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에 관심을 가지면서 책을 뒤지고 발로 뛰어다니며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 안타까웠다. 당나라의 선승 대주(大珠) 혜해(慧海) 선사에게 한 스님이 물었다. “선사께서는 도를 닦을 때 특별한 노력을 들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어떤 노력을 하십니까?” “배고프면 밥을 먹고, 고단하면 잠을 잡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 정도는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밥을 먹을 때 밥만 먹지 않고 오만 가지 생각을 하고, 잠을 잘 때도 잠만 자지 않고 온갖 망상을 일으킵니다.” 혜해 스님의 이 일화를 통해서 지나치게 욕심을 내어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참 공부가 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마음을 비우고 구황동 제2사지로 향했다. 분황사에서 임해로를 따라 월지로 가다가 황룡사지 입구로 들어서면 북쪽으로 황룡사 역사문화관이 보이고 그 남쪽으로 넓은 빈터가 보인다. 이곳이 구황동 제2사지이다. 경주의 구황동은 황룡사를 위시하여 분황사, 황복사 등 ‘황’자가 든 아홉 개의 사찰이 있었다고 붙여진 동리명이라고들 한다. 그 9개의 절 중 하나일 듯한 폐사지가 황룡사지 바로 서쪽에 있는데, ‘구황동 제2사지’ 또는 ‘황룡사지 서편사지’라고 한다. 빈 터에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는 석탑의 일부를 비롯해 외짝 당간지주와 석재 등이 남아 통일신라의 사찰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절터에 대해서는 『삼국유사』나 『삼국사기』를 비롯한 어느 기록에도 나타나지 않아 사찰 이름이나 사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다. 일제강점기에 사역(寺域)에 남아 있는 당간지주와 탑재가 조사되었고 1990년에는 ‘황룡사지 서편 폐사지’라는 이름으로 발굴조사와 정비가 이루어졌다. 이 사지와 황룡사지의 경계가 되는 도로변에는 초석과 장대석 등 다양한 치석재가 놓여 있고 돌담 너머로 남향의 건물지와 탑지가 정비되어 있다. 절터에는 옥개석 2매와 탑신석, 갑석, 지대석이 각 1매씩 총 5매의 석탑재가 남아 있다. 토단을 이용해 지대석처럼 돋운 탑지 위에 탑의 부재가 놓여있다. 건물지는 토단을 통하여 전체 모습을 파악할 수 있으며, 군데군데 기단석이 노출되어 있다. 남쪽부터 중문-쌍탑-금당-강당이 놓이고 주변을 회랑이 둘러싸고 있다. 강당지의 동·서 양측에는 넓은 단이 조성되어 있어 강당과 동·서 회랑을 연결해주는 방형의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앙에 위치한 금당지 좌우에서 뻗어 나온 익랑은 동·서 회랑과 만나고 있다. 남 회랑은 일정한 폭으로 동·서 회랑과 만나고 있는데 별도의 중문지 관련 기단은 보이지 않는다. 강당지와 남 회랑지 사이에 있는 쌍탑지 중 동탑지에는 옥개석, 탑신석, 갑석, 지대석이 각 1매씩 있는데 토단 모서리에 갑석과 지대석이 겹쳐진 상태로 있고 토단 위에 옥개석과 탑신석이 있다. 탑신석에는 우주와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다. 탑신 상부에는 사리공이 있다는데 높아서 확인할 수는 없었다. 갑석과 지대석은 모서리 부분만 남아 있는데 갑석 위에는 내림마루가 약하게 표현되어 있고, 지대석에는 우주가 새겨져 있다. 옥개석에는 4단의 옥개받침과 2단의 탑신 괴임이 있다. 상부 처마부분의 훼손이 심한 상태인데 파손되지 않은 모서리에서 풍탁공이 확인된다. 서탑지에는 토단 위에 옥개석이 1매가 놓여있는데 동탑지의 옥개석과 동일한 크기와 형태이다. 동편 회랑지와 담장 사이에는 당간지주가 1짝만 남아 있다. 당간지주는 지금까지 보아온 당간지주 중에 가장 갖은 편으로 간공 상부는 결실되었다. 나머지 1짝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사역 남쪽 경계 지점에는 7개의 쐐기흔이 있는 석재가 있다. 발굴 당시 이곳에서 두께 1.0㎝ 내외의 종선문 와편과 경질토기편이 소량 확인되었다. 그 외 사역 동편에는 방형초석, 원형초석, 인방홈초석, 활주초석, 신방석, 돌확, 맷돌, 장대석 등 다양한 치석재들을 모아 두었다. 구황동 제2사지는 가람배치와 석탑재의 형태, 남아있는 유물 등을 통해 통일신라시대에 운영되던 사찰이었을 것으로 추정이 되며, 절의 규모는 작지만 황룡사지와 가깝고 통일신라시대의 대표적 가람형식과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는 석탑의 존재로 보아 매우 중요한 사찰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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