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경주서 개최된 제78차 국제펜대회를 기념해 이듬해 9월 노동·노서고분군 내 문을 연 ‘문정헌(文井軒)’이 개관한지 4년여가 지나도록 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문정헌은 당초 국제팬대회를 기념하는 상징물이 필요하다는 인식과 책을 통해 시민들이 소통하는 문화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의욕적으로 만들어졌다. 문정헌을 관광객이 쉬어가는 공간, 시민들 간 상호 소통하는 공간으로 활용해 책도 보고 노동노서고분군의 시원한 정취도 한껏 느끼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정헌은 개관이후 홍보도, 운영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0명 내외의 방문객이 고작이며 시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차를 파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2일 열린 경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문정헌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귀룡 의원은 “문정헌이 국제팬대회 개최 기념관으로 의미가 있다고는 하지만 체계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몰라서 활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문정헌 활용에 대한 이 같은 지적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작년 7월 본지가 이 문제를 보도했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도 크게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인다. 문정헌이 있는 바로 옆 봉황대에는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봉황대뮤직스퀘어가 열리는 곳이다. 그리고 천마총을 마주하고 있고, 도심에서 황남동 방향으로 관광객들이 이동하는 길목에 있기 때문에 요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정헌은 활용여하에 따라 경주의 명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문정헌은 특정 관계자들의 공간이 아닌 시민들이 애용하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새로운 문화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문정헌이 책만 관리하고 차를 판매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운영 또한 탄력적이어야 한다. 문화공간을 갈망하는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들이 퇴근 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관 시간도 차라리 오후 1시 경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시민들도 문정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일부 방문객들이 음식을 가져와 먹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정헌은 임시쉼터가 아닌 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해야 한다.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들고, 매년 운영비까지 들여가는 문정헌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문정헌 운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 중지를 모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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