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2017년, 지역 단체장들을 차례로 만나 지난해 성과와 신년 계획 등을 들어보는 특집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그 일곱번째 주자로 지난 17일, 유병하(57)국립경주박물관장을 만났다. 유 관장은 국립박물관에서 28년 이상 근무하며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중앙박물관 연구기획부장, 국립공주박물관장, 국립춘천박물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지난해 5월 국립경주박물관 수장으로 재직중이다. 유 관장은 국립경주박물관을 경주역사문화관광의 관문인 웰컴센터로 만드는 계획을 추진중이며 무엇보다 경주시민의 박물관으로 사랑받기를 바랐다. 또, 예산을 확충해 박물관 외연을 넓힐뿐만 아니라 다소 파격적인 변신을 통해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힐링의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하 관장의 기획력과 추진력있는 역동적 마인드는 그 중심이 될 것으로 보였다.
-경주시민들에게 인사 말씀부터 해주신다면?
우리 국립경주박물관(이하 경주박물관)을 경주 시민의 박물관으로 인식하고 아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경주시민의 박물관이므로 경주시민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합니다. 저희도 경주 시민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해 5월,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경주국립박물관에 부임해 오셨다. 중책을 맡으셨는데 그간 1년여의 주요 전시와 사업을 추진해오신 소회를 말씀해달라.
지난해 9월 발생한 지진으로 지진 비상시에 중점을 맞춰 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당장의 임시 조치, 상황전파, 장기적 대처 플랜 등을 수립하느라 바빴고 원래 계획된 사업 추진을 했습니다.
그리고 경주박물관의 운영방향, 조직, 예산, 공간적 운영 등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에 직원들과 상황(생각)을 공유하는 것에 우선을 뒀고요. 기존의 예산은 경주박물관의 위상과 맞지 않다고 봤고 일차적으로 기재부 예산을 늘렸습니다. 예산 작업을 재편성하면서 미래 구상을 해보았습니다. 경주박물관이 역사가 오래됐다는 것은 하드웨어가 낡았다는 의미도 됩니다. 지금의 박물관 모습으로는 발전해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직을 늘려야 했습니다. 홈페이지 개선팀 발족 등 시급한 상황을 처리하기 위한 별도의 팀이 필요했고 홍보팀과 전산 팀을 발족시켰습니다.
-경주박물관에서는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우리 문화재 그리기 빚기 대회, 지역 인물을 발굴해 전시를 개최하는 등 지역민에도 배려를 하고 있다. 이같은 행보에 대해 지역민들은 환영하고 있다. 그런 사업(프로그램)의 의의를 짚어달라.
교육 프로그램이나 전시 등을 통해 지역민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앞으로 더욱 확대해야 할 부분이죠. 우리나라 여러 국립박물관 역할이 전국가적으로 중요한 전시나 중요 인물만 다루는 것만이 아니라고 봅니다. 지역에 있는 박물관들은 지역에서 철저하게 지역문화를 발굴, 조사하고 그것을 지역민에게 알리고 지역민의 정체성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역할이기도 하죠.
사실, 경주박물관은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요, 이는 전국 박물관 중에서의 위상이 높다보니 한국적이고도 세계적인, 입장이 어중간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볼때는 철저하게 경주에 기반을 둬야 하고 그 위 상위를 챙겨야 된다고 보는 것이지요. 지역민의 사랑을 받는 시민의 박물관으로, 전국 수준의 기대치도 충족시키는 경주박물관이어야 합니다.
-관장님께서는 업무 기획력과 추진력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올 한 해도 세계유산‘백제’전을 필두로 전시를 기획하고 있는데 올해 주요(역점)전시계획과 사업추진에 대해서 말씀해달라. 정문의 남쪽 이전 등 박물관 영역을 넓혀 나아가는 계획 등에 대해서도.
올해 많은 전시를 준비하지는 못했습니다. 올해는 일단 경주박물관의 공사가 많아서 갑작스럽게 준비하는 전시는 바람직하지 않아서입니다. 지난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그간 노후화된 시설에 대해 시급히 고치고 새로운 모습을 갖춰야겠다고 판단했고 지진대비 구조 진단하에 전시관, 동궁과 월지관 등은 제대로 진단을 받고 그 중 특별전시관은 올해 보강공사까지 마치려고 합니다. 지진을 대비해 전시장 내부에 면진진열장, 면진받침대를 놓아야 합니다.
또, 수장고 공사를 올해 마무리짓고자 합니다. 따라서 물리적으로도 전시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공사에 치중하려 합니다. 이는 경주박물관이 좀 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발로에서입니다. 1975년 이후 같은 건물, 같은 경관에서 새로운 박물관으로 도약하는 한 해로 봐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시는 내년을 기대하셔도 좋을듯 합니다. 내공을 바탕으로 포맷이 다른 전시를 구상 중이니까요.
