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에 광명이 너 만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 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윤선도 오우가 중 ‘달’을 노래한 부분.
각박한 현실사회에서의 보름달은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준다. 혼자 뜨고 혼자 지고 있는 달을 그리면서 달의 상징성을 빌려 화가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화가가 있다. 달맞이를 통해 한걸음 더 발전하는 발판으로서 도약하는 화가의 전시가 서울에서 열린다. 바로 변동렬(52) 화가의 개인전이 그것인데, 오는 6월1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윤당아트홀(Y갤러리, 서울 강남구 신사동634-10, B1)에서 ‘꿈꾸는 달’ 전이 열리는 것.
화가는 이번 전시에서 ‘월인천강(밤하늘의 달은 하나인데 천 군데의 강에 천 개의 달을 떠 올리는) ’의 넓은 마음까지 보여준다. 미니멀하면서도 시대상을 반영해 현실을 직시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달’ 작품을 중심으로 총 30점이 출품된다. 100호 50호 등 큰 작품이 대부분이다.
이번 전시에서 변 작가는 달 소재 이외에도 자연의 이러저러한 모습들에게도 친근한 눈길을 주고 있다. 빨간 장미 같은 꽃이거나 정물, 그리고 자연..., 화가의 관심 폭은 넓다. 하지만 이번 모처럼 갖는 개인전은 보름달이 있는 풍경에 초점을 맞추면서 약간의 예외를 두었다. 울림을 위한 여유의 행보인 것이다. 변동렬 화가 본인만 그릴 수 있는 개성으로, 달에 대한 참신한 해석과 경주 화가로서 본인만 그릴 수 있는 소재와 주제가 더욱 확장되고 깊어지는 전시로 기대를 모은다. 전시 오픈식은 6월 3일(토) 오후 5시, 윤당아트홀에서 작은 이벤트와 함께 진행된다.
윤범모 미술평론가는 ‘변동렬의 작품과 보름달의 상징성’에서 “경주 화가 ‘변동렬’은 보름달을 그리고 있다. 누구나 안을 수 있는 보름달이지만 화가에게 있어 보름달은 소재 선택에 위험부담을 줄 수 있다”고 하면서 둥근 원형 하나로, 단순한 형태에서 오는 조형적인 맛없음을 경계했다.
“형태의 단순함은 그만큼 회화적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게 한다. 그럼에도 변동렬은 보름달에 자신의 조형적 발언을 담고자 했다. 변동렬의 달은 사실적 묘사에 충실하다”고 설명했다.
또 “변동렬의 묘사력은 기초가 탄탄한 편이다. 거기다 색채감각도 좋다. 그의 보름달은 이스탄불의 성당 위에도 있고, 기마병이 있는 징기스칸의 벌판에도 있고, 경주 남산 위의 석탑에도 있다. 현대판 월인천강의 변용”이라고 풀었다.
변 작가는 “달을 그린 모티브는 윤선도의 오우가에서 영감을 받았다. 상처 입은 보름달의 표면은 지구가 맞을 운석 대신 맞은 상처기도 하다. 혼자 뜨면서 자신의 상처를 온전히 보듬고 있는 보름달, 이것의 상징성을 화면에 고스란히 재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변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또, 이렇게 되뇌었다. “달은 동경이며 그리움이자 미지다.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가 다시 다가옴은 나이 탓일까? 반복된 삶, 여유가 없는 생활 속에서 늦은 퇴근길에 만난 ‘달’은 잃어버린 첫사랑같이 반가웠다”고.
그는 “달을 제대로 그리고 싶었다. 달을 그리기 위해 5년 정도 골몰했으나 작품으로 쉽게 구현되지 않았다. 일 년간 꼬박 그린 달 작품도 있다. 현 시대상황과 현실을 달을 통해 접목해 솔직하게 표현해 보았다”고 했다. 그의 이번 신작들은 메시지가 강하면서도 회화성은 더욱 깊어졌다. 서정적 그림에서 화풍이 바뀌는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고도 있다.
이번 전시에는 달 그림 이 외에도 서정적인 구상작들도 선보인다. 이를 위해 화가들의 고향인 계림숲을 다시 그렸다고. 이는 첫 마음으로 돌아가 원점에 서보고 싶었던 작가의 노력의 일환이자 의지였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5년여 꾸준하게 준비를 했다. 소위 ‘빽 작업’만 10회를 한 작품도 있고 붓 자국을 없애기 위해 (매끈하게 하려고) 여러번 칠한 것은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면서 직장을 다니면서 그림작업으로의 전환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달과 달빛을 제대로 구현해 보는 이로 하여금 윤택한 감정의 동요를 일으키고 싶다. 달과 나를 담기위해 온전한 시간을 보냈던 이번 전시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변동렬 화가는
화가이자 문화기획자로 동국대, 동대학원(석사) 졸업, 그룹 및 기획전시에 다수참가했다.
2006년 드림센터 전시에 이은 네 번째 개인전을 이번에 가진다. 현재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그간 작가와 행정 기관에서의 교량적 역할을 다양하게 해왔다.
그가 기획한 대표적 성과로는 경주타워 멀티미디어 쇼 총감독, 경주타워 신라문화역사관 기획연출, 경주문화엑스포 공원 마스터플랜 수립, 주제영상 기획 및 해외수출 등과 공연, 전시기획 50여 회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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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에 관한 문의는 02) 518-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