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립극단의 올해 첫 번째 정기공연이 막을 올린다. 작품명은 ‘임대아파트’, 3월 9일 경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이다. 요즘을 사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하지만 ‘임대’라는 단어에서 결코 편편치 않은 그들의 일상을 눈치 챌 수 있다. 이 연극은 고단한 삶에 지친 경주의 청년들에게 어떤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오늘은 작품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다. 시립예술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경주시가 극단 배우와 합창 단원에게 급여를 지불하면서 예술단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얼까. 필자는 ‘지역예술진흥’이 시립예술단의 가장 큰 목표라고 생각한다. 작게는 계속적인 공연 준비로 단원들의 예술역량이 향상될 것이고, 크게는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는 경주시민들의 예술향유권이 신장될 것이다. 이것은 민간에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시립예술단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먼저 능력 있는 예술 감독의 존재가 필수다. 다행히도 경주에는 출중한 예술 감독이 시립예술단을 이끌고 있다. 극단의 김한길 감독과 합창단의 김강규 지휘자. 그분들을 품고 있는 건 분명 경주의 축복이다. 그 다음 요건은 편리한 접근성이다. 시민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도록 관람료는 저렴하고, 위치도 시내에 있으면 좋다. 시립예술단 공연 관람료는 몇 년째 5천원이고, 공연은 시설이 가장 좋은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다. 자, 그렇다면 남은 일은 무엇인가. 좋은 작품을 많은 경주시민이 관람하기만 하면 된다. 필자는 경주시민들이 시립예술단의 공연을 꼭 봐야할 이유를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이유는 시립예술단 공연만큼 가성비(價性比)가 뛰어난 공연이 없기 때문이다. 이른 바 가격(관람료)대비 성능(예술적 감흥)이 탁월하다. 관람료가 5천원이라고 해서 공연의 가치도 5천원인 것은 아니다. 김한길 감독의 뛰어난 연출과 1987년부터 109번째 공연을 준비해온 단원들의 연기내공이 합쳐진 연극 ‘임대아파트’의 1인당 가치가 어찌 5천원이라 할 수 있겠는가! 경주시는 문화 복지 차원에서 이렇게 저렴한 관람료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관객이 없다면 문화 복지도 없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공연이라도 관객이 없다면 예산 낭비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가성비 산식에서 분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립예술단의 공연을 5천원에 관람하는 것은 사실 ‘횡재’이기 때문이다. 예술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청소년 공교육 영역부터 차근차근 관객을 늘리면 된다. 두 번째 이유는 지역예술가를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경주시민들이 시립예술단의 공연을 많이 보게 되면, 단원들이 스스로 긴장을 하게 되고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게 된다. 노력의 대가는 ‘전석매진’으로 선순환을 이룬다. 꽉 찬 무대에서의 공연은 그 자체가 기쁨이다. 나아가 전국구 스타의 출현을 기대할 수도 있다. 시립극단에 황정민 같은 명배우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꼭 필요한 아이템을 흔히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이라고 한다. 이처럼 경주에서는 시립예술단의 공연이 ‘머스트 씨(must see)’ 아이템이 되었으면 좋겠다. 중고생을 중심으로 빠른 시일 내에 ‘1년에 1공연 보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이 운동은 품격 있는 도시, 경주에서 자란 청소년들의 차별화된 감성 형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 시립예술단의 우수하지만 저렴한 공연은 당연히 ‘꼭 봐야 할’ 첫 번째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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