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가족이 모여 텔레비전을 보면서 함께 저녁을 먹는다. 아들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 방영 시간이 가족의 식사 시간인 셈이다. 주로 이름표를 뺏으러 달리고 또 달리는 내용이다. 동맹을 맺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배신도 한다. 본업이 가수가 맞나 의심이 될 정도로 어떤 게임에서도 강한 아이콘, 배신의 아이콘, 무얼 해도 어설픈 아이콘 등이 만들어가는, 딱 일요일에 어울리는 오락 프로그램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들 녀석은 우물대던 밥을 온 바닥에 뿌려대며 낄낄댄다. 오늘의 미션은 ‘그림으로 제시어를 알아맞히기’이다. 시간이 충분하면 쉬운 일인데 5초 안에 그려야 한다. 그리고 절대 말을 할 수가 없는 게 포인트다. 제시어를 받은 첫 주자가 하얀 도화지에다가 허겁지겁 특징만 잡아 그림을 그리면 다음 주자가 그 그림을 보고 자신의 그림을 완성한다. 이렇게 릴레이 방식으로 전달된 그림을 보고 마지막 주자가 처음 부여받은 제시어가 무엇인지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주제어를 그림으로 묘사하는 사람마다 시각이 달라서 재미난다. 그걸 또 다르게 해석하고 이해하는데 더 큰 웃음이 터진다. 가령 ‘스튜어디스’라는 제시어가 다섯 사람의 그림을 거치면 ‘사냥꾼’이 되는 식이다. 스튜어디스 옆에 그린 비행기를 커다란 상어로 이해하는 장면에서 아들은 빵~ 하고 터진다. 똑같은 대상인데 우린 왜 이렇게 다르게 이해할까?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만들어가는 수업 시간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은 동일한 공간에서 동일한 내용의 수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같은 내용의 수업을 각자 다르게 이해하고 그렇게 필기하며, 시험도 그렇게 친다. 똑같이 앞을 쳐다보지만 선생님의 수업 내용에 집중하는 학생도 있고, 선생님이 간간히 구사하시는 ‘아재개그’에 집중하는 친구도 있으며, 적당히 낡아 반질거리는 선생님 양복바지만 따라다니는 녀석도 있다. 이러니 똑같이 시험을 쳐도 너무나 다양한 점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이제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다양성에 제동이 걸릴 상황이 펼쳐지겠다. 작년 봄, 미국의 구글 사(社)는 눈 안에 있는 수정체를 대상으로 특허를 출원했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유명한 업체가 엉뚱하게도 시력 교정에 관한 특허를 내다니 의아하다. 내용인즉슨, 안구 내 수정체를 전자 수정체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포브스 등 외신이 ‘사이보그 눈(Cyborg Eye)’으로 명명한 이 기술은 눈 안에다 인공 IT장치를 이식한다고 점에서 ‘안구 내 기기(Intra-Ocular Device)’로 분류할 수 있다. 구글은 안구 속 원래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공간을 유체(流體)로 채운다. 주사된 액체가 서서히 굳으면서 전자 수정체가 자리를 잡는다. 이 수정체는 기능면에서 인간의 원래 수정체와 똑같다. 전자 수정체를 통해 들어온 물체 형상이 망막에 맺히면 뇌는 이를 기존 시각정보와 동일하게 인식하게 된다. 나비를 나비로, 빨간색을 빨간색으로 인식한다는 말이다. 사람의 보통 눈과 다른 점이라면 전자 수정체와 함께 조절 센서하고 배터리, 저장 장치 등이 함께 이식된다는 점이다. 배터리는 아주 얇은 초박막 필름 형태인데 당연히 재충전도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전자 수정체가 받아들인 시각정보가 외부에 연결된 모니터 등으로 무선 전송된다는 거다. 이게 무슨 소리인고 하니, 내가 보고 있는 영상을 다른 사람도 똑같이 볼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여태 부모들은 애들이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공부 잘 하고 있나 그저 걱정만 했었다. 이제는 우리 애가 무얼 하는지 집에서도 다 알게 된다는 말이다. 현대판 천안통(天眼通)이 열린 셈이다. 이제 교과서 안에다 만화책을 숨겨놔도 안 되고, 칠판만 봐야지 교생 선생님의 예쁜 얼굴을 오랫동안 쳐다봐도 안 된다는 말이다. 눈에 핸디캡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소리지만, 왠지 내 모든 자유의지가 감시당한다는 것이, 내 일거수일투족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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