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경주천년의 도약과 국태민안을 알리는 신라대종이 지난해 12월, 구 시청사 부지에 마련된 종각에 안착했다. 그로부터 수 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마무리가 신통치 않다. 단청 작업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제219회 문화행정위원회 2017년도 세입세출예산안 심사에서 시의회가 단청비용 2억5000여 만원을 삭감해 기각됐다. 종각 건립에 15억원, 대종 주조에 15억원을 합해 30억원의 경비에 단청비용까지 포함됐어야 했다는 것. 다시 단청 비용으로만 2억 5000여 만원 예산을 요구하자 시의회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경주시와 의회는 빠른 시일 내 단청을 마무리를 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관광컨벤션과 담당자는 “아직 목재가 건조되지 않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직 단청 계획은 수립되지 않았다”고만 일축했다. 현재 신라대종의 단청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것과 함께 월정교는 2동의 문루복원을 작업 중이며 문루의 단청 작업은 올 가을 쯤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복원한 월정교 단청은 조선시대식 단청류라는 의견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신라대종 조각의 방향과 디자인 문양 부분에 걸쳐 자문을 담당했던 윤광주 선생을 찾아 신라대종 단청의 방향성과 앞으로 복원될 여러 건축물에서 진행될 신라 고유의 단청에 대한 제언을 들어 보았다. 신라는 고구려에 영향을 받으며 백제와 동맹 과정을 겪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5세기에 이르러 건축물에서도 독특한 신라 문화를 형성했다. 신라만의 감각으로 형성된 조형 문화를 이룩한 것. 윤광주 선생은 “불교는 법흥왕 14년에 국교로 인정됐으며 호국 불교의 차원에서 사찰 건축이 조성되고 왕권 강화로 궁궐이 건설되면서 건축 양식이나 문양들이 발달했을 것이다. 적어도 신라의 전돌이나 보상화문양이 이 정도로 화려하다면 과연 건축에서 그림도 얼마나 아름다웠을지는 짐작할 수 있잖은가”라고 했다. 단청은 고구려부터 시작돼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조선으로 건축의장이 장식화하는 색채의 그림으로 장식되는 것을 말하며, 청, 적, 황, 백, 흑 등 오방색으로 불전 및 궁궐을 장엄하고 신성하게 하는 건축물의 그림 양식이다. 건축물은 주거 건축, 궁전 건축, 관아 건축, 종교 건축 등의 목조로 구조된 건축과 고구려 벽화, 가형 토기, 전돌 및 기와 등으로 건축물의 고대 건물 모양을 추이해 볼 수 있으며 기와 문양이나 치미 등의 조형미에서 그 화려한 모습을 추이해 볼 수 있다. “금성(경주)의 수도에는 17만 8936호가 있었으며 금을 장식했던 금입택 35채, 황룡사의 솔거가 그린 소나무 그림 벽화 등의 기록들을 추이해볼 때 신라적 건축물의 장식 문양이 신라적으로 분명히 존재했겠지만 지금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아 알 수 없음이 안타깝다”면서 “고구려 벽화의 건축 장식 그림이 바로 지금의 일종의 단청문양이다. 삼국시대 건축 장식이 고구려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 삼국에 있었겠지만 오직 형식이 남아있는 것은 고구려 뿐이다. 학자들이 일부 복원해 본 이견대 등에서의 양식은 고구려 벽화 양식을 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윤광주 선생은 “일단은 전문가들이 신라적 단청문양을 기와 문양이나 전돌 문양 등에서 찾아 연구해야하는 것이 선제 조건이다. 그리고 일본의 정창원(신라와 당을 중심으로 하는 외래문물과 일본에서 제작된 문물을 보관하고 있는 목조건축물이자 보물창고)에 보관된 유물들 중에서 신라적인 문양을 찾아서 재현하고 정리해 보아야 할 것이다”고 주문하면서 “이러한 문양, 즉 신라적인 단청이 연구되고 모범적인 디자인이 설정되기 전에는 목재 건축물의 결구만 단색으로 처리하는 방법이 좋을 것 같다”면서 목조 결구 자체도 아름다우므로 굳이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존하는 단청의 실체는 조선시대 단청을 기본으로 해 전국에 현존하는 목재 건축물에 일체로 도장돼 있는 실정으로, 시대 구분이 없는 상태다. 그리고 특정적인 목재 결구마저도 일색으로 보이게 하고 있다. 목재의 결구라도 살려서 보존하려면 단색 처리를 하는 방식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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