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 밥상물가를 비롯한 소비자물가가 대폭 오르면서 서민들의 근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소비가 위축되면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일 발표한 통계청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가 102.43으로 전월 대비 0.9% 상승했고, 작년 같은 달보다는 2.0% 올랐다. 이는 2012년 10월(2.1%)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로, 줄곧 0~1%대를 오가던 물가가 껑충 뛴 것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8.5% 올라 전체 물가를 0.67%포인트 끌어올렸고, 석유류도 1년 전보다 8.4% 뛰어 전체 물가를 0.36%포인트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같은 결과를 반영하듯 경주지역 소비자물가도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물가관리시스템이 공개한 지난 5일 기준 경주지역 전통시장 및 대형마트 물가를 1년 전과 비교한 결과 서민 밥상에 오르는 농·축·수산물 및 가공식품 가격이 거의 대부분 올라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이 가중됐다. 또 음식점, 숙박료, 공동주택관리비 등 개인서비스 가격도 대폭 올라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밥상물가 중 곡류는 유일하게 쌀 가격만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하락했고, 보리쌀과 콩은 올라갔다. 쌀 20kg은 전통시장 3만8500원, 대형마트 3만5450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4500원, 1만3200원 내려갔다. 보리쌀과 콩 1kg은 전통시장이 각각 3125원, 6912원으로 259원, 935원 올랐고, 대형마트는 4385원, 8540원으로 225원, 310원씩 인상됐다.
축산류는 한우 등심 500g 가격이 전통시장 2만5437원, 대형마트 4만2225원으로 각각 1년 전보다 4382원, 3225원씩 올랐다. AI 여파로 달걀 가격은 전통시장 9111원, 대형마트 9285원으로 1년 전 6099원, 5544원보다 무려 3012원(49.4%), 3741원(67.5%) 인상됐다. 수산류는 명태 가격이 가장 많이 치솟았으며, 조기, 고등어 등도 대폭 인상됐다.
전통시장 명태 1마리 가격이 1만142원으로 1년 전보다 5892원 오른 반면 대형마트에는 3515원으로 720원 내렸다. 참조기 5마리 가격은 전통시장 1만9500원, 대형마트 2만1975원으로 1년 전보다 1417원, 2025원씩 인상됐다. 고등어 1마리의 전통시장 가격은 5000원, 대형마트는 4745원으로 500원, 45원씩 올랐다. 채소류는 마늘과 감자 1kg 가격이 전통시장 각각 9287원, 2300원으로 1365원, 234원씩 올랐고, 대형마트는 1만1865원, 5700원으로 각각 2115원, 2150원 인상됐다. 반면 양파 1kg은 전통시장 1868원, 대형마트 2346원으로 754원, 416원씩 내렸다.
이외에도 전통시장의 건고추, 대형마트 당근, 오이, 감자, 호박 등도 1년 전 가격보다 소폭 인하됐다. 과일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가격 등락폭이 엇갈렸다.
배 10개 가격은 전통시장 2만4125원으로 4681원 오른 반면, 대형마트는 2만8650원으로 500원 내렸다. 사과(10개)는 전통시장 2만2043원으로 417원 올랐고, 대형마트 가격은 1만9450원으로 6800원 내렸다. 또 귤 1kg은 전통시장 2914원으로 1873원 내린 반면, 대형마트는 4975원으로 442원 올랐다.
주류 중 대표품목인 소주 가격은 전통시장 1256원, 대형마트 1175원으로 1년 전보다 84원, 60원씩 올랐고, 맥주는 1431원, 1325원으로 5원, 85원씩 인상됐다. 가공식품으로 참기름(320ml)과 식용유(1.8리터)는 전통시장 5660원, 5066원으로 28원, 317원 내렸고, 대형마트는 참기름 5905원으로 245원 올랐고, 식용유는 5575원으로 275원 내렸다.
-전통시장 가격 그나마 ‘저렴’
경북물가관리시스템이 공개한 2월 5일 기준 밥상물가 중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와 일치하는 품목들을 비교한 결과 전통시장의 판매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고기 등 총 18개 품목 중 14개 품목의 가격이 전통시장에서 훨씬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것. 소고기 등심 500g 기준 대형마트 가격은 4만2225원, 전통시장은 2만5437원으로 전통시장이 1만6788원 낮아 가장 큰 가격차를 보였다. 또 배 10개와 감자 1kg 가격도 전통시장 2만4125원, 2300원, 대형마트는 2만8650원, 5700원으로 전통시장이 각각 4525원, 3400원 저렴했다. 이외에도 사과 10개, 귤 1kg, 보리쌀 1kg, 파 1kg 등도 전통시장이 각각 3700원, 2061원, 1260원, 1882원씩 낮았다. 반면 쌀(20kg)은 전통시장 평균가격이 3만8500원으로 대형마트 3만5450원보다 3050원 높았고, 명태, 돼지고기, 배추도 전통시장이 각각 6627원, 1350원, 67원 많았다.
