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감포읍 일원에 유치를 추진 중인 정부의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전략’ 사업의 명칭이 오락가락해 그 실체에 대해 의구심을 사고 있다. 시가 당초 국제에너지과학연구단지에서 에너지과학단지, 핵비확산국제공동연구단지, 최근에는 원자력과학단지로 명칭을 수시로 변경해 유치 타당성을 홍보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사업의 핵심인 사용후 핵연료의 부피·독성 저감기술개발 실증시설 구축에 대한 반대여론을 의식해 명칭을 변경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경상북도, 경주시,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제2원자력연구원 경주시 유치’와 관련한 양해각서를 비밀리에 체결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지난 17일 정현주(더민주당 비례대표) 경주시의회 의원이 에너지과학단지 유치 활동에 대한 경주시의 투명한 행정을 촉구하면서 불거졌다. 정 의원은 이날 열린 제222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신청했지만, 지난해 12월 열린 정례회에서 가진 시정질문과 유사하다는 시의회의 판단에 따라 무산됐다. 정 의원의 5분 발언 내용에 따르면 “최근 언론을 통해 원자력연구원,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원자력과학단지 유치에 관한 3자 MOU체결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면서 “시의회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러한 중차대한 일을 비공개로 추진한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또 “2014년 하반기에 설치된 원자력해체연구센터는 명칭을 바꾸어가며 예산을 유용해 왔고 이번 2017년 제1차 추경예산에도 1억원을 요구했다가 시의회에서 삭감된 바 있다”며 “차기 정부에서 어떻게 사용후핵연료에 대해 처리할 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경주시는 사용후핵연료나 고준위폐기물 처리에 대한 문제는 경주시민들과 투명한 공론화과정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잦은 명칭변경 논란 경주시가 제2원자력연구원 연구 실증 시설 유치와 관련해 처음 공론화한 것은 지난해 8월 25일 경주시의회 전체의원간담회 자리에서였다. 방폐장유치지역 지원사업 변경 계획안으로 에너지박물관 건립비용 2000억원을 전용해 그 중 1200억원과 경북도 300억원 등 총 1500억원으로 감포읍 일원 현 감포관광단지 부지 300만㎡를 매입한다는 계획. 이곳 부지를 매입해 연구단지 부지를 제공하면 제2원자력연구원의 경주유치를 선점해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 완성과 지역경제의 지속적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경주시가 시의회에 설명했던 이 시설의 명칭은 ‘국제에너지과학연구단지’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라는 말은 사라지고 ‘에너지과학연구단지’ 또는 ‘에너지연구단지’로 줄여 사용하다 지난 2월에는 ‘핵비확산국제공동연구단지’라는 명칭을 사용한 계획안까지 나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에는 ‘원자력과학단지’로 명칭을 변경하고, 원자력과학단지 경주유치단으로 대외적인 유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같은 사안을 두고 수차례 명칭을 변경하면서 온갖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주시가 계속 명칭을 변경해 홍보하고 있어 도대체 어떤 시설이 들어서는지 조차 알 수가 없다”면서 “시설 내 연구를 위해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해야 하는 사실을 희석하기 위해 경주시가 지속적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비밀리에 경북도, 원자력연구원과 제2원자력연구원 경주 유치를 위한 MOU를 체결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경주시는 이와 관련한 명칭을 최근 ‘원자력과학단지’로 사용하고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의 공식명칭은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이다. -경주시, 전략적 유치위해 불가피 이 같은 논란이 일자 경주시는 지역발전에 큰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사업으로 타 지자체보다 유치 경쟁력에서 우의를 선점하기 위해 전략적인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부지 확보와 제공을 통해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미래부가 1, 2차 사업비 약 8조2000억원을 들여 추진하는 연구단지를 유치하게 되면 다양한 기관이 유입되고, 이곳에 종사하는 인원만 5000여 명으로 경주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된다는 것이 경주시의 설명이다. 이 같은 시설 유치를 위해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명칭을 찾는 과정이 여러 차례 있어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 또 경북도, 원자력연구원과의 양해각서 체결을 알리지 않은 것은 실증시설 유치경쟁이 예상되면서 연구원 측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에 대비해 비공개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부지선정을 위해 공모방식으로 추진했던 원자력해체연구센터가 전국 지자체들의 유치경쟁으로 논란이 일었던 만큼, 이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다 줄 실증시설 사업에서 MOU체결 사실이 알려지면 형평성 논란 등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경주시가 향후 정부의 사업부지 공모 이전에 부지제공 등을 통해 우위를 선점해 반드시 유치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 셈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난 7월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새로운 차원의 원자력연구원 설립·확장 등과 관련한 안건이 심의·확정됐다”면서 “이 시설을 경주로 유치하게 되면 한수원 본사 경주 이전 이상으로 경주의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고준위 핵연료 유입과 관련해서는 “경주시에 반입할 수 없도록 특별법에 명시돼있다”면서 “연구원은 폐기물 처리가 아니라 연구에 필요한 정도의 양으로 방사능의 반감기를 빨리 줄이는 것을 연구하는 시설”이라고 밝혔다. -정부 추진 계획은? 지난해 7월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개발 및 실증 추진전략’이 심의 의결됐다. 사용후 핵연료 관련 국내외 정책환경 변화 및 기술개발 진전에 따라 본격적인 사용후 핵연료 부피·독성 저감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을 수립한 것. 방사성폐기물 발생량, 처분면적 및 관리기간 최소화를 위한 기술개발 및 실증을 위해 국가 주도로 2020년까지 파이로 시설 등의 타당성을 검토해 적절한 시기에 대규모 실증단지를 건설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여의도 면적(4.5㎢) 정도의 부지에 미래원자력시스템으로 사용후 핵연료를 분해해 특정핵물질을 추출하는 종합파이로실증시설과 우라늄핵연료 제조시설, TRU핵연료 제조시설, 소듐냉각고속로 원형로 등을 조성한다. 필수 부대시설로 150톤 규모의 사용후핵연료 인수·관리시설과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종합조사후 시험시설 등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항만, 도로 등 인프라시설과 복합연구동, 행정동, 숙소 등 기타 일반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실증시설을 구축하는데 비용은 약 3조6000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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