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연말 내로 복원완료 예정인 사적 제96호 경주읍성이 주변 경관문제와 인근 주민 사생활 침해 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여 적절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고려시대 축성돼 흔적이 사라져갔던 경주읍성 전체 성벽 2400여m 중 일부인 324m에 대해 복원을 완료할 계획이다. 또 성벽과 함께 향일문(동문)과 문루도 복원한다. 경주시에 따르면 경주교회에서 계림초까지 보수 129m, 신축 195m 등 총 324m 구간의 성벽을 복원 중에 있다. 또 문루는 면적 74.29㎡(22.5평)로 정면 3칸, 측면 2칸, 팔작지붕 형태로 축조되며, 동문인 향일문도 복원된다. 이외에도 우회도로 개설과 배수로, 탐방로, 수목식재 등으로 주변을 정비해 올해 내 복원을 완료할 계획으로 현재 석축공사가 한창이다. 문제는 높이 4m인 성벽 위를 관광객과 시민들이 다닐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어서 경관문제와 사생활 침해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는 것. 기자가 지난 18일 높이 4m로 축조되고 있는 성벽 위를 올라 서편 주택 밀집지역을 살펴봤더니 실제 이곳 경관의 상당한 문제점이 한눈에 들어왔다. 성벽 위에서 서편으로 조망되는 주택과 상가 건물은 약 180여 곳. 이들 주택과 건물들은 전통 기와와 칼라강판 기와, 조립식 주택, 슬라브 지붕 등이 혼재돼 미관상 좋지 않았을 뿐더러 인접한 주택 담장 등도 훼손 또는 노후화로 검게 변색돼 있었다. 또 전기·전화선 등 각종 전선 역시 고스란히 노출돼 있었다. 이로 인해 복원 후 이곳을 찾는 관광객 등이 체감하는 천년고도 경주이미지가 상당히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사유재산으로 개개인이 자비를 들여 경관 정비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데다, 경주시가 이를 위한 대책도 현재까지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벽과 인접한 일부 주택들은 집 내부까지 훤히 들여다보여 사생활 침해 논란도 일 것으로 보여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성벽과 20여 미터 가량 떨어진 일부 주택들은 마당과 방 내부까지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향후 이곳을 찾는 관광객과 시민들이 증가할수록 피해를 호소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시각적인 사생활 침해와 함께 소음 등의 피해로 인한 민원발생이 예상되고 있는 것. 실제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후 관광객 수가 증가하면서 집 내부까지 들어오는 등 사생활 침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를 감안하면 이곳 역시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경주읍성 인근 주민 A(58) 씨는 “현재 축조되는 높이를 보면 집 내부가 그대로 노출돼 향후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되면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면서 “그렇다고 사비를 들여 담장을 높이는 등 공사를 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또 다른 주민 B(64) 씨는 “공사기간 동안 소음과 먼지 등으로 인한 불편함을 참고 살았는데, 앞으로도 성벽 위의 눈치를 봐야 할 상황이라 화가 난다”면서 “성벽을 쌓는 데에만 치중했지 주민불편 해소를 위한 아무런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사유재산에 대한 지원방안이 없다. 종합정비지구 계획 등 큰 틀에서 방법을 찾아야 하지만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만큼 시간을 두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이 예상되면서 일각에서는 이 지역에 대해 황남동 등과 같이 고도보존육성지구 지정을 통해 주택 신·개축 등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주민 C(49) 씨는 “이 지역이 문화재보호구역은 아니지만 주택을 신축할 경우 모두 발굴조사를 해야 하는 등 비슷한 상황”이라며 “경주읍성 주변 미관 개선과 주민 지원을 위해서는 보존육성지구 지정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지난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총사업비 605억원을 투입해 경주읍성의 옛 모습을 복원하고 있다. 현재 일부 구간에 대한 복원정비사업은 2014년 공사를 발주해 올해까지 총사업비 73억200만원(국비 51억1100만원, 도비 6억5700만원, 시비 15억3400만원)으로 올해 완공한 뒤 2020년까지 북쪽 성벽까지 전체 사업을 마무리 할 방침이다. 일부 구간 성벽 등의 복원이 완료되면 경주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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