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정농단 관련 청문회를 본 시민들은 하나같이 ‘나는 모릅니다’ 식 거짓말에 혀를 내두른다. 200억이니 10조니 하는 천문학적 숫자보다 더 놀란 것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 중 어느 누구도 ‘내 잘못이다’, ‘내가 책임자다’ 소리 하나 없는 씁쓸한 현실이다.
지난 2016년 12월, 서울대생들이 주관하는 ‘동문상’ 투표에서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 전 민정수석 우병우, 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조윤선씨가 서로 1위를 다투고 있다고 했다. 후배들이 닮고 싶은 선배가 아니라 부끄러운 동문에게 수여하는 상이란다. 이름하여 ‘2016년 최악의 동문상’이다. 후배들조차 꺼리는 이들은 죄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발군의 거짓말 솜씨를 뽐낸 주역들이다. 그 좋은 머리와 능력과 경험치로 이룬 최고의 업적치고는 정말 염치없다.
거짓말을 잘 한다는 건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말이다. 원래 인간은 거짓말을 한다. 살아가면서 수많은 거짓말을 자의든 타의든 하게 된다. 해서는 안 되지만 어른이고 아이고 예외는 없다. 하지만 국가 최고위 고급관료가 그 주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나머지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단서가 잘 드러나지 않게 효과적으로 타인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범국가적 범죄행위에 해당되니 이것은 더욱 큰 문제다. 자신이 한 거짓말은 절대 탄로가 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지, 아니면 누구 말마따나 국민이 우스웠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2013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범죄 대비 사기범죄 비율에서 세계 1위 국가라고 한다. 정말이지 부끄러운 성적표다.
검찰청에서 공개한 범죄분석 통계자료(2013년)를 보더라도 일 년 동안 발생한 범죄 가운데 사기 사건이 27만 4086건이나 된다고 한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일본(3만 8302건)보다 무려 7.2배나 많은 수치다. 인구수 차이가 나니까 인구 대비로 따져보면 그 수치는 더욱 올라간다.
그렇다면 한국 사람은 왜 이렇게 거짓말을 많이 할까? 거짓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속이는 거짓과, 그러한 거짓을 거짓이 아니라 사실로 받아들이는 믿음이 손바닥 부딪치듯 짝짝 맞아야 한다. 그래야 거짓말이 이루어진다. 즉, 잘 속이는 사람과 잘 속는 사람의 합이 맞아야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 한국 사람은 거짓말을 잘하고 또 그만큼 잘 속는다는 말이 된다. 점점 밝혀지지만 대통령이라고 예외는 없다.
거짓말 기저에는 일종의 법칙이란 게 있다고 한다. 가령 TV에서나 볼 수 있는 ‘조각 미남’이 하는 말은 진위여부를 떠나 일단 믿고 본다는 ‘호감의 법칙’이 있다. 그 입술을 여는 순간 상대방의 대뇌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이미 이성적 판단은 물 건너간다. 또 하버드 대학처럼 유명 대학이나 40년 경력의 전문가 같은 소위 권위에 아주 약하다.
이러한 약점을 이용해 거짓말을 하고 또 당하는 ‘권위의 법칙’이 그 두 번째다. TV 홈쇼핑이나 백화점에서 잘 쓰는 방법으로 ‘희귀성의 법칙’이란 것도 있다. ‘한정판매라서 물건이 몇 개 안 남았다’거나, ‘오늘 아니면 살 수 없다’는 것이 딱 이런 유형이다. 영문도 모른 채 시간에 쫓기게 되고 거기다 호스트들의 감언이설을 듣다가 정신 차려보면 이미 지갑은 열린 지 한참 후다. 반면에 최모씨는 절색의 미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인이나 권위 있는 사람도 아닌데 일이 이 지경이니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참고로 한국인이 거짓말을 할 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신호가 안면비대칭이라고 한다. 그 이유를 왼 얼굴은 우뇌의, 오른쪽 얼굴은 좌뇌의 통제를 받는 신체 구조에서 찾는다. 아마 거짓말을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는 진실을 말하고픈 욕구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에 비대칭이 생기지 않을까 추측된다.
한편, 거짓말을 할 때 남자는 되도록 길게 말하고, 여자는 오히려 짧게 말한다. 남자는 상대를 속이기 위해 설득이라는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에 말이 길어지고, 여자는 거짓이 들통날까봐 말을 짧게 한다고 한다. 그럼 헌법재판소에서 질문의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호통 치는 최모씨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고? 죄송하지만 그건 정말 모르겠다.