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2일 경주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8지진으로 그동안 지진에 대해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 지진대비라는 새로운 과제가 대두됐다. 모든 매체에서는 앞 다투어 지진발생을 주요 이슈로 다루었고 지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그리고 9.12지진 이후 후세들을 위해 지진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지속적인 연구 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손문 교수는 지난달 2일 경주에서 열린 ‘지진과 경주의 미래포럼’(주최·주관 경주문화원, 후원 대추밭장학회) 포럼에서 “지진은 막을 수는 없지만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진은 자연 환경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
-지진과 활성단층
-한반도 지진의 발생 원인은?
지진은 탄성반발이론에 따르면 암석이 압력을 받으면 그 모양이나 부피가 가역적으로 변한다. 압력을 제거하면 탄성이 변형된 물체는 본래의 형태로 되돌아간다. 그러나 파괴강도를 넘어서면 단층운동으로 암석 내에 축적되어 있던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지진이 발생한다. 즉 지진은 단층운동과 함께 발생한다. 동해를 중심으로 한반도 일원에 동-서 횡압축 응력이 누적되고 있다. 태평양판이 저각(20~30도)으로 동아시아 대륙 아래로 밀고 들어오는 형태다. 한반도 일원(아무르판)이 유라시아판으로부터 분리돼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단층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활성단층과 활동성단층
미국과 중국,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활성단층(Active Fault)과 활동성단층(Capable Fault)을 구분해 규정한다. 원자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두 개념을 공학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어서다. 활성단층 중에서도 지표면에 가까워 원자력발전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한 단층을 세분화한 것이다. 활성단층(active fault)의 학술적 정의는 지진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가장 최근의 지질시대인 신생대 제4기(2600만 년 전~현재)에 단층운동이 있었거나 앞으로 활동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일컫는다. 가까운 지질시대에 만들어진 단층일수록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크다. 지층이 끊어진 후 완전히 굳어지지 않은 상태이므로 외부 압력에 취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층이 많이 몰려있는 지역 역시 지질구조가 약해 활성단층으로 판단할 수 있다.
원자력 용어로서의 활동성단층(capable fault)의 정의는 과거 3만5000년에 적어도 1회 혹은 과거 50만년 이내에 2회 이상의 지표 및 지표 가까이에 변위가 존재하는 단층, 지진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단층, 위 내용의 조건에 의해 판단된 단층과 지질 구조적으로 상호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단층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의 특성을 보이는 단층을 말한다.
-우리나라 활성단층은?
우리나라에도 활성단층으로 추정되는 단층들이 존재한다. 그중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가장 큰 단층으로는 양산단층이 있다. 양산단층은 경북 영덕군에서 낙동강 하구로 이어지는 170km 길이의 단층이다. 주변에 일광단층, 모량단층, 동래단층 등의 단층들과 이름 없는 작은 단층들이 수없이 몰려있는데 이를 통틀어 양산단층대라 한다. 이외에도 울산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울산단층 등의 활성단층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일 가능성은 1980년대부터 제기되었다.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며 활성단층 여부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일부 학자들은 양산단층 주변에 수없이 많은 단층이 있는 것을 약한 지질구조의 근거로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등이 있는 경북, 경남 지역에는 월성원자력발전소, 고리원자력발전소, 신고리원자력발전소 등 원전들이 밀집해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 동남부에 주요단층 존재
지금까지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한반도 동남부에는 양산단층계를 포함한 주요단층 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1990년 이후 원자력발전소 증설과 관련해 집중적인 지질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주변에는 활성이 의심되는 63개의 단층이 발견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경주 일대는 여러 단층이 만나는 지역이다.
-원자력발전소와 지진(손문 교수 발표 주요 내용 요지)
지질학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경주·울산이 가장 위험한 지역이다. 한반도 일원의 계기지진 자료는 1978년부터 시작됐는데 규모 5.0이상이 총 9회 발생했는데 올해만 3번 일어났다. 이번 9.12지진은 1978년부터 시작한 계기지진 자료로는 최대 규모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는 역사지진의 최대지진을 규모 7.0으로 보고 있다. 이는 과거 문헌자료에 따른 예측치다. 지질전문가들은 역사지진의 규모인 7.0으로 잡고 내진설계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반도 동남부에는 양산단층계를 포함한 주요단층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양산, 울산단층 주변에는 활성이 의심되는 63개의 단층이 발견됐다. 특히 경주는 여러 단층이 만나는 지역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는 세계에서 가장 원자력 시설물이 집중된 지역으로 고도의 관리가 필요하다. 정부가 애초부터 이 지역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9.12지진 이후 가장 우려된 부문이 바로 ‘원자력발전소가 지진으로부터 과연 안전한가?’였다. 현재 월성(1, 2, 3, 4호기)과 신월성(1, 2호기), 고리(1, 2, 3, 4호기), 신고리(1, 2호기), 한울(1. 2. 3, 4, 5, 6호기), 한빛원전(1, 2, 3, 4, 5, 6호기)은 모두 내진 설계 값이 0.2g(리히터 규모 약 6.5의 지진)이며 신고리3, 4호기와 신한울 1, 2호기만 0.3g(규모 약 7.0의 지진)이다. 따라서 기존 규모 6.5를 7.0이상으로 내진설계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진대비 후손들을 위해 서둘러야
