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개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천수답에서 농사를 지으려면 하늘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형편이 나아지면서 저수지도 만들고 지하수를 개발하면서 하늘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아져 벼농사의 수확량이 높아지게 되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제관광 시장구조도 천수답에 농사짓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로 인한 중국의 보복조치로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어 국내 관광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그렇다. 중국 정부는 한국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자국 여행사에게 모든 상품 판매와 홍보를 중단하라는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중국 관광객 감소로 약 5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관광시장은 국제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에서 1980년에 개최된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하였고, 그 보복으로 소련과 동구권에서 1984년 LA올림픽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국제관계에 의해 관광시장이 영향을 받은 사례다. 중국이 주요 관광 송출국가로 등장하기 전에는 방한 외래 관광객의 비중이 높았던 국가는 일본이었다. 국제관광시장에서 일본 의존도가 높았을 때 정치적 문제로 한일관계가 긴장상태로 전개될 경우 관광시장이 타격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었다. 세계화, 개방화에 따라 국제교류가 빈번해져 관광교역량이 증가하고 있다. 국제간 관광교역의 증가는 무역외수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져 국제관광은 소홀히 취급할 수 없는 산업부문이 되었다. 국제관광시장에서 관광객의 이동은 송출국가와 수용국가 사이의 국제적 신뢰성을 바탕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국제적 갈등이 일어날 경우 일반적인 재화의 교역보다 인적교류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관광산업부문에 대한 제재가 손쉬운 정책수단으로 동원되는 일이 어제 오늘이 아니다. 사드배치로 빚어진 중국과의 갈등관계가 정상화되기 전에는 중국관광객 방문이 예전상태로 회복되기는 어렵다. 국가안보와 외교적 문제가 국제관광의 선행적 제약조건임을 전제할 때 중국의 관광제재에 대한 대응전략을 찾아야한다. 국제관광시장이 특정 국가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응전략은 관광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국가나 지역에 관광이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관광정책은 수용사회에 긍정적 효과보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의 소비지출이 국가와 지역 산업의 생산유발효과를 가져오거나 고용창출과 소득유발효과가 실질적으로 높게 되는 것은 산업구조나 관광산업에 있어서 외부의존도가 적을 때 가능한 일이다. 외부의존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관광소득이 유출되어 관광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보다 적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결과에서 규명된 사실이다. 방한 외래 관광객들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들이 1인당 1200$에서 2000$정도를 소비한다고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국산품보다 해외에서 수입해온 명품 구매에 소비지출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산업 발전 기여효과는 그다지 높지 않다. 따라서 정치적 이유로 관광시장에 대한 제재조치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보다 관광의 본질적 의미를 파악하여 국제관광시장에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관광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 의미는 국가, 지역간 문화적 교류에 있다. 문화 복지 차원에서 내국인의 국내관광 참여기회 확대에 의한 국내관광 활성화는 국제관광의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국제관광시장의 안정성 확보에 근간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관광을 상품교역과 같이 단순한 돈벌이보다 문화적 교류 기회로 인식하여 특정 국가에 편중된 관광교류에서 벗어나야한다. 중국이 횡포를 부리고 있는 시점에서 대응전략으로 동남아시아를 비롯하여 다양한 국가와 관광을 통해 문화적 교류를 확대하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국제관광 시장의 안정성 확보와 경쟁력을 가져오는 뿌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보는 기회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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