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들 중에서 가장 반항적인 기질을 가진 아이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설로웨이라는 역사학자는 진화론에 대한 반응을 분석하는 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어 봤는데요, 찰스 다윈의 〈진화론〉 하면 잘 아시겠지만 유명한 만큼 논란도 많지요.
진화론은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의 존재는 하등한 것에서 고등한 것으로의 변화하고 진화한 결과라는 과학적인 설명입니다. 인간은 창조주나 신의 작품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아무튼 설로웨이는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되기 전인 1700년부터 1859년까지의 기간 동안 진화라는 개념에 대해 수백 명의 과학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분석을 해봤더니, 나중에 태어난 과학자들 117명 가운데 56명이 진화를 믿고, 맏이인 과학자들은 103명 가운데 겨우 9명만이 진화를 믿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지고, 자신의 신념에 매몰되는 반면, 젊은이들은 새로운 것을 더 쉽게 받아들인다고 생각들 하지요. 하지만 이 실험을 주관한 설로웨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출생 서열이 아래인 80세 노인이 맏이인 25세 청년보다 진화론에 대해 훨씬 열린 자세를 취한다”고 말이죠. 즉, 나이보다는 출생 서열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더 영향력을 미친다는 겁니다.
혹시 여러분은 야구를 좋아하십니까? 호쾌한 장타도 볼 만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똑딱야구’를 즐기는데요, 마음을 졸이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지고 있어도 안타 한 방이나 아슬아슬한 도루 한 번으로 역전이 가능하죠.
사실 도루는 아주 위험한 동작 중 하나입니다. 도루로 팀의 점수를 올릴 가능성이 3퍼센트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뿐인가요, 도루에 성공하려면 보통 베이스를 향해 온몸을 던져야 하는데, 그러면 상대 선수와의 물리적 충돌은 피할 수 없습니다.
본루 도루는 또 어떻고요. 선수는 본루를 향해 서 있기 때문에 투수가 공을 던지기도 더 쉽습니다. 홈으로 뛰어들려면 도루 주자는 90피트(27미터 정도)를 발로 뛰어야 하지만, 투수의 경우 공을 60피트(18미터 정도)만 던지면 됩니다. 쉽게 말해 공보다 발이 더 빨라야 성공한다는 거지요. 그만큼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말입니다.
미국 야구 역사상 가장 도루를 많이 한 선수는 리키 헨더슨(Rickey Henderson, 1958~ )으로 1400회 도루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 중 본루 도루는 딱 한 번뿐입니다. 두 번째로 도루를 많이 한 루 브록(Louis Clark “Lou” Brock, 1939~ )은 총 938회 성공했지만 본루 도루는 아예 없습니다.
자, 여기 무려 19회 본루 도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사람이 있군요. 제키 로빈슨(Jackie Robinson, 1919~1972)입니다. 1947년 메이저리그 야구 사상 첫 흑인 선수가 된 그날부터 로빈슨은, 상대팀 뿐 아니라 소속팀과도 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종차별주의자 선수들하고 말이죠. 고의로 부상을 입히는 선수들, 증오의 편지와 살해 협박에 이르기까지 온갖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지요. 그런 그였기에 미국 최초로 대기업 흑인 부사장까지 승진도 했고, 최초로 흑인 야구 해설 위원이 되기도 합니다.
견고한 사회 규범에 맞서 끝내 저항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신체적으로 위험에 직면하고도 꿋꿋하게 견뎌낼 수 있었던 그 배짱은 도대체 어디서 나왔을까요?
역사학자 프랭크 설로웨이와 심리학자 리처드 츠바이겐하프트는 야구 선수로 활동한 400여 명의 형제들을 가려내서 조사했더니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출생 서열만으로도 도루율을 예측할 수가 있었답니다. 동생들이 맏이들보다 도루를 시도할 가능성이 무려 10.6배나 높다고 합니다. 도루 왕 리키 헨더슨는 일곱 명의 형제자매 중 넷째고, 루 브록 선수는 무려 아홉 명의 형제 중 일곱째며, 19번 본루 도루 성공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의 제키 로빈슨도 다섯 째 중 막내였다고 합니다. ‘형만 한 아우 없다’지만, 세상을 바꾸는데 아우들이 큰 역할을 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