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과 스승과 부모의 은혜가 동일함으로 한 몸처럼 같이 섬기라는 유학의 가르침이 조폭들의 세계에서는 ‘두사부일체(頭師父一體)’ 로 패러디 된다. 즉, 두목과 스승과 부모가 동일체란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항상 다스리려 하는 자는 아래 사람들을 복종시키기 위해 위계(位階)의 정당성을 도덕으로까지 포장하려 든다. 그런데 도덕이란 분명한 목적성을 가진 성문법과는 구분되며 단순히 사람의 지성으로 본 자연계의 윤리적 불문법에 해당한다. 이를테면 모든 생명체의 종(種)이 보존되기 위해 부모가 자식을 돌보고, 또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행위는 법으로 정할 것도 없는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섭리라는 말이다. 고로 군(君)과 사(師)를 부(父)와 동일체로 보는 것은 올바른 시각이 아니다. 왜냐하면, 부모란 나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자연법 상의 관계이지만, 주군이나 스승은 불가항력이 아닌 인위법 상의 관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부모답지 못한 부모라도 부모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스승답지 못한 스승이나 군주답지 못한 군주는 섬겨야 할 이유도 따라야 할 이유도 없다. 지식도 인격도 갖추지 못한 스승을 어찌 스승이라 할 것이며, 민(民)을 외면한 군주를 어찌 군주라 할 것인가? 전범으로 처형되면서도 ‘하일히털러’를 외치던 사람들이나, 굶어 죽어가면서도 경애하는 장군님을 외치는 그들이나, 권력을 사취하고 농단하여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정권을 향하여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과의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누가 누구를 사모하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듯이 그렇지 않을 자유도 있다. 자신과 뜻을 달리한다고 하여, 다른 사람을 향해 함부로 비속하기 짝이 없는 호칭을 쓰는 것은 분명한 언어폭력이며, 특히 ‘빨갱이’라는 말은 간첩이나 공산주의자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에, 공개된 장소에서 특정인을 지적하여 그렇게 호칭하는 것은 중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피를 나눈 형제 끼리나 부부간에도 생각은 다를 수 있는 것인데, 나와 생각이 다르다하여 아예 상대를 범죄인이나 반국가사범으로 규정하는 틀을 씌워 놓고서야 무슨 대화인들 가능할 것인가? 다시 말하지만 ‘군사부일체’는 없다. 정의를 떠난 불의와의 야합이 배신이지, 불의에 대한 배신은 곧 정의이다. 애국이란 내 나라에 대한 충정이지, 특정인에 대한 추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는 오로지 진정한 의미의 자유민주주의이고, 특정인이 아닌 모두의 인권이 동등하게 존중받는 그런 사회이다. 김사모, 이사모, 박사모 따위는 이제 그만 두고, 자신을 비하하고 타인을 비하하는 일도 그만두고, 오직 스스로 자신의 존귀함을 깨달아 스스로를 사모할 줄 알아야 모두가 모두를 사모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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