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禽問於子貢曰 夫子至於是邦也 必問其政 求之與 抑與之與 자금이 문어자공왈 부자지어시방야에 필문기정하시니 구지여아 억여지어아 子貢曰 夫子溫良恭儉讓以得之 夫子之求之也 其諸異乎人之求之與 자공왈 부자온량공검양이득지시니 부자지구지야 기제이호인지구지여라. <주석> 子禽 : 성은 진(陳), 명은 항(亢), 자는 자금이다. 공자의 제자이다. 子貢 : 성은 단목(端木), 이름은 사(賜), 공자의 제자이다. 必問其政 : 그 나라의 정사를 물음이다. 求之與 抑與之與 : “抑”은 반어사이다. “그렇잖으면” 의 뜻이다. 끝의 “與”는 歟와 같다. 정현이 말하기를 “구하여서 얻으려는가? 그렇지 않으면 임금이 원하여서 주려고 하는가? 라 하였다. 溫良恭儉讓 : 공자의 성덕(盛德)을 말한다. 온은 온화, 양은 양선, 공은 공경, 검은 검소, 양은 겸양이다. 其諸 : 어조사, “혹은” 이라는 뜻이다. 異乎人之求之與 : 공자가 가서 그 정치를 들음은 자연적으로 듣는 것으로써 다른 사람이 구하는 것과는 다르다. <해석> 자금이 자공에게 물었다. 선생님께서 어느 나라에 가시면 반드시 그 나라의 정사를 들으시는데 도대체 자신이 구해서입니까? 아니면 남들이 자원허여서 가르쳐주시는 겁니까? 자공이 대답하였다. 선생님께서는 온화, 양선, 공경, 검소, 겸양하셔서 선생님께서 구하시는 것은 혹 다른 사람이 구하는 것 과는 다르다. <黙想> 자공의 슬기로운 대답에 고개가 숙여진다. 자금의 질문은 자못 불만이요, 나아가 시비조이다. 선생님께서 어느 나라에 가시면 구질구질하게 정치를 물으며 한 자리 얻기를 구한다는 뜻이다. 옆에서 보기가 민망하였던 것이다. 그러니 속이 상해서 불평을 하는 것이다. 이에 대답하여야 하는 자공으러서도 난처하였다. 그로서도 부정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자금과 같은 아직 수준이 낮은 제자로서는 그렇게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자금의 질문에 동조할 수도 없는 것이다. 제자로서 스승의 단처를 바로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철든 자기 눈에는 단처가 아니지만 그 어린 눈에는 그렇게 비치는 걸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 그래 답변이 좀 엉뚱한 듯, 혹은 궁한 듯 보이는 것이다. 구하시는 것은 사실이나 보통 사람이 구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대답에 자공의 지혜가 자못 높게 보이는 것이다. 남의 수하로서 어른을 모시는 기본적인 태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이 대답을 보면서 구약에 나오는 노아 아들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노아라는 노인이 포도주에 취하여 하체를 벗은 채 자고 있었다. 맏아들이 이를 보고 두 동생에게 얘기하였다. 이를 들은 두 생은 옷을 들고 뒷걸음쳐 들어가서 그 하체를 덮어 드리고 나왔다. 결코 그 하체를 보지 않았다. 노아가 잠을 깨어 이 사실을 알고는 그 맏아들을 저주하고 그 두 동생을 축복하였다는 것이다. 예나 이제나 남의 단점, 특히 어른의 단점은 절대로 떠벌리지 않고 보지도 말고 덮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 세상은 너무 남의 단처를 까발리기를 좋아한다. 좀 모르는 척 덮어주는 아량이 요구된다. 더구나 자기의 선조이거나 혹은 자기가 모시던 사람의 단처는 되도록 덮어드려야 함이 자기의 도리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잘못을 옹호하란 말은 아니다. 자기가 나서서 공격하는 일만은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요 도리라는 것이다. 오늘날 정치판에서 박근혜씨에게 자꾸 5,16을 캐묻고 덤비는 것은 좀 야비한 짓이라 할 것이다. 자식에게 그를 물어 어쩌자는 것인가? 자식으로서 그 아버지의 행위에 대하여 무어라 대답하란 말인가? 정치에서도 좀 인정이 넘치게 할 수는 없을까? 좀더 너그럽게 좀더 신사적으로 할 수는 없을까?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정치가보다 먼저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져야 할 것이다. 남의 상처를 건드리고 그런 걸 캐묻고 하는 더러운 작태를 싫어하면 정치인들도 삼갈 것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수준이 거기까지 못 미치는지 자꾸 이런 추잡한 데 시선이 모이니 안타깝다. 적이라도 감싸 안아 주는 통넓은 정치를 보고 싶다. 자공의 지혜로운 대답이나 노아의 두 아들의 착한 행위 등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고 하겠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