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존재는 부모, 그리고 조부모, 사회환경일 것이다. 파란하늘아래 잔디밭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만 봐도 저절로 웃음이 나는 어린이날. 부모님의 손을 잡고 입에는 막대사탕하나 물고 아이들은 쪽빛 같은 하늘만큼이나 마음이 설레고 기쁨을 누리는 시간을 보냈다. 지난 5일 어린이날 큰잔치가 열린 황성공원. 얼굴에 그림을 그려주거나 만들기 등 즐거운 체험으로 봉사를 하는 많은 사람들 속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이가 있다. 참가자에게 기념품 증정을 위해 물건을 쌓아두고 간식을 제공받아 정리를 하던 도중 75세 정도 돼 보이는 어르신이 테이블 가까이서 서성거렸다. 대수롭지 않게 체험활동 준비를 하는데 간식이 있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접었다’하며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이상했다. 어르신은 “어린이날이 뭔데 어른은 뒷전이고 모두가 야단법석이네. 배곯아 걸을 힘도 없이 이곳에 왔구만 어른을 위한 배려는 전혀 없네”라고 하며 간식을 도둑질하듯 들고 자전거를 타고 휙~ 자리를 떠났다. 그 뒤를 따라 얼른 밥버거 하나와 물을 더 가져다 드렸다. 저 간식을 먹고 체하면 어쩌나! 걱정이 먼저 앞섰다. 어이없고 할 말을 잃었지만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아니 배가 고팠으면···’ 순간 무엇 때문에 뒤따라가며 더 드렸는지는 필자도 알 수 없었다. 그 장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한 어린이의 눈과 마주쳐 순간 몹시 당황스러웠다. 저 아이의 가슴에는 무엇이 새겨졌을까? 혼자 왔다는 그 아이 손을 잡고 한참을 이야기하며 놀아 주었다. 간식을 들고 달아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말끔히 지워주고 싶었다. 그 와중에 한 아이의 손을 잡은 부모님이 체험을 하는 척 의자에 앉아 잠시 머뭇거리더니 기념품을 쌓아둔 책상 아래로 손을 넣어 슬쩍 쥐고서 무표정한 아이의 손을 이끌고 자리를 떴다. 순간 ‘무엇 때문에 이런 것만 눈에 들어오지, 필자의 눈을 의심하며 마음을 먼저 쓸어내렸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하면 될 텐데···’ 좋은 부모, 멋진 조부모가 되는 길은 어떤 것일까? 무엇이든지 다 흡수하는 스펀지 같은 아이들이 먼 훗날 부모, 조부모가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일까? 어린이날 사랑하는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부모로선 뿌듯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부모들은 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줘야 하는지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아이들은 부모와 주변 환경을 통해 세상을 알아간다. 부모들의 사소한 행동도 따라하는 것이 아이들이다. 다른 아이보다 내 아이에게 하나 더 주려고 질서를 무시하는 행동은 문제가 있다. 우리 아이들이 나누고, 배려하고, 공유하며 사회질서를 배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부모의 모습이야 말로 지금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윤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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