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2017년 새해를 맞아 지역 단체장들을 차례로 만나 지난해 성과와 신년 계획, 소감 등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그 네번째 주자로 지난 13일, 경주향교 명륜당에서 경주향교 이상필 전교(75)를 만났다. 2014년 취임한 이상필 전교는 국학진흥원 자문위원, 표암화수회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조선후기 경주가 낳은 걸출한 인물인 덕봉 이진택 선생의 7대손이다. 이 전교에게선 사회 전반에 걸쳐 인성과 도덕을 중시하는 유림의 기품과 위엄이 함께 공존했다. 그런가하면, 향교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살뜰히 말을 건네고 아이들에게 먼저 손내밀며 이야기하는 다감한 ‘어른’이기도 했다. 경주시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 전교는 2017 경주향교의 사업과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연속되는 난제들 속에서 지쳐있는 경주시민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먼저, 경주시민에게 신년 인사말씀(새해 덕담)부터 전하신다면? 지난해 유례없는 지진과 작금의 정치적 상황으로 경주시민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는 차제입니다. 희망찬 신년을 맞아서는 잘 정리되고 갈무리 지어서 아름답고 살기좋은 경주, 최고의 경주가 되도록 경주 향교와 시민들이 함께 노력하고 경주를 잘 지켜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지난해 경주향교의 2016년 한 해를 되돌아보신다면(성과와 아쉬웠던 점에 대해)? 무엇보다 유교의 이념이 경주의 역사 속에 늘 자리매김하고 중추적 역할을 해왔음에도 이 시대에 맞게끔 능동적으로 변신하지 못한 점이라 하겠습니다. 지난해 ‘법고창신’이라는 기치 아래 한 해를 맞이했지만 지나고 보니 별로 이뤄진 것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경주향교는 신라시대 창설된 국학이 설치됐던 곳으로 1300여 년간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빛나는 유교정신의 산실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제향과 함께 교육기관으로서 기본적인 교육을 통해 널리 시민들을 계도하는 곳이지요. 생활 속 실천에 옮기는 산교육을 하는 장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들 능력이 부족하고 노력이 미진해서 시민들과 동질감을 얻기에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전국 향교와 차별되는 경주향교만의 특색(유무형적인 것 포함)에 대해 자랑한다면. 경주 향교는 전국 234개 향교 중에서도 자랑거리가 많지요. 경주 향교는 경북도에서 가장 큰 향교로 전국적인 규모를 자랑합니다. 1985년 지정된 경북유형문화재 제191호로 지난 2003년 문화관광부로부터 시범향교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11년 8월 문화재청으로부터 향교 내 대성전(大成殿)이 보물로 지정됐지요. 자부심을 가질만하지요. 500년이 넘는 역사가 그러하고, 교촌마을과 최부잣집이 있는 교동에 있어 경주 최고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환경이, 규모가 또한 그렇지 않습니까. 신라 화랑오계도 여기에 근본을 뒀고 조선조 많은 인재들이 여기서 양성됐으므로 무형의 자산도 매우 크지요. 1000년 이상 많은 인재를 대부분 여기서 배출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산업사회가 도래되면서 다소간 퇴색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그 정신만은 면면히 살아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이를 활성화하지 못한 것은 우리들 책임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가진 우수한 여러 조건 중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은 20%도 채 안된다고 봅니다. 남은 80% 정도의 가치를 어떻게 도출하고 진행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가시적인 건축물이나 외형으로서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보이지는 않지만 중요한 가치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훌륭한 것일수록 이 시대 같이 공유해야하고 삶에 보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경주향교의 역점 추진 사업이 있다면? 올해 중요추진사업으로는 가칭 ‘국학수련원’을 건립해 시대와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국내외에 보급하고자 합니다. 중국에는 2000만 주자 후손들이 있습니다. 지난해 주자의 고향인 무위산에 공식 초청 받아 다녀왔었습니다. 인적 교류를 통해 주자 학문에 대해 공동 연구를 하자는 취지 아래, 올해는 그분들을 초청해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사실 문화혁명이후 주자 학문이 중국이 본산이면서도 많은 부분 멸실됐습니다. 그래서 주자의 학문과 문화가 면면히 이어져 오며 유교가 원형 그대로 전승된 한국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생활속에서 어떻게 전승돼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개발하고 전승해 갈 것인지에 대해 오히려 경주를 찾고 배우러 오는 것입니다. 