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역 밥상물가가 설 명절 이후에도 여전히 고공행진하고 있어 서민들의 가계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명절을 앞두고 올랐던 물가는 그 이후부터 조금씩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채소나 과일 등의 가격은 대부분 요지부동인 것. 오히려 소고기 등 설 이전보다 더 오른 품목도 많은 것으로 나타나 지역물가 움직임이 이례적인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달걀가격 폭등과 유가 반등으로 인한 유가 상승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북물가관리시스템에 따르면 경주지역 전통시장 및 대형마트 물가를 설 명절 전인 1월 20일과 이후인 2월 5일 밥상물을 기점으로 가격조사결과 대부분 품목의 가격이 내려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통시장의 경우 곡물류, 축산류, 수산류, 과채류 등 총 23개 품목 중 절반이 넘는 13개 품목의 가격이 상승했다. 가격이 내려간 품목은 9개, 변동 없는 품목은 1개로 나타났다.
대형마트도 형편은 비슷했다. 곡류, 육류, 낙농품, 어류, 채소류, 해초류, 과실류 등 총 49개 품목 가운데 20개 품목의 가격이 오르고, 15개 품목은 내렸다. 설 전 올랐던 가격이 요지부동인 품목은 14개에 이르렀다.
조사 결과 설 전후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소고기. 한우 등심 500g이 전통시장은 2만4055원에서 2만5437원으로 20일 사이 1382원(5.7%) 올랐다. 대형마트도 3만9725원에서 4만2225원으로 2500원(6.3%) 인상됐다.
돼지고기 삼겹살 500g 가격은 전통시장이 1만1111원에서 1만1125원으로 14원 올랐지만, 대형마트는 9775원으로 가격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현재 구제역 발병으로 인해 소고기,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인상조짐을 보이고 있어 향후 소매가격도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달걀 가격 폭등도 상승세가 약간 둔화되긴 했지만, 설 명절 후 상승한 것은 마찬가지. 닭고기 가격은 전통시장이 오르고 대형마트는 내렸다.
전통시장 달걀 가격은 30개 한판에 8664원에서 9111원으로 447원(5.2%) 올랐다. 대형마트는 8193원에서 9285원으로 1092원(13.3%) 올라 전통시장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됐다.
닭고기 육계 1kg은 전통시장이 6000원에서 6283원으로 283원 상승한 반면 대형마트는 6255원에서 5255원으로 1000원 내려간 것으로 조사됐다.
수산류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전통시장의 경우 명태 1마리 가격이 설 전 9562원에서 설 이후 1만142원으로 580원(6.1%) 올랐고, 냉동오징어 2마리 가격은 5357원으로 420원(8.5%) 인상됐다. 명태의 경우 최저가격이 3000원으로 나타나 시장별로 가격차이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고등어 1마리 가격은 5000원으로 62원 내렸다.
대형마트에서는 갈치 1마리 가격이 1만1700원으로 1100원(10.4%), 고등어 1마리는 4754원으로 1000원(26.6%) 올랐다. 반면 조개(바지락 1kg)는 7815원으로 815원 인하됐고, 명태(1마리)는 3515원으로 500원 내려갔다.
과일·채소가격은 전통시장에서 밤 1kg가 7258원으로 535원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으며, 마늘 1kg 9287원으로 365원, 배 600g 10개 들이 2만4125원으로 237원 뛰었다. 반면 사과 부사 10개는 1만5750원으로 472원 내렸고, 건조 고추 600g은 8812원으로 465원 내렸다.
대형마트는 수박 8kg 1개 가격이 2만8450원으로 3500원 올라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이어 오이 10개 1만5280원으로 2380원 올랐고, 사과 부사 10개 1만9450원으로 1500원 상승했다. 이외에도 귤 10개 가격이 4975원으로 1525원, 양파 2346원으로 416원 등의 순으로 가격이 올랐다.
가격이 내린 품목은 참외로 10개 가격이 4만5110원에서 2만6640원으로 1만8470원 떨어졌다. 토마토 1kg은 6775원으로 1350원 내렸고, 파 1kg은 4182원으로 200원 등 일부 과일 가격이 내렸지만 큰 폭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또한 대형마트의 경우 돼지고기, 우유, 꽁치, 어묵, 콩나물, 버섯 등 14개 품목이 명절 전 올랐던 가격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밥상물가가 명절 전후로 대다수 품목이 상승하거나 변동이 없었고, 가격이 내려간 품목은 적은 것으로 조사돼 서민 가계 부담은 점점 높아가고 있다.
주부 박모(48·황성동) 씨는 “일주일 치 밑반찬거리만 사도 4~5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면서 “앞으로도 물가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소비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