다가오는‘백제’전은 최고 자랑할만한 백제 유물을 신라권역에서 한 번 선보이고 싶었던 전시입니다. 백제와 신라가 문화나 유물로 어떻게 연결이 되어있는가도 한 번 살펴보는 기회로 백제역사문화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널리 알리는 측면도 공유하고자 했습니다. 또, 문화재연구소와의 협력 사업으로 6월~8월경‘월성’발굴성과전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척의 월성 발굴현장의 유구, 유적을 보고 박물관에서 유물을 보는 것으로 연계한 전시지요.
-경주의 문화재가 국외로 흩어져있는 반출 현상이 심합니다. 당장 문화재 반환이 어려운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박물관 측에서, 흩어져있는 경주의 유물을 기획하는 순회전(혹은 다른 대안전) 등에 대해서는 어떤‘의견’을 가지고 계시는지?
반출된 해외 문화재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현지에 두고 오히려 현지인들이 중국의 문화를 인식하게하는가 하면, 그리스의 경우는 국가의식이나 민족의식의 발로로 철저하게 되가져오려 하지요. 이 두가지의 사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너무 많은 문화재가 반출이 돼 있는데,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것은 반출과정에서 유물이 반출된 경위와 ‘강제성’을 밝힐 수 있어야하고 강제성이 증명된 경우 이에 대해 요구하고 그 요구를 들어줘야하는 것이 국제사회 책무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반출경위를 밝히는 것이고 이는 문홰재청이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고 박물관은 외국박물관과 전시하는 과정에서 부대적으로 역할을 할 수는 있습니다. 순회전은 검토해 보겠습니다. 그보다 경주 시내 곳곳에 석조물 등이 산재해 있는 것을 경주시에서 적극 모으고 있는 운동에 동의하며 우리 박물관도 그것에 일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경주시내 곳곳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유물들에 대해 한 곳에 모아 과정도 밝히고 전시에 활용하는 방안도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1975년 이곳으로 박물관 전체가 이전했다. 박물관의 건축적 아름다움과 자연 경관도 중요한 감상의 포인트다. 이를 위해 박물관측에서 노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저희도 그런 인식을 철저히 가지고 있습니다. 소소한 건축물도 문화재위원회나 경주시의 건축협의회 심의를 받고 경주의 도시경관과 어울리는 모습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때로는 파격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통적 디자인의 건축물 속에 매우 현대적인 건축물과의 조화는 참으로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전시물, 교육내용, 건축물 등이 전통만을, 혹은 시간적으로 과거만 강제하는 건 바르지 않다고 봅니다.
자연스럽게 커피도 마시며 현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가면서 전통과 현대가 조화로운 힐링의 공간이 돼야 하는 것이죠. 박물관을 찾는 것은 문화적 소양과 정체성 등을 위해 찾기도 하지만 ‘쉬러’오는 이도 있습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합해져야 하고 그럴려면 루브르의 유리피라미드관, 미국 내셔널 갤러리의 구,신관의 대칭처럼 변칙도 필요합니다. 그것이 문화재위원회나 경주시가 잘 반영해 줄지는 검토해야 할 일이지만요(웃음). 대체로 박물관은 너무 과거적 요소들이 많아요. 과거를 강제하는, 1000년 전을 거슬러 가는 강제라고나 할까요?
-관장님께서 특히 애정을 가지고 추진하시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개인적인 포부도 함께 말씀해달라.
지금 경주 박물관은 운영패러다임 전환의 문제, 비전 수립 등 전반적으로 다소 주춤한 상태라 보여집니다. 조화로운 건축물로 숲속의 박물관, 유적과 숲이 어우러지는, 그 속에 자리잡은 박물관으로서 경관도 고려해야 하고 신관 건물 결정 등의 작업이 올 상반기에 구축될 것입니다. 경주박물관이 부동의 위치를 확보하려면 예산, 즉 사업비 규모를 확장해야해서 지난해 4배를 늘렸습니다.
올해는 다른 여타 박물관이 근접할 수 없도록 일단 규모를 키워놓고 싶습니다. 지역의 박물관이 국립박물관과의 차이가 현격해지면 양극화로 이어지고 다른 박물관은 좌절하고 불만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경주박물관이 주변 박물관과 더욱 깊은 관계를 형성해 고충이 있다면 덜어주고 나눠주고 돕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박물관의 여러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역할 가운데 그간 가장 소홀히했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노력하겠습니다. 단순히 네트웍을 넓히는 차원이 아니라 공공재를 가지고 있는 한은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경주박물관만이라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세계적으로도 손색없는 박물관이다. 경주시민과 관람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박물관의‘대중’은 단순치 않습니다. 공부하러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힐링하러 오십시요. 박물관은 공부하고 계몽적으로 인도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노인, 아이 모두가 찾고 힐링하러 오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진 대비는 잘하고 있습니다. 20억을 투자해 3개년 계획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경주박물관을 지진에 대한 하나의 우수한 시범모델로 삼을 수 있도록 목표를 잡고 있습니다.
구조 진단을 세밀하게 받고 3년에 걸쳐 보강 공사를 다 할 것입니다. 미술관과 역사관은 이미 관련 조치를 했으며 작은 건축물에도 신경 쓸 계획입니다. 올해는 면진받침대와 면진진열장에 신경을 쓰고 있고요. 경주시민들에게 절대로 지진에 관해선 걱정 끼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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