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년(Solar Year, 太陽年)이란 춘분점을 기준으로 태양이 황도(천구(天球)상의 평면적인 태양의 궤도)를 따라 360˚일주하는 주기를 말한다. BC 18세기경 이집트인들은 1년을 365일로 하고, 30일로 이루어진 12달에 매년 5일을 더하는 방식으로 최초의 태양력(Solar Calendar, 太陽曆)을 만들었다. 태양력으로 계산할 때 1년은 365.2422일이 된다. 그 후 율리우스력에 의하여 1년을 365.25일로 계산하면서 4년마다 1일을 더하는 윤년이 생겼다. 그레고리력은 400년에 97회의 윤일을 두어 날짜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1582년 발표되어 현재까지 세계 공통의 양력(陽曆)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대의 한국은 중국 문화권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달력 역시 중국의 표기방법을 사용하였다. 신라의 인덕력(麟德曆), 백제의 원가력(元嘉曆), 고려의 선명력(宣明曆)과 대통력(大統曆), 조선시대의 시헌력(時憲曆)을 거쳐서 현재의 태양력은 고종황제의 칙령에 의하여 1896년 1월 1일부터 사용했다. 신라는 당나라가 665년에 반포하여 64년간 쓰였던 인덕력(麟德曆)을 사용했다. 인덕력에서는 1태양년을 489428/1340, 1태음월을 39571/1340이라는 복잡한 일수로 계산했다. 백제는 송나라의 원가력(元嘉曆)을 사용하였다. 하승천(何承天)이 만든 원가력은 서기 445년부터 65년간 송나라에서 사용됐고 백제에서는 건국 초부터 인월(寅月)을 연초로 하여 사용했다. 백제의 기록과 일본서기(日本書紀])에 의하면 백제는 일본에게 역박사를 보내어 원가력을 알려줬다고 한다. 달력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이 없었던 먼 고대 사람들은 날짜의 경과를 자연현상의 변화로 추측했다. 추운 계절이 지나면 꽃이 피고, 논밭에 싹이 트며, 날이 무더워지고 나뭇잎이 떨어지면서 다시 추워지면 눈이 내리고 강이 얼어붙는 기후의 변화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농사를 짓는 시기와 수확하는 시기 같은 자연의 현상과 변화에 대해 기록하고 후대에 남기도록 했다. 이것을 바로 자연력(自然曆)이라고 한다. 중국 예기(禮記)의 월령편(月令篇)에 의하면 BC 600년경부터 24절기가 쓰였다고 한다. 24절기는 중국 주(周)나라 때 화북 지방의 기상 상태에 맞춰 일 년을 12절기와 12중기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절기법에서는 황도상에서 동지를 기점으로 동쪽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매기고 태양이 이 점을 한 점씩 지남에 따라서 경칩, 곡우, 대서, 대설, 대한, 동지, 망종, 백로, 상강, 소만, 소서, 소설, 소한, 우수, 입동, 입추, 입춘, 입하, 처서, 청명, 추분, 춘분, 하지, 한로의 24절기로 나누었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이 24절기를 이용해서 15일을 일주기로 생활했다. 그 중에서도 입춘(立春)에서 곡우(穀雨) 사이를 봄, 입하(立夏)에서 대서(大暑) 사이를 여름, 입추(立秋)에서 상강(霜降) 사이를 가을, 입동(立冬)에서 대한(大寒) 사이를 겨울이라 하여 4계절의 기본으로 삼았다. 2016년은 육십간지 중 서른 세 번째인 병신(丙申)해로써, 이중 ‘병’은 적(赤)을 뜻하므로 ‘붉은 원숭이의 해’이다. 같은 뜻은 아니지만 옛말에 ‘병신이 육갑 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육십갑자가 서로 비슷해 머리 좋은 사람도 다 외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멍청한 사람이 육갑을 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조롱하는 말로 병신 육갑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가리켜 등신(等神)이라고도 한다. 등신(等神)은 신(神)과 같다(等)는 뜻이다. 하지만 이 신(神)은 신성한 신이 아니라, 지푸라기나 헝겊 등으로 만든 사람 모양의 형상을 가리킨다. 그래서 등신이라는 말은 ‘사람의 모양만 갖춘 몹시 어리석은 인간’을 가리키는 뜻으로 사용됐다. 병신년은 그 어떤 해보다 ‘등신(等神)’같은 일들이 무작위로 벌어진 한해였다. 2016년 1월 6일 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으로 2월에는 개성공단의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청년실업률이 12.5%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였으며, 전체 실업률도 5%대로 높아졌다. 4월에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는 16년 만에 여소야대가 이루어지면서 민심의 현 정권 심판론이 대두되었다. 6월에는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하면서 ‘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 되었다. 7월에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결정되었다. 10월에는 미르와 K-재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정유라 이대 특혜 입학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11월에는 미국 최초의 아웃사이더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12월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정치권은 28년 만에 4당 체제에 돌입했다. 동물 전염병 AI가 창궐했고 서민들의 물가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민들은 ‘등신’이 되지 않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촛불집회 인파는 천만 명을 넘어섰다. 가수들도 이에 동참해서 시국을 비판하는 가요들이 속속 등장했다. 전인권 이승환 이효리등 100여 명의 뮤지션들이 함께 만든 ‘길 위에 버려지다’를 비롯해 조PD의 ‘시대유감 2016’, 윤종신의 ‘그래도 크리스마스’등의 노래와 힙합 래퍼들도 시국에 관련 된 랩으로 병신년을 강하게 비판했다. 영화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국내 최초 원전 소재의 영화 ‘판도라’의 박정우 감독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감독으로서 ‘판도라’가 개봉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토로했으며, 권력형 비리와 정경유착 등을 담은 영화 ‘마스터’에 출연한 이병헌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라며 현 시국에 일침을 가했다. 우리 조상들은 사계절의 변화를 오행의 상생 및 음양의 생장과 쇠퇴로 생각하여 새로이 맞는 해에는 새 이름을 주어서 자연의 조화에 맞추어 인간이 지혜롭게 살아가도록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육십간지의 원리이다. 십간은 하늘에 자리한다고 하여 천간이라 하고, 십이지지는 땅에 자리한다고 하여 지지라고 한다. 하늘과 땅이 조화로운 육십 간지 중에서는 어느 하나도 같은 성질의 것이 없다. 이제 지긋지긋했던 병신년이 가고 새로운 정유년(丁酉年)이 다가왔다. 묵은 것을 벗고 새로운 생장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들은 무수한 자괴감과 무력감에 시달렸던 병신년의 묵은 기운을 떨쳐버리고,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힘차게 홰를 치는 붉은 닭처럼 정의롭게 비상하는 새 해를 맞이해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누구에게나 화통한 일들이 가득하기를 바라면서, 모든 분들께 새해 인사를 전해 드린다. ‘정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고종석은? 현재 고음질 음원사이트 그루버스의 사업본부장(COO)로 재직 중이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여성가족부 청소년유해매체물 음악분야 심의분과위원, 월간 재즈 피플(Jazz People), 파라노이드(Paranoid), 스트림(Stream), 웹진 벅스(Bugs), 음악취향Y, 이명 등에서 대중음악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음악 산업과 관련해서 음반사 인디(INDiE), 뮤직디자인, 갑엔터테인먼트에서 기획실장으로 근무했으며, SBS와 서울음반 등에서 음원 유통과 DB구축, 마케팅을 담당했다. 음악평론에 관련해서 월간 록킷(ROCKiT) 편집장을 거쳐 서브(Sub), 핫 뮤직(Hot Music), GMV, 오이 뮤직(Oi Music), 씨네 21 등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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