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동백은 이른 봄 우리 곁에서 피고 또 진다. 무심코 지나친 동백의 아름다움을 재발견 시켜주는 전시가 경주를 찾았다. 환희로 가득찬 개화기 절정의 모습과 때론 동백꽃잎이 이지러진 아스팔트길을 즐겨 그리는 작가의 전시에서 가슴이 아릿해지고, 어루만지듯 처연한 동백의 작품을 보노라면 인생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보여지기도 한다. 박진효 작가가 전하는 ‘동백의 말, 뭇 생명들의 말, 나의 말’ 전이 용강동 소재 수성요양병원 2층 갤러리 공간에서 오는 3월말까지 펼쳐지는 것. 박진효 전은 부산 민주공원 갤러리에서 첫 전시를 한데 이어, 순회전인 두 번째 전시는 경주에 사는 지인의 소개로 지난 10월 개원한 수성요양병원(김경오 원장)에서 하고 있는 것. 동백꽃의 여러 모습들을 그린 대작들이 이곳 요양원 갤러리의 가변적 공간을 가득 채운다. 요양원의 어르신들과 방문객들은 박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통해 또다른 치유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작품은 멀리서 보면 마치 사진과도 같이 보일만큼 극사실적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회화의 진정성이 그대로 보인다. 터치는 힘이 있으면서도 섬세하고 부드럽다. 작가는 지금까지 6년여 기간 동안 동백만을 그린 작품을 총 망라해 전시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동백만을 그리고자 한다. 박진효 작가는 부산 출생으로 부산에서 메인 극장가 간판 그림을 그렸던 이다. 그림에 대한 갈증이 심했으나 ‘먹고 사는 일’에 치여 극장 미술일을 한 것. 지금은 전업작가로서 두문불출하고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박 작가는 “미술의 언저리에서 오랫동안 굴렀다. 어린 시절 나전칠기 냄새를 맡으며 잠드는 날엔 조가비의 꿈을 꾸었고 어느덧 꿈의 영상이 어른거리는 극장 한켠에 머물고 있었다. 뺑끼와 치기와 팝아트와 카피들이 꿈의 공장에서 빚어졌더랬다. 그러나 몸으로 견주고 손으로 그리는 극장미술의 시절이 서서히 저물고 있었다”고 회상하면서 “그러나 늘 그리고 싶었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꺼내어 다시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방천지의 동백들이 쏟아져 말을 건네왔고 동백의 말을 기억하기 위해서 기록을 바탕으로 동백의 말을 작품에 옮겼다. 작가가 그린 ‘침묵, 이바구, 별 지다, 길, 떨어지다, 붉은 분노, 촛불, 비밀, 아스팔트, 그래도 봄은 오리라, 꿈 이루어지다’는 모두 동백의 말이며 뭇 생명들의 말이며 작가 자신의 말이었다. 박진효 작가는 1982년~1993년 부산의 여러 극장에서 극장미술을 펼치고 1994년~2012년 개인 작업을 바탕으로 공공미술에도 참여했다. 2013~2016년 동백이 마음에 들어와 사생과 작업에 몰두했으며 2016 개인전 동백 - 박진효 부산 민주공원 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이번 전시는 병원의 여유 공간을 갤러리로 환기시키는 작은 계기로서 발상의 전환이 되는 전시라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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