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건동에서 6년째 고깃집을 운영했던 김모(46·여) 씨는 최근 가게를 내놓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500만원의 점포 임대료와 직원 3명의 인건비 등을 제하더라도 수입이 꽤 괜찮은 편이었으나 불경기가 계속되며 매출이 줄자 늘어나는 것은 대출이자뿐이었다.
김 씨는 가게가 처분되는 대로 조그마한 주점이나 치킨집을 알아보고 있다. 동천동에서 7년째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모(56·여) 씨 역시 지난해부터 매출감소가 이어지다 현재는 예년에 비해 40%가까이 매출이 떨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처럼 불경기와 지진 등의 여파로 경주지역 내 창업이 빈번한 40개 생활밀접업종 대부분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이들 업종의 사업자 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불황 등에 따른 일자리 감소 등으로 직장을 떠난 이들이 비교적 창업이 쉬운 자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40개 생활밀접업종 ‘일반음식점’ 최다 증가
국세청이 3월 초 공개한 ‘전국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0개 생활밀접업종 사업자수는 1만1027명으로 전년 말 1만1032명 대비 209명 늘었다.
40개 업종 중 20개는 증가했고, 15개는 감소했다. 5개 업종은 전년과 변동 없었다. 증가 업종 가운데 일반음식점이 127명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으며, 커피음료점 67명, 미용실 333명, 편의점 20명, 실내장식업 10명 등의 순이었다.
반면 감소 업종은 식료품가게와 교습학원이 23명씩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다. 이어 패스트푸드점 13명, PC방 12명, 여관·펜션 7명 등의 순으로 감소했다. 과일가게, 목욕탕, 문구점, 서점, 안경점은 전년 대비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40개 업종 중 일반음식점 사업자가 3963명으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옷가게 509명, 미용실 481명, 여관·펜션 461명, 식료품가게 449명, 커피음료점 367명, 일반주점 347명, 부동산 중개업 318명, 통신판매업 317명, 교습학원 273명 등의 순이었다.
-14개 업태별로는 ‘서비스업·음식업’ 사업자 가장 많아
또 국세청 함께 공개한 2016년 말 기준 경주지역 14개 업태별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14개 업태 사업자수 역시 전년 대비 증가했다. 지난해 말 업종 전체 사업자는 3만5861명으로 전년 3만4610명 대비 1251명(3.6%) 증가했다. 개인은 3만1731명, 법인은 4130명이었다. 이중 서비스업(기타 포함)이 567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음식업이 5579명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소매업 5022명, 제조업 4830명, 부동산임대업 4280명, 운수·창고·통신업 2963명, 건설업 2631명, 도매업 2413명, 농업 1174명, 숙박업 838명 등의 순이었다. 대리·중개·도급업은 182명, 부동산매매업 144명, 전기·가스·수도업 96명, 광업 33명으로 비교적 작았다. 14개 업태 중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부동산임대업으로 전년대비 487명 늘었으며, 서비스업 235명, 음식업 148명, 제조업 107명 등의 순으로 늘었다.
감소한 업종은 소매업 51명과 광업 3명이 감소하는데 그쳤다. 14개 업태별 사업자 연령은 50대가 1만189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40대 1만264명, 60대 6061명 등의 순으로 중장년층의 비율이 높았다. 70대 이상은 1973명이었다. 청년층으로 구분되는 30대와 30대 미만은 각각 4573명, 1068명으로 나타났다.
-관광경기 회복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시급
이 같은 분석결과를 종합하면 체감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일반음식점과 음식업, 주점 등의 사업자 수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음식점은 전년대비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4개 업태별 사업자 연령은 50대가 1만1898명 등 중장년층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명예퇴직 또는 정년퇴직 후 비교적 창업이 수월한 음식점을 개업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체 음식점업 생산지수(2010년 매출을 100으로 본 지수)는 99.2로 재작년 4분기(102.3)보다 3% 감소했다. 2012년 2분기(-5.1%) 이후 감소폭이 가장 큰 것이다.
한식·일식·중식 등을 파는 일반음식점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으로, 시민들이 외식을 줄이는 경향이 지표상으로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얘기다.
특히 장기적인 불황과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조류독감(AI) 등 물리적·심리적 악재가 겹친데다 특히 경주는 지난해 지진으로 인해 관광경기까지 위축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성건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8) 씨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자리가 없어 손님을 받지 못했을 정도였지만, 지난해 초부터는 하룻 동안 받은 손님 숫자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라면서 “재작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30~40% 가량 감소했다”고 말했다.
인근 고깃집 사장 배모(49) 씨도 “불과 1년 전만해도 일매출이 80만원을 넘길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요즘은 20만원 안팎으로 추락했다”고 푸념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불경기에 따라 가계 소득 증가가 더뎌 외식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청탁금지법도 식당 매출을 줄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9.12지진 여파로 침체된 관광경기부터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올해 수학여행 예약률이 저조한데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증가할 가능성도 높지 않은 가운데 경주시가 타 지역에서 관광홍보 등을 적극 펼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면서 “지역 음식점, 주점, 숙박업 등 자영업자들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