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구, 이 일을 어쩌누.... 벚꽃이 안피었네” 벌써 26회째를 거듭하는 경주벚꽃마라톤대회와 올해 처음 열린 경주벚꽃축제에서 심심찮게 들은 말이다. 벚꽃 없는 마라톤대회와 축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경주의 벚꽃은 이처럼 애꿎게도 욕을 얻어먹기가 일쑤이다. 잔칫날보다 1주일가량 늦게 핀 벚꽃은 이제 꽃눈이 되어 떨어지고 해발고도가 높은 불국사 일원에만 조금 남아있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경주는 이렇게 벚꽃으로 한바탕 꽃몸살을 앓는다. 전국 최고의 그루수를 자랑한다는 벚나무는 4월초의 경주를 들었다 놨다하는 것이다. 지난 주말은 벚꽃이 활짝 피면서 몰려든 상춘객에 관광지와 상가는 모처럼 즐거운 비명을 질러댔다. 시민들도 지진의 상채기를 깨끗이 씻어내는 기분으로 몇 시간의 교통체증은 아예 애교로 받아들였다. 벚나무는 장미과(薔薇科 Rosaceae)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원산지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이며 꽃말은 결박, 정신의 아름다움이다. 왕벚나무는 원산지가 대한민국으로 봄이면 연분홍색이 살짝 밴 흰색의 꽃이 장관을 이루어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다. 일본에서는 벚꽃을 부와 번영으로 여겨 예로부터 많이 심고 좋아하여 국화로까지 오해 받고 있지만 자생지가 없으며,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이다. 서양에서는 봄과 순결처녀의 상징으로 여긴다. 경주에 벚나무가 본격적으로 심어진 시기는 1970년대 중반부터이다. 경주관광개발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도로를 신설하거나 확포장할 때 가로수로 많이 심고 유적지를 정비하고 공원을 조성하면서 대대적으로 심게 되었다. 경주시의 도로변에 심어진 가로수는 약 3만8000그루며, 이 가운데 절반이상이 벚나무이다. 이와는 별개로 보문관광단지에만 9000그루의 벚나무가 있고 불국사 앞이나 유적지, 중소규모의 공원에 심어진 수까지 더하면 경주는 벚나무 천국인 셈이다. 올해 경주 벚꽃은 언제 개화했을까? 답을 찾자니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진다. 대체로 서라벌여중 옆 도로변에 벚꽃이 피면 2일쯤 뒤에 대릉원 옆 계림로에 피기 시작하고 이로부터 하루 이틀 뒤이어 김유신장군묘로 들어가는 도로변에 피기 시작한다. 보문관광단지는 시내 대능원보다 3~4일 정도 늦고 불국사는 5일 가량 늦게 꽃망울을 터뜨린다. 경험으로 보면 매년 4월 8일 전후시기에 만개를 하지만 개화기 일주일전의 기온에 따라 4~5일이 앞뒤로 들락거린다. 아쉽게도 경주는 벚꽃 개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 않다. 기상청은 서울(영등포), 경기(수원), 충북(청주), 전북(전주), 경북(경주), 경남(하동, 진해) 등 전국 7개 지역에 벚나무 관측 표준목을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경주는 보문관광단지 물레방아광장 입구(남동)에서 출구(북서) 80m 까지를 기준 구역으로 정하고 관리번호 5, 6번 벚나무를 지정해 두고 관찰하고 있다. 지정나무의 꽃이 3송이 이상 피면 개화일로 기록한다. 기상청의 연도별 통계치가 있고 일찍부터 개화시기에 대해 예측 발표를 하고 있으며, 벚꽃은 개화일로부터 일주일 쯤 뒤에 만개하는 기간을 참고한다면 꽃피는 시기를 맞추기가 좀 쉽지 않을까. 서울은 국회 동문 앞 영등포구청이 관리하는 수목 관리번호 118∼120번 벚나무가 기준목이며, 일본의 도쿄 벚꽃은 야스쿠니신사에 기준목이 있다. 벚꽃은 중요한 관광자원이자 그 가치가 무궁하다. 경주시 전역의 주요 군락지별로 표준목을 지정해 매년 개화일을 관측하고 이를 통계화하여 지역별 벚꽃 분포와 개화통계(예측) 지도를 만들면 좋겠다. 덧붙여서 벚꽃에 앞서서 피는 봄꽃의 개화도 관찰해 선후 기간관계를 통계화하면 매우 유익하리라. 또한 전년도 10월경부터 일일 기온의 변화와 벚꽃 개화시기의 상관관계를 연구한다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울러서 서울, 부산, 울산, 강릉, 전주, 거제 등 전국의 많은 지역이 가로수 조성 및 관리 조례를 제정해 가로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경주도 이와 관련한 조례를 하루빨리 제정해 도시의 옷이라 할 수 있는 가로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했으면 한다. 모든 가로수에 번호를 매겨 실명화하고 수종, 수령, 크기, 퇴비나 병해충제 투여, 전지 등에 대한 이력을 관리한다면 ‘어느 길 좌 또는 우측에 무슨 나무 몇 그루’ 등의 수치가 정확하게 파악될 것이다. 우리 지역의 공원이나 유적지의 주요 나무도 실명 이력제를 도입하면 누적된 통계자료는 먼 훗날 크게 활용되리라 믿는다. 그렇게 하는 데는 많은 인력과 예산이 수반될 것이다. 적재적소의 인력보강과 예산의 확충은 경주시와 경주시의회의 몫이다. 우선은 자원봉사자나 봉사단체의 협조를 얻어 실태를 파악하고 각 회사나 단체를 주요 구간의 가로수와 결연시켜 퇴비(비료) 투여에도 기여하게 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를 유도한다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앞으로 10년 뒤, 그럴듯한 경주 꽃지도와 풍성한 가로수길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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