지진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선 지질·지반의 분류도(암석 분포와 특성, 단층 특성, 지반분류, 지형, 액상화 위험도, 산사태 위험도, 지진해일 위험도 등)를 만들고 건물의 분류와 집계(건물의 층수, 건축연도, 건축물의 구조 등)가 포함된 다양한 지진위험인자를 종합한 지역별 지진위험도를 작성해야 한다. 이러한 자료축적은 최소 30~40년 걸리는데 후손들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서둘러야 한다. 지진을 막을 수는 없지만 대비하면 충분히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더 늦기 전에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경주시 지진대피소 새로 지정
9.12지진으로 밝혀진 우리나라 지진대응프로세스는 형식적인 수준으로 확인됐다. 기존 자연재해에 대한 재난 위기관리 기본전략은 예방과 대비, 대응, 복구가 주 매뉴얼이지만 일이 벌어지면 대응하고 복구하는 시스템이 반복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지진에 대한 것도 기존적인 매뉴얼이 고작이다. 9.12지진에서 드러났듯이 예측불가능하게 순식간에 발생해 혼란에 빠지게 하는 지진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피장소 및 대처요령 등에 대한 사전홍보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안전처는 물론 지자체도 그동안 이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었다. 특히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지진 발생시 행동요령에 있는 경주지역 대피시설 안내에는 안전점검이 되어 있지 않는 시장 지하주차장이나 건물 등을 정해 놓았는데 이는 민방위 대피소를 버젓이 안내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9.12지진 이후 이 문제가 불거지자 경주시는 지진 대피소를 각 읍면동별 공영주차장, 학교운동장, 공원, 야산 등 150여 곳에 달하는 넓은 외부 공간을 지진대피소로 정해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지진 알기 교육은 지속적으로
9.12지진이 시민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지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무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부와 지자체도 지진에 대한 대비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규모 지진과 태풍, 해일 등이 끊이지 않는 일본의 경우 1995년 발생한 고베대지진 등을 겪으면서 재해에 대한 교훈을 국민들에게 주지시키고 대피 및 생존을 위한 사전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국민들이 사전에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고베시에 있는 ‘사람과 미래방재센터’다. 센터에는 지진 등 재해에 대한 방재연구, 자료수집, 현지조사, 상설전시 뿐만 아니라 고베대지진 발생 직후부터 도시를 재건하는 과정,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지진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번 9.12지진으로 제기된 것은 정부의 시스템 구축뿐만 아니라 바로 지진에 대한 정확한 정보취득과 이해를 통해 지진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개인별 대응능력향상이다. 그리고 지진과 자연재해에 대한 사전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특히 고령자와 어린이들이 지진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지 않도록 상시교육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경주시의 경우 각 지역별 경로당과 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복지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 어르신들이 지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학교의 경우 민방위 훈련이나, 재난대피훈련 시 반드시 지진관련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학생들이 심리적 안정을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Tip 알아두자! 지진대비 매뉴얼!
-지진발생 시 기본행동요령
-지진으로 흔들릴 때
물건이 떨어지지 않는, 넘어 오지 않는,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는 위치로 몸을 피한다. 탁자 및 테이블 등의 아래로 몸을 보호한다. 몸을 보호할 수 없다면 방석, 이불 등으로 머리를 덮는다.
-흔들림이 멈추었을 때
흔들림이 멈추면 문을 빨리 열어 출구를 확보한다. 문틀이 틀어져 문이 안 열리면 방안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건물 밖으로 나갈 때
계단을 이용하여 이동한다. 건물과 거리를 두고 주위를 살피면서 대피한다. 떨어지는 물건에 유의하여 운동장이나 공원 등 넓은 공간으로 대피한다.
-운전을 하고 있을 경우
운전 중일 때에는 비상등을 켜고 서서히 속도를 줄여 오른쪽에 차를 세운다. 대피하는 사람이나 긴급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중앙부분을 비워두기 의해서다. 긴급차량 통행 시 차량을 이동시킬 수 있도록 자동차 키를 차안에 꽂아둔 채 문을 잠그지 않고 연락처 메모를 남겨두고 귀중품이나 차량등록증을 챙겨서 이동한다.
-정전이 되었을 때
손전등을 사용하고 불(양초, 성냥, 라이터)은 누출된 가스가 폭발할 위험이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전기 스위치는 만지지 않는다.
-평상시 대비사항
-물품 대비
물(1인당 하루 2리터의 식수 2주 분량), 식품(통조림과 식수, 야채주스, 고열량 초콜릿 등), 대형 비닐봉지, 신발, 손전등, 충전식 라디오, 상비약(일회용 붕대와 밴드, 지혈제, 개인용 처방약) 등.
-실내 대비
방안에 물건을 둘 때는 벽장, 고정식 수납가구 안에 둔다. 찬장의 문 등은 고정기구로 고정한다. 옷장, 그릇장, 냉장고 등 큰 물체가 흔들려 넘어지지 않도록 고정한다. 그릇장이나 창문 등의 유리부분이 깨어졌을 때 흩어지지 않도록 투명필름이나 테이프를 붙여 놓는다. 주방 등 불을 사용하는 장소 주위에 소방 기구를 비치해 둔다. 전기배선, 가스 등을 점검하고 수리할 부분을 미리 해 둔다. 가스, 전기, 수도를 차단하는 방법을 익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