동국대도 동참해 경주향교에서 숙박하면서 연수하자는 것에 기본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중국서 경주 향교를 자주 찾는다면 상호간 이해증진과 경제적 효과가 증폭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중국도 공자나 주자를 국가적 인물로 육성하고 브랜드화 하려고 주력하고 있는 차제이므로 여기에 발맞춰 함께 잘 살린다면 유학을 역수출할 수 있겠지요. 그 중심에 향교의 역할이 크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올 한 해는 주자의 숭고한 정신을 공유하는데 주력하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위해서는 교육적 시스템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이 교육적인 부분이 올해 꼭 성취됐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행정 당국에서도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늘 해오던 제향사업을 위시해 인성교육(초등생을 대상으로 방학동안 학교마다 개설해 교육)과 사회교육원 연례적 사업, 전통혼례사업 등이 있습니다. 전통혼례사업은 사라져가는 전통 혼례를 재현하고 지금 세대에 보급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경주 향교가 혹시 지양(과제)해야 할 점이 있다면? 여러 과제가 많지요. 역사적으로 활동했던 정신과 숭고한 본질적 정신은 변함없는데 이를 오늘의 자본주사회에 맞게 변화시켜 방법적으로 잘 강구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메말라가는 인심과 사라져가는 예절 등에 대해 기여해야 합니다. 그래서 향교내에 연수원을 꼭 설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삼국사기에 681년 국학으로 지정됐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국학정신 이야말로 한국을 이끌어가는 정신이었고 그 정신이 유교적, 도학적, 불교적 측면과 아울러 여러 인재를 배출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정신을 오늘에 맞게 전승하고 보급해서 따뜻한 사회, 도덕이 살아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연수원을 반드시 건립해서 많은 이들이 동참하고 교육을 통해 순화시키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경주향교의 지향점(향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도 말씀해달라. 우리는 유교적 바탕위에 살았고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산업사회로 치달아도 정신 속에선 유교적 영향이 크지요. 이를 어떻게 현재에 맞게 융화시킬 것인지가 우리 향교의 중요한 역할이지요. 이를 위해 심도있는 연구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인성적 교육측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요. 자라나는 다음 세대가 올바른 인간관계를 형성해 신뢰를 얻는 단체가 되고, 신뢰가 있는 사회가 된다면 온전한 사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정치나 개인의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이라고 했습니다. 믿음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으로 진리중에 진리입니다. 경주향교에서 서로가 신뢰 할 수 있는 정신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한 향교의 기능이자 지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향교가, 혹은 유림의 큰 어른으로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정신적 지주로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연속되어지는 난제들 속에서 우리시민은 지쳐있습니다. 청소년이나 젊은층에서 유학은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모든 것에 음양이 있듯이 유교에도 부정적 측면은 있지요. 그런 점이 이 시대 적극적 호응을 받지 못하는 부분일 것일테지요. 그러나 유교의 긍정적 기능과 본질적 정신은 귀감으로 삼아 삶의 지표로 작동해야 할 것입니다. 옛것만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옛것을 주장하는 것이지 옛것 자체를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시대와 공감할 수 있는 유교문화로써 정신적 선도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고난이 없던 시대는 없었습니다. 늘 고난의 연속이었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발전해왔지요. 지금 우리 경주의 현실이 녹록치 않습니다. 유림 구성원들이 먼저 솔선수범해 대접받기 전에 대접할 줄 아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으로서의 그간 경험을 사회에 반환하고 타인을 대접하고 봉사한다면 우리가 다시 대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남을 배려하고 가진 것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돼야 하는 것이죠. 그래야지 아름다운 사회, 건강한 경주사회가 될 것입니다. ▶인터뷰 동영상 보러가기 Click! ▶인터뷰 동영상 보러가기 Click! ▶인터뷰 동영상 보러가기 Click! ▶인터뷰 동영상 보러가기 Click! ▶인터뷰 동영상 보러가기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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