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군지 잘 몰라! 귀도 잘 안 들리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데 투표는 어떻게 가겠노, 기자 양반. 멀리까지 오는데 고생은 했는데 도저히 갈수가 없어”
황보 할머니는 낯선 기자의 방문이 귀찮을 법도 하지만 몸이 성하지 않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지난 9일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지역에서 가장 고령의 투표자는 누굴까? 그 의문점을 풀기 위해 수소문 끝에 황보외술 할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 04년생! 황보외술 할머니를 나타내는 숫자다. 2004년생이 아닌 1904년생으로 나이로 치자면 올해 114세가 되는 셈이다.
현재 황보외술 할머니는 주민등록상 지역 최고령자다. 마을 이장의 말에 따르면 주민등록을 만들 때 출생 연도가 잘못 올라갔을 것이라고는 추정되지만 그래도 100세는 거뜬히 넘겼을 것이라 말했다.
황보외술 할머니는 혼자서는 거동이 어려웠다. 누군가 투표장까지 모셔다 드린다면 투표할 수 있다는 이장의 말에 기자가 일일봉사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할머니 투표장까지 모신다는 말에 황보 할머니는 말씀이 없었다. 그러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서 정신이 없어. 그리고 누가 누군지를 알아야 뽑지. 우리 자식들이 잘사는데 도움 되는 사람을 찍으면 되지만 움직일 힘이 없어. 허리가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해”라고 답했다.
주민등록증을 보이며 그 정도 나이가 된다며 “누가 데려다 줘도 뭐가 뭔지 몰라서 투표를 못해”라며 어린 기자를 타일렀다.
발길을 돌리려는 이에게 황보외술 할머니는 반갑게 인사를 건냈다.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 다음에 또 놀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