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산과 강을 따라서 삶의 터전을 잡아 마을을 형성하고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어 자연과 교감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마을숲과 나무는 생명의 근원이자 문화의 요람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고향마을’을 생각하면 마을의 한복판이나 어귀에 큼지막하게 자리잡은 아름드리 고목나무가 떠오를 것이다. 그 고목나무 그늘 아래 모여서 농사일에서부터 세상 돌아가는 각종 화제들이 등장해 토론의 장이 되기도 하고, 장기나 바둑을 두거나 정담을 나누는 어르신들, 나무 주위를 맴돌며 재잘거리는 아이들, 동네에 경사가 있으면 풍물을 울리며 한바탕 신명나게 노는 장소가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모습들이 아련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사라져가고 있다. 마을의 번영과 안녕, 태평성대를 지켜온 유래가 있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이 정성으로 제사를 올리는 당수나무도 있고, 연륜만큼이나 수 많은 전설이나 사연이 전해 오는 나무도 있다. 동네 사람들의 소원을 비는 나무가 되기도 하고, 봄에 잎이 피는 모습으로 그 해 농사의 풍년을 점치는 나무이기도 했다. 겨울 밤에 고목나무에서 우는 부엉이 소리에 놀라 칭얼거리던 어린 아이도 말없이 잠이 들기도 했다. 이와 같이 고목나무들은 예로부터 우리 삶의 모든 것들과 연관 지워지는 정감있는 나무이며, 정말 조상들과 삶을 함께한 진정한 우리의 나무이다. 이렇게 말없이 마을을 지키고 있으며 나이를 많이 먹고 둥치가 큰 고목나무를 노거수(老巨樹)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노거수 중에서 나이가 100년 이상이 되고, 역사적 전설이나 고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보호할 가치가 있는 나무를 선정해 유지·관리를 위해 국가 및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천연기념물(天然記念物) 및 보호수(保護樹) 등으로 지정해 관리하기도 한다. 마을 숲은 풍수지리적인 경관을 보완할 목적에서 방비 및 보전 수단으로 조성한 풍수 비보(裨補)숲이라고 할 수 있다. 비보는 지기(地氣)가 센 곳은 눌러주고, 허(虛)한 곳은 보(補)한다는 의미의 풍수지리적 용어이다. 마을숲은 대부분 노거수의 군락으로 형성된 수림지이다. 느티나무, 팽나무, 이팝나무, 은행나무, 왕버들, 소나무 등 우리나라에 생육하고 있는 노거수의 대표 수종으로 조성되어 있다. 따라서 마을숲과 노거수는 토착신앙과 풍수, 유교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간직하면서 자연유산적 가치를 지닌 살아있는 문화재이다. 우리 경주는 오랜 역사와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고장이므로 전국의 어느 도시보다 노거수와 마을숲이 많이 분포하고 있다. 노거수 중에는 천연기념물이 3그루, 경상북도기념물이 2그루, 보호수 119그루가 지정되어 있지만 비지정 노거수가 훨씬 더 많다고 본다. 마을숲은 지정제도가 없는 관계로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약 200개소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마을숲과 노거수는 살아 숨 쉬는 자연유산으로서 대단히 가치 있는 생태관광의 중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경주 시가지의 허파 구실을 하는 고성숲과 왕릉 주변의 소나무 노거수들은 문화유산에 못지않는 천혜의 자연유산이다. 우리들의 생활공간 주변에 노거수와 숲이 존재함으로써 역사·민속·사회·환경·교육적 측면에서 다양한 기능과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숲은 생활의 근거지인 동시에 문화의 모태이므로 숲을 떠난 우리의 생활과 문화란 생각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문화를 숲의 문화라고도 한다. 최근에 우리의 삶과 같이 자라온 노거수와 숲들이 병충해의 피해와 자연고사, 개발에 따른 훼손, 관리의 부재와 무관심으로 급격하게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노거수와 숲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예전의 문헌을 보면 경주는 숲의 도시라고 하였으며, 아직도 옛숲이 잔존하고 있다. 아울러 잘 보존된 노거수와 숲은 고도 경주의 역사경관 이미지 제고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에 자라고 있는 옛숲과 노거수를 경관적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옛숲과 노거수에 얽힌 전설과 유래를 스토리텔링하여 자연유산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또한 숲과 노거수가 있는 마을과 주변의 산과 강을 소개하는 간편한 책자와 자연유산 생태지도를 제작해 쉽게 현장에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관광객들은 고정적인 문화유적 관람 방식을 벗어나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생태관광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노거수와 마을숲을 살아있는 문화재로 인식하고 보호와 동시에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거수와 마을숲은 자손대대로 푸르름을 유지하면서 살아있는 자연유산으로서 지역의 자랑거리로 한 몫을 해 주기를 기대해 보며, 고도 경주의 역사문화경관 이미지 제고와 함께 지역의 새로운 생태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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