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규모 5.8 강진은 양산단층이 아니라 주변 ‘무명(無名)단층’에서 발생했다”, “경주지진으로 생긴 에너지가 여진으로 대부분 방출돼 앞으로 이곳에서 추가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은 지난달 24일 포항 지질연 분원에서 ‘동남권 지진·단층 연구사업 계획 발표회’를 갖고 경주지진 중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질연은 지난해 9월 지진 발생 뒤 지진의 원인 분석을 위해 긴급조사팀을 투입해 진원지 주변 지진관측과 지진분석, 진앙 주변 지표단층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지난해 11~12월에는 경주지진 유발 단층의 지표 영향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앙 주변에 분포하는 양산단층, 무명단층, 모량단층 일대의 지표지질 현장조사를 추가적으로 실시했다. 조사 결과 경주지진은 흔히 알려졌던 ‘양산단층’이 아니라 양산단층대에서 분기된 지류단층, 즉 그 주변에 있는 무명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 단층은 양산단층과 모량단층 사이에 있는 명명되지 않은(無名,nameless) 단층. 국내 지진학계에 알려져 있지만 정밀 조사가 이뤄진 적은 없다. 특히 지질연은 지표지질 현장조사와 탄성파탐사를 수행한 결과 경주지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지표 단층운동이나 지표 파열 흔적이 없음을 확인했다. 진앙 주변의 무명단층 등 소규모 단층들의 분포도 파악했다고 밝혔다. 탄성파탐사는 지질구조를 분석하는 탐사법 중 하나로 지표에서 화약을 폭발시켜 인공 지진파를 일으킨 뒤 지층을 따라 전달되는 지진파의 전파 시간을 분석한다. -경주지진 발생원인과 피해양상은? 지질연은 경주지진 발생 직후 단층조사와 여진 모니터링을 통해 지진의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해왔다. 이에 따르면 경주지진은 양산단층과 무명단층 사이 지하 약 11-16km 부근 북북동-남남서 주향에 동쪽으로 약 70° 경사진 ‘주향이동 단층’활동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향이동 단층’이란 2개 지층이 서로 상반되는 수평방향으로 미끄러져 형성되는 단층을 말한다. 또 이번 지진으로 파열된 단층면의 폭과 길이는 진원지 부근에서 각각 5km 내외로 파악됐다. 지질연은 또 경주지진의 전진과 본진, 주요 여진들은 고주파수 대역에 에너지가 집중되는 특징을 보여 주로 저층 건축물 대한 손상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토사가 두꺼운 지역들이 지진동 증폭 현상에 따른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강진 재발 가능성 희박 ‘안정화 단계’ 지질연에 따르면 규모 5.8의 경주지진 여파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일어난 5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여진을 지층이 안정화돼가는 과정으로 보고 있는 것. 지질연 측은 경주지진을 유발한 단층은 본진 발생 당일, 대부분의 응력에너지를 방출했고 이후 여진발생과 함께 점차 안정화 돼가는 것으로 판단했다. 선창국 국토지질연구본부장은 이날 조사결과 중간발표에서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강진 발생 당시 단층에 응집된 에너지의 95%가 방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여진을 통해 점차 안정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고 간혹 규모 3.0이 넘는 지진도 일어나고 있지만 빈도는 명백하게 줄고 있다”며 “앞으로 이 지역에서 규모 5.0에 육박하는 지진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진발생 가능성 여전히 상존 그러나 지질연은 한반도 동남권 지역에는 신생대 이후 지진이 발생한 적 있는 소위 ‘4기 단층’의 존재가 다수 확인돼 단층운동에 따른 지진재해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상존한다고 언급했다. 경주지진은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또 다른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인정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게 지질연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경주지진 발생 지역에 대한 지진관측, 정밀 지질조사, 탄성파 탐사 심도 확대 등 지속적인 지진·단층 연구를 추가적으로 수행해 지진재해 예방과 대응에 필요한 신뢰성 높은 정보를 생산·제공할 예정이다. 신중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앞으로 경주지진과 연계한 동남권 지진·단층 관련 연구 사업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지진 불안감 해소와 대국민 안전 환경 조성을 위해 모든 연구자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계속되는 여진으로 일부에서 대지진 가능성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탄성파탐사 결과 무명단층 및 다수의 소규모 단층들이 확인됐고, 더 정밀한 지질조사 등 추가적인 조사 자료의 확보가 필요하며, 향후 다른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진 조기경보 체계 개발 등 추가연구 진행 이날 발표회에서 지질연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탐사 심도를 확대하고 양산단층대 일원에 대한 추가 정밀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동남권 신규 지진·단층 연구 수행계획으로 국내 대형단층대 인근에 신규 지진계를 확충하고, 한국형 지진 조기경보 체계를 개발하는 등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박정호 지진연구센터장은 동남권 단층대를 중심으로 지진관측소를 증설해 주요 산업시설과 가속기 등 연구·개발 기반 시설에 대한 조기경보 활용 방안에 대해 강조했다. 특히 “네트워크 방식과 현장경보 방식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지진 조기경보체계를 구축해 지진을 미리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단층 연구와 연계해 단층대 주변의 관측소를 증설하고 지자체 협조를 통해 기존의 경보 체계와 차별성을 두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대단층계(양산단층 중부지역) 지각운동 모니터링과 지각운동-단층-지진 연계 연구로 동남권 지역 구간별 단층 사이 특성도 정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이승렬 지질연구센터장은 “올해부터 2019년 말까지 국토 대단층계 위험요소 평가연구를 통해 국토 대단층계 단층주제도를 제작하고, 지각운동-단층-지진 연계 위험요소 평가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며 “단층대 연구를 통해 지반취약지역을 도출하고, 국가기반시설 안정성 평가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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