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스런 왕릉에의 재해석은 즐겁다. 경주스런 안목이 빛나는 다소 생경한 사진전이 그것이다. 경주는 가히 능의 도시라고 불릴만큼 도시 전역에 무덤들이 산재해 있고 오늘의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경주를 아끼고 사랑하며 가장 ‘경주스러운’피사체를 찍어 온 이근원 작가는 왕릉에 대한 재해석으로 소박하고 고졸하지만 실험적인 왕릉 사진전으로 첫 개인전을 가진다. 오릉 맞은편 한적한 돌담길을 따라 걷고 싶은 거리 한쪽, 갤러리 신원(김승유 관장)에서 오는 5월 8일까지 왕릉을 테마로 하는 전시가 열리는 것. 지극히 정적인 왕릉에서, 왕릉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있음을 환기시켜주는 전시로, 눈을 지긋이 감고 마음으로 볼 수 있어 더욱 좋은 전시다. 이번 전시는‘그림같은’왕릉 사진 총 24점을 감상할 수 있다. 회화보다 더욱 회화 같은 사진으로 첫 개인전을 가지는 이근원 작가는 대릉원 내, 진평왕릉, 봉황대 등을 피사체로 해 누가 보더라도 경주를 감성적으로 나타내는 작품을 색다르게 구현했다. 현대적이며 친근하고 나즈막하게 다가와 잔잔한 여운을 준다. 이근원 작가는“왕릉촬영을 위해 수 없이 왕릉을 방문해 촬영하던 어느날 오후, 해가 서산에 걸린 진평왕릉에서였다. 뷰파인더 속 왕릉의 능선이 붉은 선으로 빛나더니 천천히 숨을 쉬는 것 같이 보였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뜻밖의 광경에 가슴이 벅차 숨이 멎는 듯했다. 그것을 담고 싶었다”면서 이 경험은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획일적인 사진에서 벗어나 이전에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을 보게 해주는 전환점이 됐다고 전했다. 이 작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왕릉의 삶과 서정적 아름다움의 판타지를 표현하기 위해 강렬한 색과 선 및 구도로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어 보았다”면서 새로운 능의 아름다움이 구현되도록 시도했다. 경주의 여러 왕릉에서 신라인과 현대인을 연결하는 사색의 고리를 발견했다는 그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상상의 방식대로 경주만의 상징적 이야기를 렌즈에 담아냈다. 기존의 사진 작업이 감동이 덜했다면 촬영시 느꼈던 감동을 조금이나마 살려 보고 싶었다는 그는 여러 시도 끝에 색감을 더해 보게 되었고 원하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사진을 찍을때는 그런 현상을 염두에 두고 찍었다고. 왕릉에 진초록을 입히고 보라색을 입힌 사진은 그래서 다소 비구상적 느낌도 준다. 사진 속 색채를 입혀본 왕릉은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있어 생동감이 넘치고 유기적으로 보인다. 시각적인 것에 국한돼 머물지않고 자연스레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왕릉이라는 기존의 유적으로서의 정적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상상력의 외연을 넓혀주고 있는 것. “처음 하는 전시라 조심스럽다. 사진을 한지는 15여 년됐고 열심히 출품도 계속해왔다. 여러 사진전에서 30여 회 수상을 했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이미지 위주의 왕릉을 회화식으로 표현하다보니 사진의 한계를 조금은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돼, 전에 보지 못했던 서정성이 표현된 것 같다” 김승유 관장의 적극적인 권유로 생애 첫 전시를 하게 됐다는 이근원 작가는 왕릉 이외에도 여러 경주스런 사진들을 찍고 있다. 그는 1952년생으로 중앙대학교 화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근무했다. 울진원전에 작품 10여 점이 게시돼 있으며 한국사진작가협회등에서 30여 회 입선 및 수상했다. 현재 그는 사랑하는 경주에서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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