-외식 등 개인서비스 품목도 인상
외식비, 식당요금, 이·미용 요금, 숙박요금, 공동주택 관리비 등 개인서비스 품목도 1년 전과 비교해 대부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 내 설렁탕 한 그릇 평균가격은 7200원으로 1년 전보다 200원 인상됐다. 또 비빔밥, 갈비탕, 삼계탕도 5125원, 7285원, 1만1375원으로 각각 181원, 285원 250원씩 올랐다. 외식을 할 때 가장 즐겨 찾는 삼겹살은 200g에 9746원으로 1년 전보다 528원 올랐다.
반면 소고기와 돼지갈비 200g은 2만942원, 6975원으로 각각 433원, 80원씩 내렸다. 패스트푸드인 치킨, 햄버거, 피자 가격도 1년 전과 비교해 상승했다. 치킨 1마리 평균가격은 1만5250원, 햄버거(불고기)는 3533원, 피자는 2만7800원으로 1년 전 보다 각각 28원, 267원, 8900원씩 인상됐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분식점 가격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라면 1그릇 평균가격이 2937원으로 104원 올랐다. 김밥과 칼국수 1인분 가격도 각각 2950원, 4750원으로 162원, 139원씩 상승했다. 공동주택 관리비도 1년 전과 비교해 대폭 올랐다.
82.65㎡(25평) 기준 월 평균 관리비가 6만8100원, 105.79㎡(32평)는 8만3633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만1434원, 5162원씩 치솟았다. 이·미용 요금은 커트 기준 1만250원, 9625원으로 1년 전 가격 보다 250원, 181원씩 인상됐다. 숙박요금(1박) 또한 호텔 10만5000원, 여관 3만3750원으로 1만5000원, 2084원씩 올랐다. 대부분 개인서비스 품목의 요금이 오른 반면 찜질방 이용료는 7600원으로 지난해보다 1만2733원 인하됐고, 당구장 이용료도 1시간 기준 6457원으로 31원 내렸다.
-전월 대비 도시가스요금↑, 상수도요금↓
밥상물가와 개인서비스 대부분 품목의 가격 인상과 함께 겨울철 사용량이 증가하는 도시가스 요금이 전월 대비 5.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물가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시내버스, 택시 기본요금은 1300원, 2800원으로 전월 요금과 동일했다. 또 쓰레기봉투 20리터와 하수도요금(가정용 1㎥요금을 20㎥로 환산한 금액)은 350원, 6970원으로 변동 없었다. 그러나 도시가스 요금은 가정용 1MJ 요금을 516MJ로 환산한 금액이 8669원으로 지난해 12월 8248원 기준 421원 인상됐다. 반면 상수도 요금은 가정용 1㎥요금을 20㎥로 환산한 금액이 1만5490원으로 전월 1만8510원보다 3020원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 활성화 등 대안 마련 시급
농산물 가격이 급증하는 것은 지난해 여름 폭염과 가을에 태풍 차바 및 잦은 비가 주원인으로 손꼽힌다. 배추, 당근, 무 등은 지난해 가을 잦은 비로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한 영향 등으로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AI도 축산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로 산란계가 대거 폐사되면서 계란 값은 치솟은 반면 닭고기의 경우 감염을 꺼리는 소비자 심리 탓에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또한 현재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소고기, 돼지고기 가격도 향후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특히 일부 상인들의 사재기 등 유통구조 문제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어 정부당국의 구조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이유로 설 명절 이후에도 밥상물가가 내려가지 않고 있어 “장보기가 두렵다”는 서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가고 있는 것.
이에 따라 경주시 차원에서라도 물가조절 정책과 더불어 농산물 직거래 장터 활성화 등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부 이모(51·동천동) 씨는 “현 상황은 생산자는 생산원가도 건지지 못하고,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 구매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주도 현재 공동주택이 늘어가고 있어 아파트 단지별로 산지와 연결된 직거래 장터를 활성화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경주시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농산물 작황이 좋지 못했고,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달걀 가격 상승과 석유값이 많이 올라 전국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졌다”면서 “직거래 활성화 등 유통구조 개선과 물가조절 정책을 마련해 서민물가가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