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한가운데 의자와 책상이 놓여 있습니다. 어떤 남자가 방 주변에 널려 있는 장난감을 가리키며 아이한테 말을 합니다.
“지금부터 아저씨는 어딜 잠깐 다녀올 거야. 기다리는 동안 넌 장난감을 마음껏 가지고 놀아도 좋아. 그런데 만약 기다리기 싫으면 여기 있는 벨을 눌러. 그럼 아저씨가 얼른 돌아올 거야.”
그리고는 남자는 책상 밑에 준비되어 있던 접시를 꺼냅니다. 거기에는 마시멜로가 담겨져 있습니다. 마시멜로(marshmallow) 다들 잘 아시죠? 흰색의 몰랑몰랑한 사탕인데, 너무 달아서 보통 어른은 두 개도 먹기 힘들어요. 살찌기 딱 좋아 땅콩버터와 함께 ‘칼로리 폭탄’으로 악명이 높지만 애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쓰죠.
어쨌거나, 남자는 “아저씨가 올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가만히 앉아 기다리면 마시멜로 두 개를 줄 거야. 그 전에 네가 벨을 누르잖아? 그럼 아저씨는 금방 돌아와. 그때는 마시멜로를 하나만 줄 거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이제 방에는 아이와 마시멜로 접시만 놓여 있습니다.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처음엔 당연히 아저씨를 기다려야겠다고 마음먹겠죠. 마시멜로, 하나보단 두 개가 나을 테니까요. 하지만 무작정 기다린다는 게 아이한테 쉬운 일인가요? ‘아, 지금 바로 먹으면 좋겠는데….’ 자연스레 벨로 눈길이 갑니다. 저걸 누르면 하나이지만 마시멜로를 바로 먹을 수 있으니까요. 저 벨만 누르면 힘든 기다림은 끝이 납니다.
아이는 방을 못 나갑니다. 정확하게 마시멜로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죠. 그저 아저씨가 빨리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발을 콩콩 굴러도 보고 머리카락도 잡아당겨 봅니다. 노래도 흥얼거려도 보지만 눈은 저 접시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 집중력이 안쓰러울 정도로 말입니다.
얼른(!) 결론부터 말씀드릴게요. 네 살배기 중 70%는 두 번째 마시멜로를 포기한다고 합니다. 하염없이 기다리기에 바로 눈앞의 유혹은 너무나 강렬합니다. 이 실험을 고안한 월터 미셸(Walter Mischel)은 대부분 아이들이 마시멜로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실험을 다양하게 변형시켜 진행하면서 밝혀진 사실은 ‘유혹거리’를 마음속에 두고 있는 한, 마시멜로 두 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겁니다. 마시멜로를 쳐다보면서 참는 건 최악의 작전이라는 거죠. 코를 파거나 숨을 오래 참는다거나, 아무튼 딴 짓을 하는 게 ‘말랑말랑한 유혹’을 떨쳐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겁니다.
미셸은 잠시도 마시멜로에서 눈을 못 떼는 아이일수록 더 빨리 벨을 누르더랍니다. 반대로 오래 버틴 아이들일수록 지연된 시간동안 관심과 생각을 의식적으로 보상물(마시멜로)에서 다른 것으로 돌려 ‘좌절감’을 줄이더랍니다. 핵심은 문제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는 거죠.
그는 새로운 집단을 대상으로 실험을 이어가면서 결론을 거듭 확인합니다. 가령 “저 마시멜로가 구름이나 달이라고 생각해 보렴. 구름을 갖고 논다고 상상해 봐.” 하거나 “마시멜로가 어떤 맛일지 생각해 봐. 먹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하는 식이지요. 구름을 상상한 아이들이 벨을 누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3.5분인 반면,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상상한 아이들은 평균 5.6분을 버텼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침이 고여서 괴로운데 어떤 맛일지 생각해 보라니 어서 벨을 누르라는 말하고 뭐가 다를까요.
실험을 종결한 미셸은 한참 시간이 지난 뒤 더 충격적인 발견을 합니다. 참고 기다렸던 아이들이 학교생활도 잘 하더란 겁니다. 바로 벨을 누른 아이들보다 더 유연하고, 스트레스도 잘 견디며, 실험에서 드러났듯이 위기 상황에서 참을성과 끈기를 더 발휘하더란 거죠.
사춘기를 지나 성인기에도 이 패턴은 유지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더 건강한 삶을 살고, 범죄를 저지르는 확률도 낮았으며, 소득과 자아존중감이 높더랍니다. 위기에 대한 대처능력도 물론이고요. 마시멜로가 주는 ‘만족 지연(遲延)’의 맛은 평생을 두고 달콤한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