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거미술관은 독자적인 작품 기법을 확립한 화가 박수근의 발자취를 따라 그의 미학의 근본을 둔 도시, 경주에서 박수근의 예술적 혼과 흔적을 찾고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고 있다. 20세기 한국이 낳은 국민화가 박수근의 작품이 신라에 온 것이다. 박수근 특별전의 개막식이 지난달 25일 경주솔거미술관에서 열렸다. 이 전시는 대구·경북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박수근 전시이자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의 첫 번째 관외대여 전시이며 가나문화재단의 소장작품과 개인소장가들의 작품까지 함께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양구군립 박수근미술관 관련 소장품 60여 점 중 20여 점이 경주와 연관성을 보이고 있어 신라문화에 대한 박 화백의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박수근 화백은 생전에 경주를 직접 방문해 김유신 장군묘의 십이지신상, 임신서기석 등을 탁본한 후 화강암의 질감을 재현하는 작품기법을 탐색하는데 활용했다고 한다. 신라 토기와 석물조각들을 탁본하고 프로타주 기법을 사용해 화강암의 질감을 구사해 입체감을 부조(浮彫)시킨 방법들이 작가 자신만의 예술적 모태가 되었다.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은 경주솔거미술관이 오랜 기간 준비해 온 기획전시로 박수근의 유화, 드로잉, 탁본, 판화 등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이미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경주솔거미술관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25일 열린 개막식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 최양식 경주시장, 전창범 양구군수, 김형국 가나문화재단이사장, 이동우 경주엑스포 사무총장, 문화계 인사 등이 참석해 특별전의 개막을 축하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경주솔거미술관이 전국적 수준의 미술관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한 군데서 감상하기 힘든 작품들을 경주에서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하게 작품대여를 결정해 준 양구군과 가나아트센터측의 결정 덕이다. 전창범 양구군수를 개막식 당일 만났다. 전창범 양구군수는 “이번 기획을 해 주신 것에 우선 감사드린다. 강원도 양구군은 박수근 선생의 고향으로 그동안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과 작고 50주기 추모행사 등을 통해 한국의 가장 위대한 화가 박수근의 삶과 예술세계를 재조명해왔다”고 했다. “박수근 선생은 고대 석조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아, 1950년대 자주 경주를 찾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선생의 작품세계와 경주의 고대문화와의 연결 고리를 이번 전시를 통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주시민과 경북도민들에게 박수근 화백의 작품성과 다양성이 널리 홍보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양구군 박수근 생가터에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작품의 가치와 작품의 세계를 고향에 선양하고 홍보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면서 양구군은 박수근 미술과 외 여러 관련사업에도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전 군수는 “수 십 점을 한꺼번에 외부에 대여 해 본 적이 없다. 경주에서의 전시는 박수근미술관의 그간 보수적인 운영을 지양하고 개방적인 운영으로의 출발이기도 하다. 이번 경주 특별전을 계기로, 경주의 고문화와 박수근 화백의 미술세계를 접목해보는 문화교류의 물꼬를 트는 의미가 있다고 전하며 “경주를 오가며 제작했던 작품을 경주솔거미술관에서 선보여 박수근의 작품세계를 경북도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좋은 전시는 주로 서울 중심이었는데 경주에서 박수근 전시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지방문화발전을 위해서도 뜻깊은 일이며 미술 자산을 공익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가나문화재단의 설립취지와도 일치한다”며 “박화백의 작품이 미술 시장에서 엄청난 시세이기 때문에 소장자에게서 그림을 빌리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소장자들과의 오랜 인연으로 흔쾌히 작품을 빌려주었고, 경주엑스포와 박수근미술관이 함께 해 이런 귀한 전시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박수근 화백은 시장사람들, 빨래하는 아낙네, 노상의 할아버지 등 서민들의 소박한 생활상을 그림에 담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시대를 살았지만 전쟁의 피폐한 모습 대신 소박한 일상을 묘사하여 삶에 대한 희망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매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던 작품 ‘빨래터’를 비롯해 서민들의 모습을 담은 유화 작품 23점을 만날 수 있다. 신라에 온 국민화가 박수근 특별전은 작품 전시 외에도 박수근 기록영상 상영, 포토존 운영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리고 있으며 앞으로 미술전문가 초청 강연, 박수근 화백의 유족과 함께하는 미술체험교실, 학술세미나 등도 계획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8월31일까지 경주솔거미술관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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