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가게마다 이야기와 볼거리로 풍성해야 하는데 좁은 도로에는 온갖 정체성이 모호한 조형물들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다 차량까지 마구 달리고 있는 봉황로 ‘문화의 거리’는 그 이름이 무색하다. 관광객이 문화의 거리라는 이름만 듣고 와서 실망하고 돌아갔다는 후문은 이미 낡은 지적이다. 봉황로는 내남사거리에서 노서, 노동 고분군을 거쳐 청기와 다방에서 학생당 사거리를 지나 법원 앞까지 이르는 도로다. 2010년 완료된 문화의 거리 조성 이후 건물리모델링, 도로정비, 간판정비, 소공연장, 상징조형물을 설치해 경주봉황로만의 특색있는 ‘문화의 거리’를 조성한 흔적이 엿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경주 봉황로 문화의 거리가 최근 새단장을 일부 진행했다. 경주시가 도심 관광의 거점인 문화의 거리 상권 활성화를 위해 디자인 벽화와 야간 경관조명 분수를 새롭게 꾸민 것이다. 시의 이번 새단장은 문화의 거리가 그동안 갖춰온 인프라에 스토리텔링, 프리마켓, 버스킹 공연 등 관광 콘텐츠의 내실을 다져 나가겠다는 경주시의 시도로 해석된다. 문화의 거리를 새롭게 조성해 다양한 문화예술공연 등의 콘텐츠를 도입해 활기찬 도심의 상권을 조성한다는 계획아래 인접 건물 철거로 드러난 건물 외벽을 봉황로를 상징하는 봉황과 신라문화를 상징하는 금관을 소재로 벽화를 완성했다. 또 기존 노후한 분수대에는 광섬유갈대조명과 인조대리석으로 경관 분수를 새단장해 놓은 것. 그러나 야간 경관조명분수는 디자인의 정체성이 모호하고 경관조명분수 옆에 부대로 설치한 풋 라이트(Foot Light)는 가뜩이나 좁아터진 도로폭에 꽉차게 디자인 돼 누가 보더라도 통행자나 차량의 진입에 불편함을 주고 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입점자들은 신라대종과 더불어 많은 관광객을 시내 상권으로 유입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는 있지만 여러 문제들을 지적해왔다. 갤러리 청와 대표이자 경주대 고경래 교수는 “근본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렇듯, 시의 주먹구구식 지원은 곤란합니다. 만만치않은 비용을 들여 설치한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등의 조형물을 하나씩 설치한다고 해서 전체경관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체성 없이 일부에 대해 지원할 것이 아니라 디자인 전면에 대한 재수정이 절실합니다”라면서 이런 임시방편적 설치물을 함부로 설치할 것이 아니라 계획적인 디자인을 바탕으로 점차적으로 그 계획에 맞추는 다자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문화의 거리 설정을 잘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는 불필요한 조형물도 너무 많은 편이죠. 가로등과 지나치게 큰 화분, 석상 등이 그렇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또 “가장 기본적으로는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존 상인들의 요구에 따라 지금까지 차가 다녀야 장사가 잘된다는 식이었으나 차가 다닐뿐이지 장사는 잘되지 않잖습니까? 이 거리를 활성화 하려면 상인들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차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봅니다. 문화의 거리 양끝쪽 주차장(갤러리 청와 맞은편 주차장과 공영 주차장)에만 차들을 주차하게 하고 나머지 구간은 폐쇄해서 걸을 수 있는 거리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죠”라고 했다. 그래서 자유로워진 거리에선 대학생 등을 활용해 버스킹 공연, 소규모 공연 등을 유도하고 프리마켓도 운영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는 또 건물주에 협조를 구해 건물에 바싹 붙어있는 가로등 형식으로 권장해서 길거리 무대 조성시 조명 역할도 할 수 있도록 조성하고 최근 붐을 타고 있는 황리단길과 연결하는 안도 머리를 맞대어 궁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 거리 입점자들도 변화를 꿈꾸고 있지만 방향을 잘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차 없는 거리를 전제로 해 총괄적 디자인을 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면서 입점자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해야 합니다. 일단 주말에라도 적용해 봄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거리로의 접근성은 최소한 보장하되 고즈넉한 문화의 거리를 걸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고 교수는 “15년전 지중화로 이목을 집중시킨 이후 조형물로 가득 채워 문화의 거리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거리를 각종 조형물로 채울 것이 아니라 공연이나 각 가게의 스토리로 채워 나가야 합니다. 최근 경주시에서도 문화의 거리 디자인 자체를 새롭게 짜는 구상은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공동 쓰레기 수거시설을 설치해 쓰레기들을 한 곳에서 수거해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등은 가장 기본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라고 했다. 한편 문화의 거리 내 한 입점자는 차 없는 거리 조성시의 애로점을 지적하면서 “차없는 거리로 조성할 시 공영 주차장과 사설 주차장 두 곳이 문제가 됩니다. 사유재산으로 주차장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조건 차 없는 거리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상권 형성에 있어 문화의 거리에 적절한 정체성을 갖춘 상가가 입점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문화의 거리에 맞는 품목을 다루는 업체가 입점 해야 하는데 기준의 잣대가 명확치 않습니다. 시에서도 이 거리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아이템이나 업종에 대해서 간판비용이나 리모델링비를 지원을 하는 등 유도는 하고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면서 적절한 상가 조성이 먼저이고, 이 후 차없는 거리로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천마총과 대릉원, 고분군을 끼고 있는 천혜의 역사문화성을 가진 거리. 40여 업소가 여러 업태로 입점해있는 ‘문화의 거리’엔 작지만 강력한 발화점이 필요해 보였다. 최근 황리단길의 인기 여파가 문화의 거리로 이어질수 있을지, 젊고 안목있는 몇몇 점주들의 의욕적인 가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활기가 덜한 것은 경주시와 주민들이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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