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경주시의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일부 조례안의 비용추계서를 과대 포장해 작성했다는 지적이다. 시의회의 가결을 받기 위해 적자 및 추가 운영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을 비용추계서상에는 자체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작성해 제출했다는 것.
이로 인해 경주시가 조례안 상정당시 제출한 비용추계서에 포함되지 않았던 운영비 등을 세입·세출예산안에 상정하면서 매년 예산안 심의 때마다 시의회와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비용추계서’는 경주시 자치법규에 따라 예산상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의안을 발의할 경우 그 의안의 시행에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 및 재원조달방안에 대해 별도로 첨부해야 한다. 비용추계서에는 비용발생 요인, 비용추계의 전제 및 결과, 재원조달방안, 작성자 등이 포함돼있다. 단 예상되는 비용이 연평균 1억원 미만이거나, 한시적인 경비로서 총 3억원 미만인 경우 등은 생략할 수 있다.
하지만 경주시가 시설 등의 운영과 관련한 조례안을 시의회에 상정하면서 제출하는 일부 비용추계서를 엉터리로 작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7일까지 열린 제221회 경주시의회 임시회에서는 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 운영에 따른 출연동의안과 2014년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설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 등의 비용추계서가 도마에 올랐다.
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 운영에 따른 출연동의안은 지난 2013년 12월 제191회 경주시의회 정례회에 제출한 ‘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 설립 및 운영조례안’의 비용추계서가 논란의 발단.
당시 시가 제출한 비용추계서에는 사업 3차 년도인 2016년부터 장비대여료, 교육사업 등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해 2017년 하반기부터는 국·도·시비를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작성, 제출했다. 국·도·시비는 2017년 5월 5차 년도 사업 종료 전까지만 지원키로 된 이 사업은 이후부터는 자체 수익으로 운영해나가기로 계획돼 있었던 것. 즉 올해 하반기부터 인건비와 기본 운영비 등은 센터 자체사업 수익으로 충분히 운영가능하다고 비용추계를 산정해 놓은 것이다.
실제 2013년 12월 시가 제출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2016년은 국·도·비 42억6000만원을 비롯해 수익 등 총 세입 73억원, 운영비 등 세출은 72억4600만원으로 54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2017년에는 5차 년도 사업 종료 시점인 5월까지 국·도·시비 28억원 지원을 비롯해 사업 수익 등 총 세입 40억5000만원, 세출은 39억7200만원으로 78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작성했다.
2018년엔 세입 17억1200만원, 세출은 16억3200만원으로 80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비용을 산정했다. 그러나 당초 경주시가 제출한 이 비용추계서가 엉터리였다는 것은 이번에 열린 경주시의회 임시회에서 드러났다.
임시회에서 경주시가 상정한 안건은 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 운영에 따른 출연 동의안. 이 안건은 당장 올해 6월부터 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의 인건비 및 운영비가 없어 추경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올해 시비 7억2300만원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2018년 6억원, 2019년 3억원, 2020년 1억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21년부터는 자체 사업 수익으로 자립화한다는 계획이라고 비용추계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이처럼 당초 계획과는 전혀 다른 비용추계서가 상정되자 시의회의 비판이 잇따랐다. 비용추계가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당초 계획과 엇비슷해야 하는데 집행부가 시의회의 조례 통과를 위해 터무니없는 비용추계서를 작성해 제출한 것에 따른 비판이었다.
-화백컨벤션센터 당초 비용추계서와는 큰 차이 ‘논란’
이 같은 비용추계서 논란은 지난 2015년 3월 개관한 경주화백컨벤션센터도 마찬가지. 2014년 10월 경주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운영에 관한 조례안’ 비용추계서도 센터 사업수익 발생으로 2016년부터는 자체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 운영 결과 세입보다 세출이 많아 계획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시가 제출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2015년 회의실, 전시장, 부대시설 수입 등 세입은 17억7700만원이며 인건비, 운영비 등 세출은 30억9200만원으로 13억1500만원 적자인 것으로 비용추계를 산정했다.
2016년부터는 세입 31억700만원, 세출 30억3600만원으로 1억3400만원 수익이 발생하는 등 2019년까지 컨벤션센터 운영에 따른 수입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도 남는 것으로 작성해 제출했다.
하지만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운영 결과 국·도·시비를 제외한 세입과 세출을 비교하면 적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6회계연도 결산 전 개략적인 세입·세출 현황을 파악한 결과 총 세입 51억8000만원 중 국비 4억5000만원, 도비 5억원, 시비 17억원 등 총 26억5000만원을 제하면 컨벤션센터 자체 수입은 25억3000만원인 셈이다. 반면 운영비 등 세출은 46억7000만원으로 자체 수입을 빼면 21억4000만원이 적자라는 결론이다.
결국 2014년 경주시가 제출한 비용추계서상 2016년 1억34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작성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이외에도 올해 내 완공 예정인 신화랑풍류체험벨트와 오는 5월 본격 출범하는 경주시시설관리공단 등의 운영과 관련한 비용추계 등도 실제 운영결과와는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경주시의 현실과 맞는 비용추계서 산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주시의회 A의원은 “집행부가 운영비가 투입되는 시설물에 대한 비용추계서를 엉터리로 작성해 제출하는 것은 경주시 재정은 살펴보지 않고 조례안 통과에만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시설을 완공한 뒤 인건비가 없다고 하면 시의회에서도 방법이 없다는 점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운영비 산정에 있어 작성 당시와는 달리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변동이 있어 차이가 날 수 있다”며 “향후 비용추계서 작성 시 전문가 등을 활용해 실제 운영비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시설물 ‘운영비’ 논란 다시 일 듯
이 같은 비용추계서 논란과 함께 경주시에서 건립한 시설들의 운영비 문제 역시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본지는 지난 2015년 7월 ‘시설물 운영비 과다 지출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4년 기준 경주예술의전당 등 총 86개 시설 운영비로 303억7700만여 원의 예산이 사용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시설물에 대한 관리는 경주시 해당 부서별로 제각각 이뤄지고 있어 과다한 운영비 지출에 대한 실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행정사무감사에서 경주시가 이동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의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는 2015년 3월 개관한 화백컨벤션센터를 비롯해 황룡사 역사문화관, 솔거미술관 등이 추가돼 운영비는 더욱 증가했다. 또 평생학습문화센터, 노인복지회관, 신화랑풍류체험벨트 등 경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시설물이 건립되면 운영비는 더욱 증가해 향후 운영비로 450억 여원의 예산이 매년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과다한 운영비 지출로 인해 대다수 시의원들은 열악한 경주시 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시가 사업 계획 단계에서부터 운영비 마련, 수익 창출 등 방안에 대해 꼼꼼히 따져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시의회의 동의를 얻기 위해 경주시가 관행처럼 자체 수입을 높여 제출해오던 비용추계서를 면밀히 검토한다는 것.
경주시의회 한 시의원은 “과다한 운영비 지출로 고정비용이 증가하게 되면 재정이 열악한 경주시의 역동적 사업에도 차질을 빗게 될 것”이라며 “시설물 운영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