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천읍에서 넉넉잡아 30분. 감산리 국도에서 4.2km. 구불구불한 산길로 들어서게 되면 자연스럽게 창문을 한껏 열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느끼게 된다. 눈앞에 펼쳐지는 산골 마을들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 덧 10여분이 흘러 농촌전통테마마을인 ‘다봉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김인영(69)위원장과 ‘꽃미녀’ 김말순(64) 부부, 그리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특이하고 아름다운 100여점의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었다.
-1987년 500여개의 화분과 귀촌한 부부
대구에서 생활하던 부부는 평소 취미로 야생화를 가꾸고 있었다. 87년 현재 다봉마을로 귀촌하게 되며 취미로 가꾸던 야생화 화분 500여개를 같이 가지고 오게 됐다고. 귀촌 후 크게 할 일이 없었던 부부는 9년 전 ‘야생화 전시회나 해보까?’라는 마음에 자비를 들여 전단지를 만들고 대형마트 쪽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첫 해 일주일간 800여명의 관람객들이 찾아오며 본격적인 전시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경주시의 관심과 9년 째 이어오는 ‘다봉마을 야생화 전시회’
“첫 해 많은 관심에 대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내년에도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에 이듬해에도 개최를 했는데 첫 해보다 더 많은 분들이 다녀갔어요” 전시회 2년 차에 시의 관심을 받아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을 받게 됐고 3년차부터는 일부 예산지원도 가능해졌다. 덕분에 홍보도 많이 되고 예산지원이 있어 전시회가 고급화 됐다고 김 여사는 말했다.
-10년은 해야되는데 몸이 따라주질 않아요
농업기술센터의 예산지원이 시작되고 김말순 여사는 ‘그래! 내가 힘이 있는 한 10년 간은 해야지’라는 마음의 약속을 했지만 붓는 손가락과 무릎으로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아쉬움을 남겼다.
힘든 상황에서도 김 여사는 “지금처럼 화분을 전시하는 것은 사실 힘들 듯 해요. 그래서 이 야생화들을 넓은 마당 돌 사이사이에 심으려는 생각을 하고 있죠. 아무래도 야생화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 지는데 그걸 만끽하려 전국각지에서 오는 손님들을 생각하면 힘들더라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요”라며 매년 멀리 타지에서 오는 관람객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꽃미녀’ 김말순 여사
다소 거칠 수 있는 표현 ‘꽃에 미친 여자’ 줄여서 꽃미녀라 자신을 표현했다. 또한 전국에서 야생화에 대해 본인만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란 자부심, 그리고 거기에 걸맞는 해박한 지식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야생화는 친구이자 연인입니다. 기분이 나쁜 일이 있을 때 몇 시간이고 야생화를 보고 있으면 그 앙금들이 사라지고 편안해지기 때문이죠” 야생화의 매력에 대한 김 여사의 답변이었다.
-슥 지나치면 나무와 풀, 조금의 관심으로 아름다운 꽃이 되다
이곳에서는 희귀한 야생화들이 즐비했다. ‘캉캉춤’을 출 때 입는 치마와 닮았다 해서 붙여진 ‘캉캉매발톱’, 아름다운 꽃다발을 연상케 하는 희귀 야생화 ‘피뿌리’, 꽃잎 하나하나가 백성들이 먹는 흰쌀 모양 같이 생겨 불려진 ‘민백미꽃’,전시장 문을 들어서면 향기로 손님을 맞이하는 ‘어름꽃’ 등 아름답고 희귀한 야생화들이 김 여사의 손을 통해 하나의 꽃으로 재탄생됐다.
좋은 환경과 아름다운 꽃, 거기에 꽃미녀의 야생화 설명으로 어우러진 ‘다봉마을 야생화 전시회’는 오는 14일 그 막을 내린다. 하지만 기간이 끝나더라도 사전에 연락을 한다면 다양한 야생화를 만끽할 수 있고 농촌전통테마마을에 걸맞게 연인·가족 단위로 숙박을 통한 힐링의 시간도 가질 수 있다. (홈페이지 www.dabong.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