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201호인 경주남산 탑곡마애불상군(慶州南山 塔谷磨崖佛像群) 보존처리공사 과정에서 나타난 안이한 문화재 보수공사 행태는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경주 동남산 탑곡에 있는 탑곡마애불상군은 신라의 여러 조각상이 어우러진 보물로 평가 받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높이 9m, 둘레 26m에 달하는 사각형의 커다란 바위에 마애불상군의 만다라적인 조각이 회화적으로 묘사돼 있다. 바위의 네 면에 거의 빈틈없이 불상·보살상·스님의 조각상·비천상 등 총 34점의 도상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2기의 목탑은 세부적인 표현이 충실하게 나타나 있어 현존하지 않는 신라시대의 목탑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 받고 있다. 경주시는 올해 보존처리작업이 요구되는 탑곡마애불상군을 한 업체에게 발주해 건식세척, 습식세척, 균열부 수지처리, 물막이턱 설치 등의 공사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보존처리공사를 위해 가설설치물을 설치하면서 유물이 훼손되는 상황을 만들어 문화재 보수공사의 기본을 지켰는지에 의문이 제기됐다. 공사 과정을 보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보존처리공사 전 사전작업으로 거푸집을 설치하면서 쇠파이프와 디딤철판이 유물에 맞부딪쳐서 보기 흉한 흔적을 남겼다. 작업자들은 거푸집 자재인 쇠붙이를 유물의 암벽면에 걸쳐 두는가 하면 심지어 거푸집을 만들기 위해 쇠파이프로 유물 암벽면을 쾅쾅 쳤다는 것은 소중한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벌이는 작업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렵다. 상부 기관인 문화재청은 이번 일에 대해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문화재 관리감독을 철저할 것을 경주시에 촉구했다. 문화재청에서도 매년 지자체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공사 관련 교육시간에 이 같은 내용을 철저히 교육해 이와 같은 부실한 공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주시는 “공사 발주처는 자격이 충분한 기관이다. 문제는 그 업체에서 일부를 하도급으로 보수공사를 맡기다보니 문화재 전문 보수업체가 아닌 업체에서 작업을 진행시킨 것 같다”는 해명이 고작이었다. 문화재를 관리 보존해야 할 공무원과 조심스럽게 작업을 해야 하는 업체의 문화재 보존에 대한 의식이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선조들이 남긴 소중한 문화유산을 관리 보존하기 위해 매년 적잖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작업 또한 일반 건설업체가 아닌 문화재 보수전문업체에 많은 예산을 주고 맡기고 있다. 이러한 중차대한 업무를 하는 업체들이 일반 공사를 하는 식으로 문화재를 대한다면 자격이 의심스럽다. 경주시는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간과하는 작업 행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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