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탑곡마애불상군(보물 제201호/경주시 배반동 소재) 보존처리공사 과정에서 유물이 훼손된 흔적이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공사는 경주시 문화재과 담당이 공사감독관으로, ㈜신라보존과학연구소가 시공을 맡았다. 공사내용은 건식세척, 습식세척, 균열부 수지처리, 물막이턱 설치 등이며 오는 4월 16일까지 공사를 마치기로 돼 있다. 그러나 보존처리공사 사전준비를 위한 가설설치물 설치과정에서 유물이 일부 긁혀 훼손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
제보자 이모 씨에 따르면 “3월 1일 남산을 등산하다가 탑곡마애불상군에서 보존처리공사 전 사전작업으로 거푸집을 설치하는 장면을 보았는데, 쇠파이프와 디딤철판이 유물에 맞부딪쳐서 철골과 유물의 암벽면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현장 인부들이 거푸집 자재인 쇠붙이를 유물의 암벽면에 기대어 두고 있었고 거푸집을 만들기 위해 쇠파이프로 유적 암벽면을 쾅쾅 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현장을 목격한 이 씨는 조각이 새겨진 벽면에 충격은 물론, 물리적 손상을 우려해 문화재청에 항의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수리기술과 관계자는 지난 3월 2일 회신을 통해 “경주시 담당자가 현장 확인 결과 마애불 세척을 위해 주변에 가설비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가설발판을 마애불에 기대어 놓거나 조립하면서 소음이 발생했다. 경주시에서 마애불에 기대어 놓은 가설발판을 곧바로 모두 제거했으며 발생한 소음은 가설비계 파이프를 서로 연결 고정하는 작업과정에서 발생한 소리였다.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문화재 관리감독을 철저할 것을 경주시에 촉구했다”고 전했다.
또 “문화재청에서도 매년 지자체 담당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공사 관련 교육시간에 이 같은 내용을 철저히 교육해 이와 같은 부실한 공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답변 이후 지난 4일 다시 찾은 현장에서, 유물이 새겨진 돌에 흰 자국들이 선명한 것을 확인했으며 이는 공사 중 이미 긁힌 자국이 분명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는 철거 이후 거푸집을 다시 설치해 보수를 하고 있었지만 조치 이후 암벽과 철골이 맞닿아 있지는 않았다.
경주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공사 발주처는 자격이 충분한 기관이다. 문제는 그 업체에서 하도급으로 보수공사를 맡기다보니 문화재 전문 보수업체가 아닌 업체에서 작업을 진행시킨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남아있는 작업공정은 50%정도다. 나머지 작업도 세척 및 기본적인 주변 수지처리, 나무 정리 등이다. 공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경주남산 탑곡마애불상군(慶州南山 塔谷磨崖佛像群)은 동남산 탑곡에 있는 신라의 여러 조각상으로 보물 제201호로 지정돼 있다. 높이 9m에 달하는 사각형의 커다란 바위에 마애불상군의 만다라적인 조각이 회화적으로 묘사돼 있다. 바위의 네 면에 거의 빈틈없이 불상·보살상·스님의 조각상·비천상 등 총 34점의 도상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2기의 목탑은 세부적인 표현이 충실하게 나타나 있어 현존하지 않는 신라시대의 목탑을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