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경주화백컨벤션센터 등 시 출연기관의 운영을 위해 조례안을 상정하면서 ‘비용추계서’를 과대 포장한 것은 잘못된 관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비용추계서’란 비용의 일부수치를 근거로 전체수를 추정 계산해 짜는 것으로, 행정에서는 공공시설물 등을 건립할 때 향후 세출·세입을 예측하는 것이다. 경주시 자치법규에 따라 예산상 또는 기금상의 조치를 수반하는 의안을 발의할 경우 그 의안의 시행에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 및 재원조달방안에 대해 별도로 첨부하도록 되어 있다. ‘비용추계서’에는 비용발생 요인, 비용추계의 전제 및 결과, 재원조달방안, 작성자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경주시가 조례안을 상정할 때 마다 제출한 ‘비용추계서’가 이후 실제 조직이 운영이 될 때 지출되는 비용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4년 10월 경주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운영에 관한 조례안’ 비용추계서도 센터 사업수익 발생으로 2016년부터는 자체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추산했지만, 2015년과 2016년 운영 결과 세입보다 세출이 많아 계획과는 차이가 있었다. 당초 시는 2015년 세입 17억7700만원, 세출 30억9200만원으로 13억1500만원 적자인 것으로 비용추계를 산정했으며, 2016년부터는 세입 31억700만원, 세출 30억3600만원으로 1억3400만원 수익이 발생하는 등 2019년까지 컨벤션센터 운영에 따른 수입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도 남는 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운영 결과 국·도·시비를 제외한 세입과 세출을 비교하면 적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6회계연도 총 세입 51억8000만원 중 국·도·시비 등 총 26억5000만원을 빼면 컨벤션센터 자체 수입은 25억3000만원이며. 운영비 등 세출은 46억7000만원으로 자체 수입을 빼면 21억4000만원이 적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경주시가 제출한 2016년 1억3400만원 수익추산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경주스마트미디어센터 설립 및 운영조례안’의 비용추계서도 마찬가지다. 당시 시가 제출한 비용추계서에는 2016년부터 장비대여료, 교육사업 등 수익이 발생하기 시작해 2017년 하반기부터는 국·도·시비를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결국 3월 임시회에서 당장 올해 6월부터 센터의 인건비 및 운영비가 없어 추경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시의회에 요청했다.
현재 경주시가 시설물 운영비를 부담해야 할 곳은 9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곧 건립되는 평생학습센터, 노인복지회관, 신화랑풍류체험벨트 등에도 많은 운영비 지출이 예상된다.
일부 기관의 추가운영비는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중요한 것은 경주시가 시설물 건립이란 성과에만 급급해 뻔한 예측도 간과하고, 우선 의회의 승인을 받기 위해 예측이 전혀 맞지 않는 자료를 매번 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행으로 인해 그동안 집행부(시)와 시의회의 마찰을 자초했다.
현재 경주시 살림살이는 가용 예산이 5~600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각종 시설물에 대한 운영비가 매년 늘어난다면 경주시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시는 사업 계획 단계부터 운영비 마련, 수익창출 방안 등을 철저히 분석해 추진하길 바란다. 시의회도 ‘비용추계서’를 철저히 살펴 사업추진여부를 판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