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행사, 경로당 잔치, 아동센터 등에서 노동봉사는 물론 어르신들의 말벗, 젊은 엄마들에겐 선배, 아이들에겐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편한 상담선생님으로 15년간 지역에서 봉사해온 박기영 씨. 평범한 주부였던 그가 봉사를 하게 된 계기는 아들의 놀꺼리를 직접 마련해주기 위해 시작한 ‘그림자랑대회’ 였다.
“남편을 따라 서울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경주로 이사를 오게 됐지요. 경주로 처음 왔을 때 주변에 아들이 놀만한 공간이 없어서 ‘직접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래 친구들을 모아서 ‘그림자랑대회’를 열었습니다. 주제를 정해주고 이웃들의 투표를 받아서 아이들에게 상을 나눠주는 작은 대회였죠(웃음)” “그렇게 한 1년을 아이들이랑 같이 놀아주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함께하는 이웃들이 늘어나고 무언가 뿌듯한 기분도 들어서 봉사를 계속하게 됐어요”
봉사의 재미와 보람을 느끼고 탄력적으로 시작하려는 시기에 IMF로 인해 잠시 봉사를 내려놓게 됐고, 2003년 즈음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봉사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봉사를 다시 시작하면서 상담으로 해주는 자원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공부를 하면서 상담의 영역이 다양하게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중요한건 제가 그동안 해왔던 육아의 방식이 저만의 일방통행이었단 것을 깨닫게 됐어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상담봉사가 학부모들에게로 돌아간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는 것.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가장먼저 떠올랐어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육아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해지고 있고, 또 엄마들에게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기질을 파악한다거나 아이가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 캐치하는지에 대한 것들을 제대로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저처럼 일방통행적인 육아를 하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
상담봉사를 시작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바로 상담을 할 장소가 없었다는 것. 상담요청을 받으면 어디든 다녔지만, 형편이 조금 어렵거나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편하게 대할 장소가 없었다는 것.
“장소가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학교나 경로당, 엄마들이 모여 있는 곳은 찾아가기가 쉬웠지만 소수의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할 공간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누구나 찾아오기 쉽도록 장소를 얻어 지금은 장소 때문에 힘든 점은 없어요”
장소를 마련하고 기영 씨는 지역의 엄마들을 대상으로 무료강의를 하고, 다문화, 저소득층 가정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며 상담소로 이용하고 있는 장소를 전면 무료로 개방했다.
“무료개방이지만 이익을 요구하는 단체에게는 개방하지 않아요. 자신의 재능을 이웃들에게 나누어줄 의향으로 사용한다면 언제든지 개방입니다. 좋은 뜻을 펼치고 싶지만 장소가 없어서 그러지 못하는 속상함을 제가 겪어봤잖아요. 그래서 무료로 장소를 제공하게 됐어요” 기영 씨가 봉사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뒤로 미루면 안 된다’는 것.
“요즘은 많은 분들이 봉사를 하고, 단체들도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봉사라는 것이 언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봉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미리 만들어놔야만 할 수 있는 것이에요. ‘다음번에 시간이 나면 해야지’라는 마음으로는 시작할 수 없는게 봉사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