하고 연구 해야죠. ‘이 몸 다 바쳐 생을 사른다’는 각오로 끝까지 발굴하고 기록할 생각입니다”는 선생의 경주 사랑은 더욱 가열차져 탄력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