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통지』 권 제7의 「불사(佛寺)」조 ‘분황사’ 말미에 “동남쪽에는 고탑(古塔)이 있는데 석퇴(石堆)에는 금강역사상을 새긴 것과 석병(石屛) 8폭이 있다”라는 기록이 있다. 당시에는 이곳에 금강역사상 4쌍이 모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30년 후지시마 가이지로(藤島 亥治郎)는 이 탑지를 ‘구황리사지’라고 명명하고 금강역사상의 크기는 높이가 4.43척 폭이 3.2척이며, 금강역사상이 새겨진 면석의 형태를 보았을 때 분황사모전석탑과 동일한 계통의 탑으로 보았다. 아울러 금강역사상의 조각양식이 모두 분황사의 것과 유사해 제작연대 또한 비슷한 시기로 추정했다. 이 사지와 관련해 1931년 경주고적보존회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주변에 안산암의 작은 석재가 퇴적되어 있고 그 아래 흙 속에 매몰된 금강역사상 석비가 있으며, 탑 옥개석 2점 등을 비롯한 탑재가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1927년 가을 일제강점기시 오사카 긴타로(大阪 金次郞)가 이 부근에서 ‘도림사’라고 적힌 명문기와를 수습했다. 그는 현재 황룡사지 주변으로 중·소규모의 절터가 밀집되어 있어 구황동사지에서 동쪽으로 약 200m 떨어진 명문기와 출토 지역은 별개의 사지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 기와가 출토된 지점(현 농업기술연구소가 위치한 곳)이 도림사지일 것으로 추정하고 이 구황동사지를 ‘분황사 동방 폐탑지’로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국유사』에는 “도림사가 예전에 서울(경주)로 들어가는 곳에 있는 숲 가에 있었다[道林寺舊在入都林邊]”라고 기록되어 있다. 일부 학계에서는 도림사의 위치를 오릉 남쪽 현 경부고속도로 진입로 부근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경잡기』에 “북천의 홍수를 막기 위해 5리(里)나 되는 숲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지금 5리숲은 없어졌지만, 보문호 밑에 ‘숲머리’라는 마을이 있다. 마을이 5리숲의 동쪽 끝에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니 도림사가 있었다는 숲이 바로 이 5리숲일 것으로 보고 이 사지를 도림사지로 추정하는 학자도 있다. 도림사와 관련해 『삼국유사』 「기이」편 ‘48 경문왕’조에 다음과 같은 기이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일찍이 왕의 침전(寢殿)에는 날마다 저녁만 되면 수많은 뱀들이 모여들었다. 시녀들이 놀라고 두려워하여 이를 쫓아내려 했지만 왕은 이렇게 말했다. “내게 만일 뱀이 없으면 편하게 잘 수가 없으니 쫓지 말라.” 왕이 잘 때에는 언제나 뱀이 혀를 내밀어 온 가슴을 덮고 있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경문왕이 왕위에 오르자 귀가 갑자기 길어져서 나귀의 귀처럼 되었다. 왕비와 시녀들은 모두 이를 알지 못했지만 오직 *복두장(幞頭匠) 한 사람만은 이 일을 알고 있었다. 왕은 이 사실을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말라고 했다. 복두장이 만약 이 사실을 발설하는 날에는 목이 달아날 판이었다. 그래서 그는 평생 이 일을 남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고통 속에 시달리다가 결국 그는 죽을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은 도림사 대밭 속 아무도 없는 곳으로 들어가서 대나무를 보고 외쳤다. “우리 임금의 귀는 당나귀 귀다!” 이 일이 있은 이후로 바람이 불면 대밭에서 다음과 같은 소리가 들렸다. “우리 임금의 귀는 당나귀 귀다!” 왕은 이 소리가 듣기 싫어서 대나무를 모두 베어 버리고 그 대신 산수유 나무를 심게 했다. 그랬더니 바람이 불면 거기에서는 다만 “우리 임금의 귀는 길다”고 하는 소리만 났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아아르네-톰슨의 ‘마이더스 왕과 당나귀 귀’는 이발사가 왕의 귀가 당나귀와 같은 것을 알고 갈대밭에 들어가 이 사실을 외쳐 갈대가 비밀을 폭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비슷한 이야기로 프랑스·루마니아·러시아·그리스·아일랜드·칠레 등지에서는 당나귀 귀 외에도 말이나 숫산양의 귀로도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인도·몽고·터키·투르크스탄·키르키즈 등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이 지역에서는 주인공들이 공통적으로 모두 당나귀 귀를 하고 있다. *복두(幞頭)는 옛날 고위 관리가 쓰던 관으로 복두장은 복두를 만드는 장인(匠人)이다. 『삼국유사』「기이」편 ‘원성대왕’조에도 이 복두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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